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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 소개’는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주요 과목에 대한 교수님, 학부 졸업생, 재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새내기와 진입생이 학과를 선택하고 과목을 수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이번에는 저희 학과의 전공 필수 과목 중 하나이자 두 개의 실험 과목 중 봄학기에 개설되는 실험 과목 ‘바이오 공학실험I (이하 계측1)’을 주제로, 남윤기 학과장님과 계측1 수강 경험이 있는 두 분의 학부 졸업생(대학원생), 두 분의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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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측 1, 2 과목의 다양한 실험들을 수행하는 계측 실험실 >

 

 

<남윤기 학과장님 인터뷰>

 

Q1. 학생들이 계측 1을 실제 수강하기 전까지 이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은데요. 혹시 이 과목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바이오공학실험 I (계측 1) 과목은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 데이터 (생체 신호, 유전자 정보 등)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직접 처리(data processing)하고 분석(data analysis)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먼저 반 학기에 걸쳐서 시간에 따라 크기가 변화하는 바이오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게 되며, 나머지 반 학기 동안에는 유전자 발현 데이터 베이스나 단백질 구조 시퀀스 데이터 등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분석하게 됩니다. 

이 두 종류의 데이터는 표면적으로 볼 때 그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분석에 있어서의 접근법도 조금 다릅니다. 먼저 전반부에 배우는 ECG나 EEG와 같은 바이오 신호는 모두 숫자로 이루어진 데이터입니다. 즉, 일정 시간 동안 아날로그 신호를 수집해서 ADC를 거쳐 이진법으로 표현해둔 일종의 수열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신호 데이터는 시간 영역에서 특성을 찾거나 푸리에 변환 같은 기법을 적용하여 주파수 영역에서 주로 분석하게 됩니다. 반면, 후반부에 배우는 유전자 데이터는 시간과는 큰 상관이 없으며, 문자로 이루어진 데이터입니다. 문자로 나열된 서열로부터 반복되는 패턴을 찾거나,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고, 정상인과 암 환자의 유전자 발현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시간 영역에서의 분석과는 별개의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분석을 하게 됩니다. 물론 계측 1에서 다루는 바이오 데이터는 모두 생명과나 뇌인지과학과 혹은 의과학대학원 등 바이오를 연구하는 어떤 곳을 가든 자주 접하게 될 범용적인 타입의 바이오 데이터입니다.

(Q. 교수님께서 맡으신 랩3에서 어떤 바이오 데이터를 분석하게 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앞서 계측 1의 전반부(랩 1~4)에서는 시간에 따라서 그 세기가 변화하는 신호 타입의 바이오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설명 드렸는데, 랩 1~2과 랩4에서 사지(ECG, EMG)나 뇌 표면에 전극(EEG)을 붙여서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신호를 다룬다면, 제가 맡았던 랩 3에서는 실제 뇌 내부 뉴런들의 스파이크 신호(extracellular recording)를 분석하게 됩니다. 분석 방법도 EEG를 분석할 땐 푸리에 변환을 사용한다면, 랩 3에서는 뉴런의 활동 정보를 담은 스파이크 개수를 세는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요. 물론 ECG나 EEG 신호처럼 스파이크 신호를 학생들이 직접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랩 3에서는 저희 연구실에서 사전에 배양된 신경 세포로부터 측정한 신호 데이터를 분석하게 됩니다.

 

 

Q2.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계측 1에 포함된 10개의 실험을 수행하면서 어떤 점을 익히고 경험하기를 바라시나요? 

암 환자와 정상인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말은 일반인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 유전자 데이터를 보면, 그것을 직접 다뤄보지 않으면, 그 데이터는 일종의 암호에 불과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10개의 랩에서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 데이터를 다루면서 컴퓨터를 활용한 분석에 조금 더 친숙해지고, 바이오 데이터가 표면적으로는 그 특성이 달라 보여도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본질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계측 1에서 어떤 랩은 파이썬을 쓰고, 다른 랩은 메트랩(MATLAB)을 쓰고 이런 식으로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경험하도록 만들고,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각 랩마다 서로 다르게 보이는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를 다루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즉, 학생들이 어떤 데이터를 환경에 따라서 메트랩도 사용해보고 파이썬을 사용해보고 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분석에 친숙해지고, 각 바이오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이 달라도 컴퓨터로 이들을 다루는 틀이나 구조 자체는 거의 유사함을 직접 경험하고 나면, 앞으로 분석에 사용하는 언어나 바이오 데이터의 종류가 달라져도 분석에 있어서의 방향성은 거의 같음을 깨닫고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로, 한 학기 동안 낯선 실험을 제한된 시간 내에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앞으로 연구를 하거나 회사에 다니면서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을 때도 큰 거부감 없이 해쳐 나갈 힘과 자신감을 얻길 바랍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10개의 랩이 다루는 주제는 무척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분명 관련된 개념을 배웠음에도, 막상 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테스크를 수행하려 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좌절을 할 수도 있고요. 특히 계측 1은 프로그래밍으로 바이오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코드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디버깅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랩 매뉴얼이 조금 더 친절하게 서술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컴플레인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랩 매뉴얼에 실험에 필요한 모든 지식이나 방법을 교과서처럼 구체적으로 적어두면, 교육 효과가 더 높아질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연구를 하든 회사를 가든 결국 어떤 곳을 가던지 낯설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항상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엔지니어링의 근본적 특성이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사수나 매니저가 해야 할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일일이 알려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즉, 계측 1에서 최소한의 배경지식과 과정만 적힌 랩 매뉴얼을 바탕으로, 10개의 낯선 실험을 학생 스스로 생각해서 에센스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이유는, 그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곳에 가든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아듣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Q3.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구, 취업,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계측 1을 수강함으로써 기를 수 있는 특별한 가치나 마인드 셋은 어떤 게 있을까요?

계측 1은 연구나 취업, 창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학과를 진입할 때부터 나는 무엇을 할 것이다가 모두 정해진 학생에게는 이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과목을 듣던 하고 싶은 일과 관련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지겠죠. 그러나, 그런 학생을 제외하면, 계측 1을 들을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들어보는 게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간단한 비유로, 낯선 나라에 여행을 간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거기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될 때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뷔페에 가서 그 나라의 음식을 하나씩 먹어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뷔페처럼 전문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오늘은 여기 다음 날은 여기 이런 식으로 다 먹어 보는 거죠. 그렇게 하면, 나는 어떤 음식이 더 입맛에 맞는지, 이 나라의 음식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즉,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계측 1은 이 비유 속 낯선 나라의 뷔페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마다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는 분야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저처럼 시간 도메인에서 신호를 수학과 맞춰서 분석하는 게 잘 맞을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사람은 문자로 쓰여진 것에 생명의 신비가 숨어 있다 생각하며, 더 효율적인 탐색법을 찾는 게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이나 신문만 본다고 해서 본인이 어떤 분야에 잘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계측 1에서처럼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 데이터를 가지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 분석을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죠. 또한, 계측 1을 시작점 삼아서, 특별히 흥미가 있거나 적성에 맞다고 느껴지는 게 있다면, 저희 학과의 바이오 정보학이나 바이오 데이터 공학, 유전체정보학 같은 더 심화된 강의를 수강하거나 그 랩과 관련된 연구실에서 개별연구를 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앞서 랩 3에서 사용하는 데이터가 배양한 세포로부터 측정한 것이라 했는데, 이 같은 측정 방법에 흥미를 느껴 개별연구를 하러 저희 연구실에 찾아온 학생도 있었고요. 

계측 1이 과목의 깊이가 없이 넓고 얕게만 배우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오 공학이라는 학문은 근본적으로 여러 과목이 융합되면서 만들어지는 학문입니다. 그렇기에, 계측 1에서 총 10개의 랩을 주제로 매주 낯설고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는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 학문에 대한 깊이를 쌓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뇌과 학생회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