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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조영호 교수님의 저서 『이것이 이공계다』가 출간되었다. 조영호 교수님은 UC 버클리(Univ.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를 전공한 첫 번째 기계공학 박사로서 30년 이상 이 분야에서 촉각 교감 패드, 혈중 암세포 진단 장치, 정신건강 측정 기술 등 수많은 업적을 남기셨다. 교수님의 수십 년간의 연구와 강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이것이 이공계다』는 이공계란 어떤 곳인지를 솔직 담백하게 얘기해주는 책이다.

 

 

 

먼저 이 책을 아직 접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이공계를 지망하는 혹은 이공계의 길을 이미 걷고 있는 학생들이 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출판사로부터 이공계 진로 찾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공계 진로 서적은 주로 대학입시, 스펙 쌓기, 이공계 학과 또는 기술에 대한 소개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사람들이 이공계를 지원하고 이공계의 길을 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써달라고 출판사에서 부탁하던데, 이공계의 진로가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이공계를 걸어오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을 때, 내가 연구를 하거나 학과를 정하거나 연구 토픽을 정할 때, 무엇을 어떻게 왜 결정했는지를 적어놓은 거예요. 모든 학생이 나와 똑같은 길을 걸을 순 없지만, 대신 독자들이 내가 걸어온 길에서 어떤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보고 각자 자기 관점에서 해석해서 판단할 수 있게끔 하려고 썼어요. 그리고 이 책은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책의 3분의 2 이상은 현재 이공계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교수님 저서에 보면 미래의 이공계에서는 과학, 수학을 잘하는 사람보다 인문학을 잘하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고 적어주셨는데요. 정확히 어떤 말씀이신가요?

 

아마 학생들은 소설책은 많이 안 읽을 거예요. 과학 전문서적을 읽거나 교과서만 읽을 것이고…… 교과서도 잘 읽나 모르겠네요 (웃음). 하지만 문학이나 인문 서적도 봐야 해요. 과학 기술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에요. 과학 기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려면 인간의 관심과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봐야 하고, 그러려면 인간에 관해 이해해야 하니 인문학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할 때, 판매업자들이 소비자의 수요나 심리를 분석할 때, 또는 일반인들이 일상 중 어떠한 일을 할 때도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공계 사람들은 도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전문 분야로만 세상을 해석하고, 자신의 도구 만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수요와 관련된 현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기술적인 해법과 학문적인 모델을 함께 가지고 있어요. 이를 잘 이해하려면 인간에 관한 이해와 수요와 관련된 현상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하죠.

 
 
넓게 보는 시야라 하시면, 융합적인 사고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하지만 융합을 하려면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배워야 할까, 폭과 깊이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교 다닐 때 폭만 늘리면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관심을 키워야 해요. 그렇기 위해선,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목표가 있어야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려 한다고 하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AI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고, 암에 관한 임상 병리 등도 공부해야겠죠. 세포학이나 단백질 또는 유전학만 하더라도 암에 관련된 것에 깊이 집중하지, 식물이나 타 질병과 관련된 영역에도 모두 집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필요한 영역을 융합적으로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다면, 그 목표를 세우기 위해선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목표란 것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하고 뚜렷해지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고 거대한 목표를 기대하긴 힘들지요. 각자 본인의 초 중 고등학생 때의 목표와 지금의 목표를 한번 비교해 보세요. 목표를 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늘 내가 가진 질문이 무엇이냐 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구하다 보면 목표가 점차 뚜렷해지고,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나올 것입니다. 미래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목표를 정하거나 선택을 할 때, 오늘 내가 가진 조건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내일 선택할 것이 더 많아지거나 발전 가능성이 더 많은 쪽으로 선택을 하면 돼요. 다만 한가지, 목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크고 원대한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융합 연구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확히 융합연구가 무엇이고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그러한 기술을 어떻게 배워가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융합한다는 것은 내가 모든 것을 배워서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융합연구 안에서 자신이 잘하는 한 축을 맡는 것이죠. 내가 기계, 전자, 전산을 다 안다고 하면,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산학을 전공한 사람보다 더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융합연구를 하는 책임자라면 그 분야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겠어요? 넓이만 있는 사람보단 깊이도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넓이는 내 전문 분야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생물 데이터를 분석할 때, 생물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서 분석하는 것과 단순히 전산적으로 분석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겠죠. 그러니 어느 분야에서든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더 나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융합이 필요하며, 단순히 융합을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전문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융합할 때에는 방법과 과정보다는 융합의 목적과 효과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융합하지 않아도 다 풀리는 것을 융합을 통해서 왜 복잡하게 풀겠어요. 파리를 잡으려면 파리채로 잡아야 하죠. 내가 도끼를 전공했다고 도끼로 파리를 잡는다고 하면 무섭죠. 하지만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요. 왜냐하면 도구에 집착하기 때문이죠. 자신이 가진 도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도구가 어디에 더욱더 효과적으로 쓰일지, 더 많이 이룰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교수님께서 “취미는 자신을 위해서 하고, 연구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한다.”라고 설명해 주셨는데요.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취미가 아닌 연구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겠다고 연구비를 달라고 하면 사람들은 투자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내가 우표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고 정부에서 우푯값을 대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본인이 관심이 있는 연구 주제 중에 다른 사람들이 혹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을 해야 해요. 하지만, 내가 연구를 하는데 내가 관심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한다고 해서 하는 것은 연구가 아니라 고역이지요. 다른 사람을 위한 연구를 하려면 나의 관심 안에서 다른 사람의 관심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함이 필요해요. 시장과 나의 관심을 맞추는 것,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고 흥미가 가는 것 중에서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고 소비자 지향의 변화도 알아야 하죠. 대다수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저희 학생 독자들에게 특별히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꿈을 멀리서 찾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자기가 궁금한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관심 있는 것 중에서 많은 사람이 원하는 문제를 풀고자 노력하면 되고요.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좀 더 나은 목표, 좀 더 중요한 질문이 나오지, 처음부터 중요한 질문은 나오지 않아요. 무조건 호기심, 관심을 가지고 일단 시작해보세요. 미래라는 것은 걸어 가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요. 걸어가야 길이 보이지, 가만히 앉아 있어서 멀리 보려고 망원경으로 본다 해도 미래라는 길은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 또한 이공계의 길을 걸어가면서 어떤 면을 살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지, 곧이곧대로 따르란 얘기가 아니에요. 판단은 결국 독자들의 몫입니다. 인생은 예측도 안 되는 것이고, 그냥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걸을까 무엇을 향해 걸을까 그리고 왜 걸을까가 중요합니다.
 
 
Interviewer : 장현수 (hyunsoo.ja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