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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교수>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십시오.”

이번에 새로이 바이오및뇌공학과에 부임하신 박영균 교수님의 철학이 담긴 한마디였다.

교수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이 한마디만큼 명료한 문장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신입 인터뷰 기자가 이 신임 교수와의 대담을 가볍게 풀어보고자 한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지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뇌 안의 세포들로부터 3차원 구조와 분자발현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뇌의 네트워크를 개별 세포수준으로 매핑하는 (Single-cell brain mapping) 신경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ingle-cell brain mapping 을 통해 뇌의 기능들이, 특히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뇌의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마치 우리가 전자회로에 대해서 이해하는 수준으로 이해한다는 중·단기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밝혀낸 뇌의 기작을 reverse engineering하여, 뇌의 원리를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뇌의 행동변화를 수반하는 뇌질환 (우울증, 치매) 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Q: 교수님은 이전에는 다른 연구를 진행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분야로 바꾸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저는 예전에 시스템 신경과학 접근법을 통해 뇌가 어떻게 행동을 생성하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생쥐에서의 전기생리학이나 행동실험, 광유전학 실험 등을 통해 특정 분자나 신경세포가 어떻게 행동생성에 기여하는지 연구했어요. 제가 연구했던 행동은 흔히 손 떨림으로 대표되는 Tremor였는데요,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님의 지도 하에, 뇌의 inferior olive라 불리는 부위에 있는 특정 칼슘 채널의 활성화가 반복적인 신경 활성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소뇌의 세포들과 근육들을 동기화시켜 Tremor를 만들어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Tremor는 근육들이 동기화되어 나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행동이라 기작을 밝히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행동은 훨씬 복잡하지요. 물풍선을 잡는 행동을 예로 들면, 눈으로 정확한 물풍선의 위치를 확인한 후, 팔과 손의 근육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적당한 정도로 수축되어야만 물풍선을 터트리지 않고 잡을 수 있잖아요. 이런 행동의 기작을 밝히려면, 해당 행동에 필요한 개별 근육들을 조절하는 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있고 상호작용하는지 아는 게 필요합니다. 

최근 눈부시게 발달한 시스템 신경과학 기법들 덕분에 이제는 뇌의 특정 분자나 특정 세포, 혹은 특정 세포간 연결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각각이 특정 행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정 행동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해당 행동의 생성에 관련된 모든 세포와 연결의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 필요한데, 분자/세포/연결을 하나 혹은 몇 개씩 조절해 기능을 밝히는 기존의 시스템 신경과학 기법만으로는 이러한 전체적인 기작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뇌 전체를 최근 개발되고 있는 조직투명화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시각화 하여 개별 분자/세포/연결의 지도를 만들고, 지도를 바탕으로 모델을 만든 뒤, 이를 시스템 신경과학 기법으로 검증하는 pipeline 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직 투명화 기술을 통한 뇌 지도작성은 몇 가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투명하게 하는 과정에서 세포구조나 분자들이 변형된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거기에 더해, 투명한 뇌 전체를 각 세포의 연결을 보기에 충분한 해상도로 이미징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위의 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SHIELD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Nature Biotechnology, 2019). 조직을 고정시킬 때 포르말린을 많이 쓰는데요, SHIELD는 이에 더해 polyepoxy라는 화합물을 사용함으로써 3차원 조직 내 분자와 세포 구조들을 보호합니다. 이렇게 보호된 조직은 투명화 후에도 분자와 구조를 보존하여,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SHIELD 조직은 물리적으로 확대 가능하기 때문에, 신경세포간 연결과 같은 아주 작은 구조의 3차원 매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렇게 두 한계를 극복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저는 형광 표지 된 생쥐 뇌 신경 네트워크의 다차원 지도를 최초로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후 저는 뇌 지도작성의 다른 난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형광 표지 된 경우를 제외하면, 뇌 안의 분자나 세포를 시각화 하기 위해서는 염색, 특히 항체 염색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항체는 크기가 커서 (150kD) 조직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전체 뇌를 통째로 항체 염색하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며, 겉과 속이 고르지 않게 염색되기 일쑤였습니다. 대량의 항체를 사용해 염색함으로써 다소 고르게 염색할 수 있으나, 이는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고, 개별 항체 및 조직마다 잘 되는 프로토콜을 실험을 통해 찾는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eFLASH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Biorxiv, 2019). eFLASH는 항체염색과정을 engineering함으로써 빠르고 싼 가격에 3차원 항체염색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생쥐의 뇌 전체 혹은 비슷한 사이즈의 기관들을 하루 만에 염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원리 때문에 뇌뿐만 아니라 폐, 간 등의 다양한 조직들과, 대부분의 항체들에 두루 적용 가능한 기술입니다.

 

SHIELD와 eFLASH를 함께 활용하면 3차원 뇌에서 다양한 분자와 구조들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저는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함으로써, 행동을 생성하는 뇌 네트워크의 완전한 해부학적 지도를 완성하고, 이를 통해 행동생성의 기작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Q: 뇌 네트워크의 해부학적 지도만으로는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예리하시네요 (웃음). 해부학적 정보에 더하여 제가 활용했던 시스템 신경과학 기법들을 활용함으로써, 뇌의 해부학적 정보와 기능적 정보를 모두 얻고, 이를 통합할 계획 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행동 생성 기작의 알고리즘에 대한 아주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뇌의 수많은 기능들 중 왜 행동을 선택하신 건가요?

 

세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행동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된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물 모델로 연구하기 좋습니다. 또한 행동은 뇌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연구하는데 좋은 entry point가 되어줍니다. 예를 들어 행동을 생성하는 근육들을 찾고, 그 근육들에 연결된 신경세포를 찾고, 그 신경세포들에 연결된 다른 뇌세포들을 찾아 들어가는 식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행동은 우리가 인공적인 시스템에서 아직 잘 구현하고 있지 못하는 기능 중 하나입니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사진에서 놀라운 정확도로 특정인의 얼굴을 찾을 수 있고, 조직 이미지를 보고 암인지 아닌지 잘 판단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인간보다 바둑도 잘 둡니다. 하지만 인간이나 동물처럼 높은 적응력을 가지고 부드럽게 행동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아직 없습니다. 마른 땅에서는 잘 걷는 로봇도 진흙 위에서는 넘어지기 일쑤죠. 이에 비해 동물은 환경변화에 아주 유연하게 반응하며, 한 두 번의 학습만으로 매우 정교한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동을 생성하는 뇌 네트워크의 reverse engineering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Q: 얘기해주신 reverse engineering이 무엇인가요?

 

행동을 생성하는 뇌 네트워크의 매핑을 통해 네트워크를 정보처리의 단위로 나누고 분석함으로써, 뇌의 행동생성의 원리를 밝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시에 적절한 행동을 수행하는 것 (예.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것) 은 동물의 생존에 무척 중요하기에, 동물의 뇌는 수 만년의 진화를 통해 선택된 가장 효율적인 행동생성 기작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기작이 자연계에 존재하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지금은 로봇들이 단순반복 작업에 주로 이용되고 있으나, 뇌의 행동생성 메카니즘을 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알게 되고 이를 로봇제어에 적용한다면,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대신해 정교하고 적응력 높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이 뇌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 때 들었던 심리학 수업에서, 자연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 뇌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장 복잡하다고 하니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학문을 수행하는 주체는 우리의 생각이고, 생각은 뇌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학문의 종착역은 뇌를 이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생각했고, 그래서 뇌를 연구하기로 결심한 것도 있습니다.

 

 

Q: 가장 복잡한 시스템을 고르셨는데, 신경과학에서 공학으로 분야를 바꾸는 어려운 길을 택하신 것이 신기해요.

 

물론 분야를 바꾸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학부 수준의 지식들도 독학해 배워야 했지요. 어려운 길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편한 길들은 누군가 어느 정도 뚫어놓은 길이에요. 그런 길로 들어서면 나중에는 이미 많은 것들이 정복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편한 길로 가려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엔 더 인정받을 수 있고 경쟁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는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기를 장려하는 KAIST의 정신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과의 학부생, 대학원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first mover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이신지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정보를 모두 매핑할 계획이라 말씀 드렸는데요, 물론 이를 다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개발 경험이 있고, 뇌의 구조정보를 제가 개발한 기술들로 매핑해 본 경험이 있으며, 뇌의 기능정보를 제가 직접 셋업해 본 시스템 신경과학 기법들로 연구한 경험이 있어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연구의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저는 실험실을 다양한 분야의 학생이나 박사분들로 꾸리고자 합니다. 바이오공학, 뇌공학, 신경과학, 재료공학, 물리학 등의 각각 다른 분야 출신의 사람들 간 시너지를 통해 연구를 진행한다면, 힘든 연구도 즐겁고 쉽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Q: 서로 다른 분야의 학생들끼리 소통하기 어렵지는 않을까요?

 

다양한 분야간 소통과 협업은 미래 리더들의 필수 소양입니다. 지식의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사람들의 학습능력은 크게 변하지 않기에,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 모두에서 깊은 지식을 가지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것이 (물론 지금도 중요시 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더욱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에,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로부터 시너지를 찾는 다원주의는 필수적인 소양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다원주의를 제 교육철학으로 삼고, 다양한 분야와 배경의 사람들로 구성된 실험실을 꾸림으로써 다원주의를 고양시키고자 합니다.

 

 

Q: 구체적으로 다원주의를 고양시키실 교육이나 멘토링 방법이 있으신지요?

 

제가 계획하고 있는 한가지는 랜덤 토론입니다. 두 가지 상반된 주장에 대해 팀을 나누어 토론을 하게하는데, 랜덤하게 편을 배정하는 거죠.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의견임에도 옹호하고 방어해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타인의 생각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배양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강의를 할 때 과학적 발견에 대해 단편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발견 당시의 배경까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과학적 발견은 기존의 선입견을 깨고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들입니다. 그 발견 이전에 사람들의 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 발견이 처음 보고 되었을 때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으며, 이후에 어떻게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지 함께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다른 생각이나 패러다임에 대해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슬럼프에 빠지신 적이 있으신지요? 슬럼프에 빠진 학생에게 해주실 수 있는 조언 있으실지요?

 

제 경우는 주로 어떤 문제가 해결이 안될 때 슬럼프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저는 그 문제를 제쳐두고 다른 문제에 집중했어요. 멀리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면 문제가 작게 보이고, 그러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이었어요. 몸이 건강해질 때 정신도 건강해져서 문제 해결에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영을 무척 좋아하는데, 어서 코로나가 끝나서 학교 수영장이 오픈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마지막 방법은 자기자신을 믿는 거에요. 금화가 더럽혀졌다고 해도 금화가 금화가 아닌 다른 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인의 가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힘들 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것이 슬럼프 탈출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은 과에서 어떤 수업을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지금 대학원 수업으로 Single-cell brain mapping이라는, 개개 세포 수준에서 뇌의 지도를 만드는 기술들을 배우고 학생들이 직접 새로운 기술을 제안해보는 수업을 진행 중이에요. 이에 더해서, 신경 과학과 공학에 사용되는 기술들에 대해서 다루는 과목인 Method in Neuroscience 도 가르쳐 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Neuroscience history와 같은 과목도 가르치고 싶네요.

 

 

Q: 교수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기술들을 통해 완성된 뇌 지도가 획기적인 치료제로 연결되어, 몇몇 뇌 질병들이 실제로 정복된다면 너무나 꿈같을 것 같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선, 앞으로 20년쯤 뒤에 제자들 중 10명 정도가 저보다 나은 교수나 연구자가 되어있으면 행복할 것 같네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십시오. 편해 보이는 길은 경쟁에 부딪히게 될 거에요. 처음엔 힘들더라도 본인만의 길을 간다면, 결국 더 편하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김유현 기자(yhkim609@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