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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정보를 인풋으로 받아서 여러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처리되는 과정을 담은 이론 모델>

 

이번 달에는 최근 “How ‘who someone is’ and ‘what they did’ influences gossiping about them” 제목의 연구를 진행하신 정재승 교수님 연구실의 이정민 박사분과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신경물리학 연구실에서 석사와 박사를 졸업한 이정민입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다녔고, 대학 졸업 후에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학부 전공은 생물학이었고 세부 과정으로는 세포와 유전학을 중심으로 공부를 했는데,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수강한 인지 과학 과목에 매력을 느껴 인지, 행동, 신경과학 분야로 진로를 바꾸어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2. 이번에 몇몇 향정신병제제가 폐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안하시는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해당 연구 분야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 논문은 인지 행동 과학 분야의 연구이고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적인 의사소통에 있어서의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입니다.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분야하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인간의 행동 패턴을 수치적으로 보여주고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인지신경학적 이론 모델에 기반해서 탐구하는 연구를 다루었지만, 더 나아가 뇌영상 기법 등을 이용하여 특정 행동에 관련된 신경기전을 알아보고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계산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여러 사회적 행동들을 인지신경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나와 내 주위 사람들, 여러 인간 집단들의 실제 행동에서 학문적 의미를 찾게 되는 점이 특히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Q3. 이번 논문의 대략적인 내용은 어떤것인가요? 이번 논문에서 새롭게 제시하신 포인트는 어떤것일지 간단히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나누는 대화의 상당한 비중(~70%)을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차지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그 자리에 없는 제 3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저희는 ‘가십’이라고 정의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가십’을 퍼뜨리게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십 행동은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집단 내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여겨져 사회적으로 지양되곤 하지만 심리학, 인문학, 사회 과학, 신경경제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는 가십이야말로 유용한 정보 공유 및 지식 습득, 사회적 통제, 유대감 형성 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희 논문에서는 사람들이 깊은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아무 정보나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발생할 이익과 비용(benefit and cost)을 주의 깊게 계산하여 실보다 득이 큰 선택을 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에 여러가지 요소(예:그 정보의 주체(누구에 관한 정보인가)와 내용(어떠한 내용의 정보인가) 등)을 이용해 사회적 정보를 분류하고, 정보가 가진 요소에 따라 사람들의 가십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습니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사람들은 타인과 공유했을 때 이득이 될 정보(예: 사회 규범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할 행동에 관한 정보나 나와 가까운 사람의 긍정적인 정보 등)와 손해일 수 있는 정보(예: 나와 가까운 사람의 부정적인 정보)를 구분한다는 것이 행동 패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즉 우리가 “가십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는, 그저 가벼운 흥밋거리로 정보를 소비하기 위해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는 가볍고 경솔하고 때로는 악의적인 행동이라고까지 여겨지는 가십이 사실은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교한 가치 판단을 거쳐 결정되는 고등 인지 행동이라는 점을 제시해주는 흥미로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4.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까다로웠던, 혹은 힘들었던 부분이 있으셨는지요? 있으셨다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신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인간 대상의 연구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험자들에게 실험 방법 및 주요 사항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한다고 해도, 모두가 성실하게 실험해 임해주리라는 보장이 없는 데다가 각각의 피험자가 설명을 조금씩 다르게 이해해서 실험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위험 요소도 존재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상세한 실험 프로토콜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고, 또한 모수를 최대한 늘려 노이즈를 줄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기면서 피험자 모집 및 실험 장소 수배에 난항을 겪기도 했고요. 그리고 분야적인 어려움도 있는데, 최대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가십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실험한 기존 문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정보를 정의, 분류하고 기준에 맞춰 새롭게 생성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보가 가진 요소(예를 들어 ‘도덕적’ 요소, ‘일상적’ 요소 등의 내용적 요소)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 또한 복잡한 작업이었습니다. 이에 무조건 과거 문헌에서 도덕을 정의한 사례, 일상적인 정보를 분류한 사례 등을 찾아서 따라하기 보다는, 일단 자체적으로 독립적인 리스트를 생성한 뒤 문헌과 비교하여 더 넣을 것과 뺄 것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요소가 실험 설계에 포함되어야하는 (혹은 포함되지 않아야 하는) 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세부적으로 정보를 분류하다 보니 실험 컨디션의 가짓수가 많아져서 결과를 정리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에 연구를 관통하는 하나의 커다란 줄기를 결정하고 그것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결과를 정리하고 해석했습니다.

 

Q5. 마지막으로 대학원을 계획하고 있는, 혹은 이제 막 입학한 후배들에게 해주실 팁이 있을까요?

늘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매사에 의욕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연구는 처음부터 답을 알고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때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혹은 이렇다 할 결과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긴 시간을 들여서 진행한 실험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의욕을 잃게 될 수도 있겠지만 뜻밖의 결과는 뜻밖의 결과 나름, 결과가 없는 경우는 결과가 없는 나름 해석에 따라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있을거고요. 눈앞의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늘 긍정적인 태도로 연구 생활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참고: Lee, Jeungmin, et al. "How ‘who someone is’ and ‘what they did’ influences gossiping about them." Plos one 17.7 (2022): e0269812.

       

김준희 기자 (jjoon9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