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교수>
이번 달에는 올해 6월 우리 학과에 새로 부임하신 이혜선 교수님을 취재하였습니다. 이혜선 교수님께서는 Tianjin Univ. of Commerce에서 학부를 마치시고, 서울대학교에서 동물생명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이후 Boston Univ.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의공학 분야에서 근무하시다가 올해 6월부터 부임하시어 현재 조교수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Q. 최근 저희 학과 교수님으로 부임해주신 만큼, 교수님과 연구실에 대해 궁금한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먼저 인터뷰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6월 1일부로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조교수로 함께하게 된 이혜선이라고 합니다. 면역세포 엔지니어링이라는 연구실을 운영할 예정이고, 연구적인 부분 외에도 생활적인 부분 등 궁금하신 게 있으시다면 편히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웃음). 앞으로 바이오및뇌공학과,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창의적인 연구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Q. 이어,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향후 계획 중이신 연구 내용의 소개도 함께 부탁드려도 될까요?
A. 네, 현재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T 세포 엔지니어링, 그 중에서도 CAR-T 세포 엔지니어링분야입니다. CAR-T 세포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CAR-T 엔지니어링이란 환자 유래의 면역 T 세포에 합성 생물학적 기법으로 디자인된 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라는 수용체를 도입함으로써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T 세포를 디자인/엔지니어링 하는 기술을 일컫습니다. 기술 개발 자체는 약 20여년전부터 진행되어 비교적 최근인 5년 전에는 임상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빅파마 (big pharma)에서도 CAR-T 엔지니어링을 활용한 세포 치료제를 앞다투어 개발하면서 굉장히 뜨거운 분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획기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AR-T 세포의 구조적/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극복되어야 할 많은 문제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체내로 주입한 CAR-T 세포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이나, T 세포가 굉장히 빠르게 무기력한 상태 (exhaustion)에 도달하는 문제, 혹은 종양 세포와 정상 세포를 특이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독성 문제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합성 생물학적 기법으로 T 세포의 회로 (circuit)를 디자인하여 T 세포가 외부 환경이나 신호에 의해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러한 회로를 T 세포에 적용시키면, T 세포가 내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결론적으로 외부에서도 CAR-T 세포를 언제·어디서·어떻게 작동시킬지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CAR-T 세포를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대표적인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향후에는 이런 T 세포뿐 아니라 우리 몸 내부의 다른 면역세포들 (대식 세포, NK 세포 등)에도 각 세포에 맞는 회로를 디자인하여 점차 적용 대상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면역 세포는 그 자체로 질병을 진단하는 일종의 세포 진단제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후에는 이와 같이 회로를 통해 엔지니어링된 면역 세포를 활용하여 세포 치료제 외에 세포 진단제 분야로도 그 응용 범위를 넓혀 보다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세부적으로는 합성 생물학적으로 면역 세포를 디자인/엔지니어링 할 수 있는 툴킷 (toolkits)을 개발하고, 면역 세포 내부로 유전자 회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법과, 이러한 엔지니어링된 면역 세포를 시공간적으로 정밀하게 컨트롤하여 특히 치료가 어려운 고형암 (solid tumor)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를 추후 진행할 계획입니다.
(Q. 세포 진단제로써 면역 세포의 기능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암의 초기 진단은 곧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암을 초기 진단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영상 의료기술을 활용하거나 혹은 혈액 내의 종양 지표를 감지하는 방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암의 초기 단계에는 이러한 기술의 핵심 대상인 순환 종양 세포 (circulating tumor cells, CTCs)의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런 순환 종양 세포가 대사작용을 통해 혈액 내에서 분비하는 RNA, DNA, 항원 등을 측정하여 초기 암을 진단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 또한 현저히 낮은 민감도와 정확도가 큰 한계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편, 수지상 세포 (dendritic cell)나 대식 세포 (macrophage)와 같은 면역 세포는 우리 몸 안으로 외부 항원이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이를 인식하고 주변에 신호를 전달하는 뛰어난 고유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고유 기능에 착안하여 외부 항원을 인지했을 때 활성화되는 신호를 증폭시켜 혈액으로 다량의 특정 분자를 분비할 수 있도록 하는 회로를 디자인한다면, 혈액 내 해당 분자를 통해 초기 암을 진단하는 진보된 방법을 개발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초기 단계의 질병을 진단하는 세포 진단제로써 면역 세포의 기능을 새롭게 발굴해보고자 합니다.
Q. 교수님의 학부/대학원 시절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A. 저는 사실 조금 뒤늦게 공부와 연구를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조금 아쉬운 순간들을 꼽자면 학부 때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전공 지식을 차곡차곡 쌓지 못했던 시간들인 것 같아요. 저는 중국에서 학부를 졸업했는데, 중국에서도 대학 입시가 만만치 않은 편이거든요. 돌이켜보면 그 당시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간없이 그저 시험 준비만 열심히 하다 보니 대학에 진학해서는 내내 공부는 뒤로 미뤄두고 열심히 놀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연구실에 들어가 실험실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비록 공부는 싫어했지만 그 실험실 생활을 통해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그 때야 비로소 조금씩 터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실험을 계획/디자인하고 수행하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좋아하고 잘하는 구나’ 이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것을 계기로 고민 끝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초반에는 전공 지식이나 낯선 용어 때문에 어려운 점들이 많아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정말 2-3학기 동안은 백지 상태에서 전공 기초를 쌓고 보완하기 위해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지금까지도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분들에게 학부 때부터 전공 기초를 탄탄히 하시기를 꼭 당부 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교수님들께서 강의를 준비하실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들이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단시간 안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원 초반에 자신감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가 부족한 기본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초를 탄탄히 다져 놓는다면, 꼭 대학원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자신감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전공 기초를 쌓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대학원 동기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진행했던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분자 세포 생물학을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시작했거든요. 학기 중에는 열심히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른 뒤에 방학이 되면 한 사람당 한 챕터씩 요약해서 다시 설명하는 스터디를 했었는데,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챕터를 담당하게 되면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정리하고 요점을 파악할 수 있어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도 그 당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는지, 그리고 교수가 되기로 결심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진로에 대한 고민은 제게도 항상 숙제처럼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학부 때도 그랬고, 대학원 때도 항상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사실 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믿고 나아가 여기에 정답 또한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린 나이부터 ‘난 앞으로 커서 무엇을 해야지’ 하는 굳건한 믿음에서 시작했던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지 않을까 해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당시에는 어렸을 때부터 뚜렷한 목표와 길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는데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느 쪽이든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가야할 길을 정했든 아직 정하지 못했든 너무 걱정하고 조급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온전히 본인의 삶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 이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 또한 한 사람의 삶의 흔적이고 궤적이기 때문에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교수를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과학, 그리고 연구와 같은 이런 키워드의 테두리 내에서 정할 수 있는 진로 (교수, 연구원, 회사원, 창업, ···) 중 현재 저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교수가 됐지만, 한 명의 책임자/관리자로서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기도 하구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고민 그 자체로도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Q. 도전하는 연구나 과제가 잘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 오시면서 교수님께서도 어려운 점들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힘든 점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시나요?
A. 처음에 이 질문을 듣고 이전에 연구 과제가 잘 풀리지 않아서 괴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지 고민해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연구 과제가 잘 풀리지 않은 적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저한테는 연구 과제가 잘 풀려야 된다는 전제 자체가 조금은 낯설게 들렸습니다. 연구는 잘 풀릴 수도 있고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지 반드시 잘 풀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선은 조금 잘못된 가정인 것 같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연구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 또한 연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에게 있어서 학위 과정 중에 어려웠던 점이라고 한다면 연구 자체보다는 사회적 환경과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분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연구가 즐겁다는 관점에서 보면 학위 과정이 괴롭지 않아야 되는 게 맞거든요. 그럼에도 학위 과정이 힘든 이유는 스스로 정해놓은 시간과 규율, 그리고 남들과의 비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박사후과정을 6년 반이라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했는데요. 그 긴 시간을 인내하는 동안 굉장히 초조하고 불안하고 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진행했던 연구가 어려웠다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인 비교에서 오는 힘듦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그 때 했던 심리적인 고민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지만, 그 시간 중에 있을 때는 정말 다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줘도 해결되지가 않거든요.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긍정 회로를 돌리는 게 필요하고 실제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피하지 못하면 즐긴다는 마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 등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혹여라도 연구적인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저는 그런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힘든 이유가 정말 연구적인 것에서 오는 것인지 혹은 다른 부분에서 오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고민해보고 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추후 진행하고 싶으신 과목이 있으시다면, 어떤 과목을 개설하고 싶으신가요?
A. 다음 학기에는 제가 가장 기본적인 전공 필수 과목 중 하나인 분자세포생물학을 담당하게 되는데요. 만약 우리 학과에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게 된다면, 합성 생물학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합성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과목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융합 학문을 추구하는 학과 특성상 합성 생물학적 기법이 바이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어떻게 접목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 최신 동향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같은 경우에는 아직 합성 생물학에 대한 체계적인 수업이 조금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강의를 개설한다면 향후 합성 생물학 기법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교수님 연구실에 지원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은데, 향후 연구실에 들어올 예비대학원생 분들에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해주고 싶으신가요?
A. 한 마디로 저희 연구실을 졸업하고 나갔을 때 주변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고 연구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다방면을 훌륭하게 갖춘 사람이어야 하겠죠. 여기에는 전공 지식과 자신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의 연구를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는 스피치 능력,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소통하는 능력, 과학자라면 갖춰야 할 논리적인 사고 방식도 포함되고요. 이외에도 과학적 글쓰기 능력, 일반 사람들에게도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문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문제 해결 능력, 마지막으로 전체를 아울러 바라보고 생각하는 통찰력 등을 다각적으로 지도해주고 싶습니다.
Q. 반대로, 교수님께서는 연구실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실 때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 연구실에 지원하기 전에 선행되면 좋은 과목이나 강의가 있을까요?
A. 물론 저희 연구실의 연구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실제로 저희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는 성향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 같습니다. 특별히 보다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성향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연구실이라는 사회적 환경에서 잘 융합하여 생활할 수 있는지 정말 가장 기본적인 그런 성향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인 연구실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하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덜 괴롭고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습니다.
선행 과목의 경우, 저 역시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과목 같은 건 없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했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분자세포생물학이나 면역학에 대해 탄탄한 기초가 있다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연구실 지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연구실에 들어와 배우면서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거나 재미를 느낄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행 과목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Q. 학자로서, 연구에 대한 교수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A. 현재 한국은 특히 합성 생물학 분야와 관련하여 후발 주자로서 비교적 인력도 적고 해당 인력들이 갈 수 있는 자리나 위치도 많이 적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합성 생물학 기법을 적극 활용한 면역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이자 교육자로서는 많은 인력들을 배출하여 합성 생물학/면역세포 치료제 분야가 보다 부흥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으로는 저희 연구실을 거쳐 간 모든 학생들이 연구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하는 곳에 성공적으로 취직하고, 즐겁게 연구하며,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동문 네트워크 (alumni)를 구성하여 사회와 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라는 것은 혼자 할 때는 버겁고 힘들 수 있지만 함께할수록 발전되고 즐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루빨리 성장해서 서로 든든한 동료가 되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을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저는 좀 모든 것에 느린 편이었던 것 같아요. 박사 과정도 길게 한 편이고, 박사후과정은 더 길게 한 편이고요. 이런 긴 과정들 속에서 힘든 시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신 학생이 있으시다면, 느리더라도 차곡차곡 옮은 길을 가시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빠르게 가다가 웅덩이에 빠지면 결국은 더 오래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차곡차곡 올라가면 괜찮다라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혜선 교수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혜선 교수님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view/icelab-kaist
기사 작성: 용인성 (aassyt76@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