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main2.jpg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

 

바이오및뇌공학과의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해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는 ‘과학 산책’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바이오나노/마이크로시스템 (BioNano/MEMS) 분야를 선도해 오신 우리 학과 조영호 교수님께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1. 교수님께서 오랜 기간 연구하신 MEMS 기술은 오늘 이야기 나눠볼 디지털나노시스템과도 관련이 깊을 것 같습니다. 이 기술이 생소할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MEMS는 전자 소자를 만드는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이용해서 기계, 유체, 광학, 생화학 등의 비전자 소자를 집적하여 초소형으로 제작하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자는 3P인 성능 (performance), 전력 (power), 가격 (price)의 측면에서 다른 기술보다 유리합니다. 소자가 작아질수록 작동 속도가 빨라지고, 소모하는 전력이 줄어들고, 또한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아질수록 한 번에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오늘의 과학 산책 주제인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이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생체 모사와 생체 모방은 좀 다른데, 생체 모방은 상어의 지느러미 구조를 모방하여 물속에서의 저항을 줄인 수영복과 같이 주로 형태의 모방입니다. 생체 조직을 만들어낼 수 없어 사용 가능한 소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공적인 소재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양이나 구조의 변경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형태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동작 원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생체 모사입니다. 생명체의 디지털 특징을 모사한 나노 수준의 정확도를 가진 시스템이 바로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입니다.

 

3.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생명 현상은 아날로그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은 생명체의 어떤 디지털 특징을 모사하나요? 그리고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고 참고할 구조와 기능이 다양할 텐데 연구과정에서 어떻게 생체모사 아이디어를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 생명체는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스케일의 차이로, 미시적으로 보면 생명체는 디지털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근육의 움직임은 가장 작은 단위에서 액틴과 마이오신의 상호작용입니다. 액틴과 마이오신이 서로 잡아당길 때 약 30nm 정도 움직입니다. 어떨 때는 25nm, 또 다른 때에는 35nm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거리만큼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큼을 갈 건지 안 갈 건지만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신호의 직렬, 병렬 등 다양한 변조를 통해 팔의 움직임과 같이 필요한 아날로그 신호를 만들어 냅니다.

생체모사는 목적이 아니고 문제 해결의 방법입니다. 여기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나노 영역의 기기를 만들 때 불안정하고 재현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크기가 작은 시스템일수록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치수와 물성의 차이가 성능에 미치는 영향 커지고, 제작된 소자가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취약합니다. 이것은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품화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생명체도 기본 단위 요소가 마이크로/나노 스케일로이고, 공정 오차가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근육 섬유나 뼈의 두께 등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참고하여 나노/마이크로 시스템이 갖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작동기 (actuator)를 만들 때는 사람은 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왜 근육은 바로 아날로그 신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액틴과 마이오신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동작을 기계적 변조 (modulation)를 통해 아날로그 동작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만들어낼까요? 첫째로, 디지털은 잡음 등 환경의 영향에 강합니다. 추우나 더우나 액틴과 마이오신은 정해진만큼만 끌어당기거나 아예 끌어당기지 않거나 두 가지로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디지털 동작의 아날로그로의 기계적 변조에도 비밀이 있습니다. 변조할 때 신호 또는 수치 그 자체가 아닌 인접한 성분과의 비례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공오차 및 물성에 대한 영향을 소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섬유의 굵기가 사람마다 달라도, 즉 가공 및 물성에 오차가 있어도 인접한 소자와의 비례를 통해 출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작동기는 아날로그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잡음이 들어오면 동작에 직접 영향이 가지만, 생명체는 디지털로 만들어진 신호를 비례를 이용한 기계적으로 변조를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과 잡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근육 이외에도 고막의 주파수 변조, 신경 신호의 활동 전위 등과 같이 다양한 생명체의 디지털 특성을 이용하여 나노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것이 디지털 생체모사입니다.

 

4.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의 개발 및 적용 사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1999년도부터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의 개발을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나노 프로그램이자 최초의 생체모사 연구단이 되었고, 이어서 다양한 나노 기술 개발이 시작되면서 나노종합발전계획 및 나노종합기술원 기획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 아까 예로 들었던 디지털 근육 구동 구현하여 제작 오차가 300nm까지 발생하는 서로 다른 기계에서 비율로 변조했을 때 구동 오차가 12nm 이내로 들어올 정도로 정확한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비장에서 얇은 관을 통해 건강한 적혈구는 통과시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깨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질병 진단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때까지 생명 연구는 항원 항체와 같은 화학적인 바이오 마커에 관심이 많았는데 저의 연구팀은 질병에 따라 달라지는 물리적인 마커를 처음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혈액에서 암세포를 골라내는 등의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는데, 기존의 바이오 마커를 이용할 때에는 검사하는 세포가 죽지만 물리적 마커를 사용할 때에는 그렇지 않은 장점이 있습니다.

 

5.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과 같이 MEMS 등을 이용하여 바이오와 관련하여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던 융합이라는 것은 생체모사와 마찬가지로 목적이 아니고 도구입니다. 융합해서 좋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융합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융합 연구를 할 때에는 융합이라고 하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무슨 문제를 풀 것인가를 잘 발굴해야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융합 이전에 문제를 발굴하는 안목이 필요하므로 많은 분야를 넓게 알아야 합니다. 생체 모사를 예로 들자면 기초과학과 공학을 함께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각각의 분야를 모두 다 자세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각 분야 사이의 링크를 잘 알아야 합니다. BT (biotechnology), IT (information technology), NT (nanotechnology)를 다 공부한다고 해도 각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융합을 할 때에는 기술과 기술 사이의 연계를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융합을 잘하기 위해 문제를 발견하는 데에는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여러 학과의 수업을 많이 들으며 아는 것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융합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만을 쌓는 것보다 관련 기술 사이의 연계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순히 전자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생명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은, 전자과를 전공하면서 생명과를 부전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학과에서도 다양한 기술의 연계를 알 수 있는 과목이 더 많이 만들어져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왜 융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나의 기술로 풀 수 있는 문제에는 융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융합을 하려면 문제 자체가 융합적인, 융합이어야 풀 수 있는 문제여야 합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학생들이 단일 분야만으로는 풀리지 않고 융합을 통해서 풀 수 있는 문제를 잘 찾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융합 연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를 잘하는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필요하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각 분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알면 됩니다. 그리고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할 경우 분업처럼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융합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같아야 합니다. 아무리 다른 기술을 가져도 연구의 목적이 같을 때는 융합이 잘 이루어질 수 있지만, 목적이 다른 경우 융합 연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6. 앞으로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을 이용한 디바이스로는 어떤 것이 등장하여 우리의 삶에 쓰일지 알고 싶습니다.

앞에 얘기했던 생체의 물리적인 마커를 이용한 암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고, 뇌와 관련된 연구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학 기술은 정보처리의 양과 속도로만 경쟁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양과 속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도전해야 합니다. 생명체에서는 근육의 경우 기계적 변조를 하고, 눈은 광학적 변조를 하는 등 다양한 변조가 다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많은 공학 제품들은 전자만을 매체로 가집니다. 그래서 전자 매체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MEMS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 회로는 계산은 가능하지만, 생물학적 매체 즉 단백질 등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은 기계적, 광학적, 열유체적 등의 매체를 함께 쓸 수 있는 소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AI 또한 양과 속도로 다루어지는 개념입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에 대해서는 많은 데이터와 빠른 계산으로 인간을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감정이나 선호도처럼 규칙적이지 않은 것에는 뛰어나지 않습니다. 같은 온도와 습도라도 사람마다 누군가는 덥고 누군가는 추운데 이것은 인공지능으로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주관성이 들어가는 순간 양과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보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고, 속도보다는 어떤 새로운 기능을 주느냐가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생체모사 디지털나노시스템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인간의 감정과 같이 주관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카메라가 눈보다 우수하고, 인간이 만든 마이크가 귀보다 우수하고 작동기도 인간보다 힘이 세게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인간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것은 현재의 많은 연구가 모든 판단과 하드웨어의 조절을 뇌로만, 즉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만으로 처리하고 해결하려고 합니다. 실제 우리의 뇌가 수많은 근육을 어떻게 조절할지까지 지시하지 않고 근육 조직들이 알아서 신호에 맞게 작동하는 것처럼 하드웨어에도 소자 자체에 처리 및 변조의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획득하여 양과 속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체모사 디지털 인공감정시스템 또는 의료시스템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재명 기자 (kwon_jae_myeo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