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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롬 박사>

 

학위과정 6년간 두 번의 출산을 포함해 세 아이를 양육하며, 암(癌)을 연구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최새롬(34세, 바이오및뇌공학과) 씨는 2022년 2월 박사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키웠던 새롬 씨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가까운 친척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암을 공부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히고 빌게이츠 장학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지원을 받으며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 입학해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이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과학교육학 및 줄기세포학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한 뒤 2016년 2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에 입학했다. 

 

새롬 씨는 “다들 미국으로 나가서 배우려고 하는데 왜 한국에 다시 돌아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라고 전했다. 대답은 간단했다. 그곳에 하고 싶은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롬 씨가 진학한 ‘시스템생물학 및 바이오영감공학 연구실’은 복잡한 생명 현상의 본질적인 원리를 시스템 차원에서 규명하는 기초 연구와 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기 위해 수학모델링이나 컴퓨터시뮬레이션 분석, 생물학 실험 등의 방법과 융합하는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연구가 창시된 곳이다. 새롬씨는 “실험 논문을 보면 ‘이 유전자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실험 후보군으로 선정하였다’라고만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도대체 왜 해당 유전자를 실험하게 되었는지 명확한 이유가 늘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기초 연구로 암의 치료 방법을 알아가는 것과 동시에 수학적 모델링으로 그 방법의 메커니즘을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KAIST 진학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새롬 씨는 박사 과정에 진학할 무렵에 첫아이를 낳았다. 출산 후 열흘 만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와 입학 면접을 치렀다. 아내의 학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편은 귀국 후 2년간 KAIST가 있는 대전에서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매일 출퇴근을 했다. 연구실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새롬 씨는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했다. 밤늦게까지 연구해도 모자란 박사 과정 학생이었지만 교내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새롬 씨의 등장은 연구실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연구실이 생긴 뒤 아이를 키우며 학위과정을 이수하는 첫 번째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새롬 씨는 연구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동료들에 비해 짧은 만큼 주어진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효율을 높였다.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는 일에 익숙해져 갈 무렵 둘째 아이가 생겼다. 임신 소식을 들은 조광현 교수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출산하고 오라”는 축하를 건넸다. 임신 기간은 물론 출산 이후에도 여러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새롬 씨는 “조광현 교수님은 아이 셋을 키우는 여성 과학자의 신분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보미와 교내 KAIST어린이집의 도움을 받으며 연구를 이어갔다. 5시가 되면 어김없이 퇴근해 하원 한 큰아이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남편은 직장이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겼고 평일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새롬 씨가 전담하게 되었다.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모자랄 때면,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은 뒤 다시 연구실로 복귀하거나 아이들이 잠든 새벽 시간에 남은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실험을 주로 하는 생물학 분야를 전공한 새롬 씨는 수학리모델링과 컴퓨터시뮬레이션 분야의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박사 과정을 시작했지만, 네트워크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분석을 하여 논문을 완성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일과 가정을 모두 돌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계속 나아가게 해준 힘은 다름 아닌 성취감이었다. 새롬 씨는 “배우는 동안에는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넘어선 뒤부터는 제가 만들어낸 성과를 직접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라며, “마찬가지로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큰 원동력으로 작용해서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연구에 속도가 붙어 졸업을 준비할 즈음 세 번째 생명이 찾아왔다. 덕분에 논문의 초안은 산후조리원에서 작성됐다. 항암제 외에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악성 유방암 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할 정도의 완화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낸 졸업 논문은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암연구(Cancer Research)’지에 게재됐다. 최새롬 씨는 “저는 이 연구실에서 출산과 연구를 병행한 첫 번째 학생이자 심지어 최초의 다산(多産) 학생이라는 기록까지 갖게 됐는데, 이 중요하고 커다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가는 것 같아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일에는 직장에서 주말에는 집에서 최선을 다해 가정을 떠받치는 남편과 엄마가 제일 멋있다며 항상 용기를 주는 아이들, 어린이집과 아이돌보미 선생님, 가까이는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까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연구에 집중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며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새롬 씨는 졸업 후 창업을 할 계획이다. 기초 연구에서 얻은 소중한 결과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회사다. 스승인 조광현 교수가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새롬 씨를 지도한 조광현 교수는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롭고 도전적인 연구 주제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훌륭한 성과를 거둔 자랑스러운 졸업생”이라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