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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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 시리즈는 바이오공학과 뇌공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님들과 인터뷰를 통하여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바이오 빅데이터 시대에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생명정보학, Bioinformatics) 에 대하여, 최근 한국생명정보학회 회장에 취임한 우리 학과 이도헌 교수에게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첫번째로는, 한국생명정보학회 회장이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간단하게 소감 한 말씀과, 회장이 되어서 혹시 어떤 일을 추진하고 싶으신지 향후 계획을 여쭙고 싶습니다.

 

한국생명정보학회는 1998년에 창립되어서 올해 21주년이 되는데, 저는 제11대 회장이 되었습니다. 한국생명정보학회가 우리나라 생명정보인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따뜻한 홈커뮤니티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는 제15차 BIOINFO 국제 학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종 미래보고서에서 미래유망직업으로 늘 빠지지 않는 생명정보분야를 미리 알고 싶어하는 대학생들도 BIOINFO에 초청하여 선배들과 교류하고 생명정보분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와 함께 학회 공식 교육프로그램인 BIML 워크샵도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준비할 생각이고, 생명정보 기술인력에 대한 학회의 공식 인증 체계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두번째로는, 한국생명정보학회장인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요새 bioinformatics의 trend가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생명정보학은 생명현상을 정보라는 관점에서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과거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서 실험을 해도 정작 얻어지는 정보의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라는 관점에서 생명현상을 탐구한다는 것이 크게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십년 사이에 바이오 의료 분야에 세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첫째, 유전체 서열판독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오믹스(Omics) 기술이 개발되면서 바이오 의료 정보량이 급증했습니다. 둘째,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의 보급으로 세계 전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의료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기술의 혁신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 분석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변화로 인하여 생명현상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정교한 컴퓨터 기술로 분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bioinformatics가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요?

 

생명정보학은 더 이상 새롭거나 특별한 분야가 아닙니다. 생명정보학은 이제 생명과학 분야, 의약학 분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정보학의 발전은 곧 이들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지기에 인류의 건강을 증진 시키는데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래에는 개인별로 유전체를 분석하여 사전에 질병에 걸릴 확률을 알려주고 이를 예방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 받음으로써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크게 향상 시켜줄 것입니다. 또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진단함으로써 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오류를 최소화 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병에 걸렸을 때에도 개인의 유전체에 대한 질병 특이적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개인맞춤형 치료를 진행 할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그러한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새로 연구를 시작하는 신진연구자들에게는 어떤 역량이 새로 요구될까요?

 

생명정보학을 연구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량은 여러 학문을 융합하여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생명정보학은 Biology 와 Informatics의 합성어로 이름에서부터 이 분야가 두 학문의 융합에서 발생되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 통계학, 전산학, 화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들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학문을 폭 넓게 이해하고, 여러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꾸준하게 살피며 이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생명과학에 응용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세번째로는 교수님의 약력을 보면, 대학원 박사과정까지는 인공지능과 데이터베이스를 연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박사과정 이후부터 생명정보학에 발을 담그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문을 시도하는 것은 큰 모험 이셨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시도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만약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것을 극복해냈던 원동력이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평소에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기 쉬우셨다면 도움이 되었던 어떠한 것이 있으셨나요?

 

생명정보학의 두가지 축 중 정보기술축은 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베이스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저는 마침 대학원에서 그 두 가지 분야를 전공했기 때문에 정보기술 축 쪽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바이오 기술 축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좋은 협력연구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의학이나 약학을 전공하시던 분들과 협력 연구를 할 때 그 분들이 제 개인 교사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분자생물학자나 식물학자들도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한 마디를 보태자면 저는 협력연구자에게 질문할 때 얼굴이 두꺼워집니다. 모르는 것을 물을 때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묻습니다. 협력연구자들도 그것을 좋아합니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협력연구자가 정보기술에 대해서 매우 기초적인 질문을 할 때, 저도 당연히 성심껏 설명해 드렸지요. 융합 분야를 협력 연구로 개척해 갈 때는 서로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문제해결이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 중 하나인 유전자 동의보감에 관하여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여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진행되고 있는 국책연구사업입니다. 사업단 본부는 우리 KAIST 정문술 빌딩에 있고, 30여개 대학, 연구소 등에서 4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단은 경험적으로 효능이 알려진 천연물 약품이나 식품이 인체에 작용하는 원리를 규명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포옴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복합 약리성분이 분자, 세포, 조직, 인체 수준에서 작용하는 원리를 해석하고 예측하기 위한 컴퓨터 가상인체 기술 (CODA)가 핵심기술입니다. CODA는 이미 식약품 개발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복합약리 분석을 위한 세포, 동물 실험 및 임상 실험을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과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 가상 인체 시스템 CODA는 어떻게 설계 되었을까요? 14만개의 생체 회로와 220만개의 수학공식, 2500만개의 논문을 가지고 가상인체를 설계했다고 하셨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 이 부분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먼저 복잡한 인체의 대사와 세포와 조직 또는 기관들의 활동을 컴퓨터가 이해 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기 위해 'CODA-ML' 이라는 통합 언어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생물학적 요소들과 그 사이의 관계로 표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관계 정보들은 흔히 말하는 빅데이터로부터 수집 되었습니다. 엄청난 수의 생체 회로, 수학 공식 그리고 논문들 속에 포함되어있는 인체 활동에 대한 정보들로부터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5000만개 이상의 생물학적 관계 정보들을 추출 했습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로부터 얻은 지식들이 가상 인체 안에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분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가상 인체"를 만들 때 보편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적용시키는지 궁금합니다.

 

이때 코다 가상 인체 시스템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상황 정보(context)를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즉 인체의 어떤 활동이 특정 질병에 걸렸을 때만 발생한다 또는 특정 기관들에서만 일어난다라는 정보를 추출하여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성분에 대한 효능을 예측 할 때에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인체, 또는 특정 장기에 대해서 분석 할 수 있어 상황에 알맞는 더 정확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는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유전자 동의보감 사업단은 이러한 가상 인체를 중심으로 천연물 신약 및 기능성 식품 개발을 위한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였습니다.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수많은 기술들의 우수성과 효율성은 수 많은 논문들로 입증이 되었고, 그 가운데 중요한 기술들은 특허로 등록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업단이 보유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연구소, 제약 회사, 바이오 기업들과 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협력을 활발히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