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박사>
이번 달에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김필남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하고 계시는 이현진 박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현진 박사님은 올해 3월 ‘Differential cellular origins of the extracellular matrix of tumor and normal tissues according to colorectal cancer subtypes’ 라는 주제로 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논문을 게재하셨습니다
Q1. 안녕하세요, 이달의 학과 연구 성과 취재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김필남 교수님께서 운영하는 암 공학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박사후연구원 이현진입니다. 주요 관심분야가 종양 조직 단백체 분석과 이를 활용한 실험실에서의 종양 모델 재현인데, 이에 대해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Q2. 올해 3월 publish된 ‘Differential cellular origins of the extracellular matrix of tumor and normal tissues according to colorectal cancer subtypes’ 논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3월에 출간된 저의 논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암의 이질성(heterogeneity) 이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장에 생긴 암을 일반적으로 대장암이라고 부르지만, 암의 악성도, 암세포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조직 주변의 세포들은 분자생물학적으로 어떻게 다른 지에 따라서 다양한 아형으로 분류됩니다.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CMS4 타입의 경우 다른 타입들과 다르게 암세포들이 좀 더 주변 기질로 침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환경들이 이런 특성을 만드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대장암 환자의 대장암 조직과 주변 정상 조직을 활용해 조직에 존재하는 세포외기질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TMT proteomics 기술을 이용해 대규모 샘플들을 정량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더 나아가 차등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들이 어떤 세포로부터 유래되는지에 대한 분석을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단백체 분석과 전사체 분석을 결합해 암의 아형에 따른 특이적인 단백질과 이를 발현하는 세포를 밝혀내 아형에 따른 특이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가 될 것 같습니다.
<연구 모식도 및 관련 내용 대표 이미지>
Q3. 이어,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종양 조직을 실험실에서 제작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종양 조직을 실험실에서 제작하는 방법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오가노이드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조직에 존재하는 단백질과는 너무나 다른 상업적인 매트릭스를 활용해 키워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특정 아형의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가노이드가 자라는 매트릭스를 변화시키는 전략을 생각했습니다. 오가노이드를 키우는 매트릭스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환자 조직을 구성하는 ECM들을 유지하면서 키울 수 있는 탈세포 조직이 가장 암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용하게 되었고, 그 전에 탈세포 조직들이 아형별로 특이적인 단백질들이 있을까 궁금해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특이적인 단백질들이 존재했고, 이를 발현하는 세포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Q4. 작년 위암 ECM 단백체 연구로 논문을 내셨는데, 이번에는 대장암에 대해서 연구하셨습니다. 두 암종에서 동일한 ECM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직접 연구하시면서 두 암종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대장암과 위암은 모두 소화기관계와 관련된 암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요. 제가 두 암종에 대해서 단백체를 분석해 보았을 때, 악성도가 높은 암 아형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많이 발현하는 단백체들이 많이 겹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분석을 진행했을 때, 꽤 비슷하게 나와서 소화기관 전체에 적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장과 위장관 모두 아무래도 관을 이루는 조직이다 보니 세포외기질을 만들어내는 섬유아세포의 종류에 대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이 관찰되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우선 대장암의 경우 조직의 분자학적인 특징에 따라서 단백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기 때문에, 분자학적인 특징이 시퀀싱 등을 통해 결정되었을 때 사용될 수 있는 반면, 위암의 경우에는 조직학적인 특징에 따라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기 때문에 조금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Q5. CMS4 아형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며 예후와 관련된 7개의 ECM 유전자가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ECM 분자가 CMS4 대장암 환자에서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나 치료 타겟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특히, 기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에서 환자 선별 기준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CMS4와 같은 아형을 결정 짓는 데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기준으로 아형을 결정하는데요. 이러한 유전자 발현의 경우 조직의 순간적인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세포외기질의 단백체의 경우, 지금까지 있었던 역사가 중첩되고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암세포가 영향을 받아온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전사체 발현 분석을 통해 치료법이 결정되었다면, 암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체들도 고려되었을 때 더욱 더 의미 있는 치료법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들이 대부분 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들이나 종양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들을 타겟으로 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전사체적인 특징과 단백체 특징이 결합해 종양 미세환경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다면,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나 치료 타겟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또한 최근 기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상 조직에는 많이 존재하지 않고 종양 기질에 존재하는 특정 섬유아세포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법을 만드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Q6. 본 논문 연구에 1저자로 참여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기여를 해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논문에 1저자로 참여하면서 세포외기질 단백질을 분석하기 위해 전처리 과정부터 단백체 분석 기기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직접 분석했으며, 최정균 교수님 연구실에서 제공해주신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통해 차등 발현하는 단백질이 어떠한 타입의 세포로부터 주로 발현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직접 수행했습니다. 공동 저자로 등록된 여러 연구자 및 병원 관계자분들의 도움을 통해 다양한 타입의 대장암 환자에 대해 정상 및 암조직을 얻을 수 있었고, 해당 조직들에 대한 벌크 전사체 분석을 함께 진행해 CMS 타입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Q7. 본 연구를 진행하시는 과정과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또한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단백체 분석에서 나온 결과들을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게 연결 짓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3000여개의 단백질들 중 특정 아형에 유의미하게 발현하는 것들이 수십 개 정도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단백질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고, 왜 이런 단백질들이 특이적으로 존재했을까?’ 에 대한 답변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단백질들이 많다에서 끝날 수 있었지만, 분명 연결점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데이터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최정균 교수님 연구실에서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와 세포 구별 방법 등을 활용해 특정 세포 타입과 단백체 분석 결과를 연결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리포팅 연구로만 끝난 것이 아니고, 발현하는 세포와 단백질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게 하는 연구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8. 현재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지, 혹은 추후 어떤 연구를 더 해보고 싶으신 지 궁금합니다.
Q9. 박사과정을 하시면서 어떤 순간 가장 행복 했는 지와 가장 힘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사과정은 기본적으로 기존과 다른 새롭고 의미 있는 것들을 연구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과정에서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분석한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만큼 보람 있고, 내 자신에게 굉장히 많은 보상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두 편의 논문을 통해 결실을 맺었고, 연구한 내용과 관련해서 학회에서 발표했을 때 수상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러한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힘들었던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애써 분석한 데이터에서 가설대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가, 열심히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문 피규어 중에 아주 작은 그림 하나만 만들어진다고 느껴졌을 때는 완성하기 위해 갈 길이 굉장히 멀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런 것들이 짧은 순간순간 보상을 얻고 싶어하는 저에게는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좋은 동료분들과 응원해주시고 하찮아 보이는 데이터라도 깊게 생각해주신 교수님 덕분에 행복했던 순간을 가지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Q10. 작년 박사과정을 졸업하시고, 현재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 나가고 계신데, 학위 과정을 마치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써 조언 부탁드립니다.
박사 과정 같이 하나의 긴 학위 과정을 마친다는 것이 지금 현재 나의 상태로 보았을 때는 부족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족해 보이는 나도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는 충분히 전문적이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 것 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학회 포스터 발표 때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완벽하고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연구를 잘 정리해서 한번 마무리를 하고 가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더 깊이 있는 연구는 박사후 연구원을 통해 이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했던 연구들을 잘 정리하고 부족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학위 과정을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후배님들 모두 밤낮으로 연구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점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후배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연구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계속 곁에 있기를 또는 새롭게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