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승현 박사(왼쪽), 조하새암 박사(오른쪽)>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류승현 박사님, 조하새암 박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2월 화제의 졸업생으로 선정된 류승현 박사님은 이번 2026년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박사과정 대표로 학위를 수여 받았습니다. 조하새암 박사님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된 타우와 미세소관 단백질의 나노 구조와 메커니즘을 주로 연구해 왔습니다. 두 분은 최근 Biophysical Journal에 Regulation of microtubule radial structure by competition between Tau and paclitaxel: Binding and x-ray scattering studies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Q1. 안녕하세요, 이달의 학과 연구 성과 취재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승현 : 안녕하세요. 2013년 3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로 진입해. 2017년 2월부터 최명철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대학원 과정을 보내고 올해 2월 학위수여식에서 박사과정 대표로 학위기를 받은 류승현입니다.
조하새암 : 안녕하세요, 저는 조하새암입니다.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 생활을 했고, 2024년에 최명철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졸업을 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 한국뇌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습니다.
Q2. 최근 Biophysical Journal에 개제된 논문 Regulation of microtubule radial structure by competition between Tau and paclitaxel: Binding and x-ray scattering studies에 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류승현 : 질문 주신 논문 제목이 조금 어렵죠? (웃음)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몸의 신경세포 속에 있는 타우(Tau) 단백질 동형체에 따라 항암제인 파클리탁셀(Paclitaxel)와의 관계 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세소관의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혀낸 연구입니다.
이 연구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세소관(Microtubule)을 알아야 하는데요, 미세소관은 튜불린 이합체 (Tubulin heterodimer)의 조립으로 형성된 25 nm 지름의 빨대 같은 관 구조로, 세포의 골격을 구성하고 세포 내 물질수송의 도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나노튜브입니다. 여기에 타우처럼 미세소관에 결합하는 단백질이 붙어서 도로 역할의 미세소관을 튼튼하게 유지해 주는 등, 미세소관의 구조와 기능이 조절됩니다. 세포분열(mitosis) 과정에서 방추사가 나오는데, 이 방추사도 미세소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꼭 그때가 아니더라도 보통 일반 세포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미세소관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합니다.
논문 제목에 등장한 파클리탁셀은 미세소관 표적제의 일종으로, 미세소관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미세소관 표적 항암제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성인 인체의 중앙신경계에서 발현되는 타우의 6종 모든 동형체와 파클리탁셀이 미세소관에 어떻게 결합하고. 미세소관의 프로토필라멘트 수(직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튜불린과 약물을 섞어서 이미 만들어진 미세소관에 다른 요소들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저희는 실제 인체 환경과 비슷하게 타우 단백질과 튜불린을 섞어 미세소관을 조립한 뒤에, 파클리탁셀을 처리해 보았습니다. 미세소관에 실제 결합한 타우와 파클리탁셀의 양은 각각 웨스턴 블롯(Western Blot)과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로 측정하였으며, 미세소관의 미세한 구조 변화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 X선 소각 산란(SAXS) 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4R 타우 동형체는 파클리탁셀과 미세소관 결합 부위를 두고 강력하게 경쟁하는 반면 3R 타우는 파클리탁셀과의 경쟁이 매우 적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4R 타우가 미세소관 내강(lumen)에 더 단단히 결합함을 시사합니다 (3R, 4R에 대한 정보는 Q5 참고). 타우가 낮은 농도에서는 미세소관 외부에 결합하여 반지름을 증가시키지만(다량체 수 13개에서 14개로 증가), 농도가 높아지면 미세소관 내강에 결합하면서 반지름을 다시 크게 감소시킨다는 '이상성(biphasic)'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파클리탁셀과 같은 항암제 투여 시 발생하는 부작용인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또한, 태아(3R0N만 발현)와 성인(3R/4R 혼합 발현)의 뇌에서 타우가 미세소관을 조절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요약하자면, 이 논문은 타우의 종류에 따라 항암제와의 결합 경쟁력이 다르며, 타우가 결합하는 위치(외부 또는 내부)에 따라 미세소관의 구조가 정교하게 조절됨을 밝혀낸 중요한 연구입니다.
조하새암 : 저는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미세소관 결합 단백질 중 하나로 알려진 타우, 그리고 마찬가지로 미세소관 결합 약물로 알려진 항암제, 파클리탁셀이 경쟁적으로 결합하여 미세소관의 구조를 제어합니다.
즉, 타우와 파클리탁셀 농도에 따라 미세소관 반지름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변화를 관찰하고, 타우와 파클리탁셀이 미세소관에 얼마나 결합하였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분석한 논문입니다.
파클리탁셀은 미세소관 안쪽 특정 pocket에 결합한다고, 결합 위치가 알려져 있는 약물입니다. 반면에 타우 단백질은 결합 위치, 구조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타우와 파클리탁셀을 동시에 미세소관 시료에 넣어주었을 때, 서로 경쟁적으로 결합한다는 정량적인 데이터는 미세소관에서 타우가 파클리탁셀과 결합 위치를 일부 공유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파클리탁셀의 결합 위치는 나노튜브 형태인 미세소관의 안쪽으로, 일반적으로 타우가 결합한다고 보고된 미세소관 바깥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정량적 데이터로부터 타우의 결합 위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더 나아가서 사람 체내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타우 동형의 차이도 보입니다. 타우 동형 사이의 차이는 기능이나 병리적인 연구에서는 보고된 바가 많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타우가 미세소관에 결합하는 위치가 달라짐으로 인해 미세소관의 구조를 다르게 제어한다는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Q3. 류승현 박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이 연구가 세포 내 미세소관의 구조적 변화를 밝힌 기초 연구인 데다가, 항암제 부작용인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이나 태아와 성인의 뇌 신경계 발달 차이를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이 참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기초 메커니즘 규명이 향후 실제 임상 환경이나 신약 개발에 어떤 변화와 이로움을 가지고 오게 될까요?
류승현 : 이 연구에서 밝혀진 미세소관과 타우 단백질. 그리고 파클리탁셀 간의 기초적인 상호작용 메커니즘은 향후 임상 환경과 신약 개발 분야에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변화와 이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환자 맞춤형 항암 치료 전략 수립 (Personalized Medicine)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타우 단백질이 성인에게 6종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비율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파클리탁셀은 미세소관 내강의 결합 부위를 두고 4R 타우와는 강력하게 경쟁하지만, 3R 타우와는 거의 경쟁하지 않는데, 이는 환자의 신경계 내 타우 동형체(isoform) 구성 비율에 따라 항암제의 효과나 항암제의 부작용인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의 발생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향후 환자의 타우 발현 패턴을 분석하여 부작용 위험을 예측하고. 약물 투여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약물을 선택하는 등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부작용을 최소화한 차세대 미세소관 표적 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탁세인 계열 기반 항암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약 70%가 탈모를 경험하는데, 이게 사실 항암제가 암세포처럼 빠르게 분화/증식하는 모낭 세포를 공격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입니다. 현재 파클리탁셀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항암제가 다양한 부위에 항암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하여 치료를 중단하게 만드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약물이 미세소관의 특정 부위(내강 등)에 결합하는 방식과 타우와의 경쟁이 신경 퇴행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타우와 같은 미세소관결합단백질 (Microtubule-Associated Protein, MAP)과의 경쟁을 피하거나 미세소관의 구조적 변형을 최소화하면서도 암세포 분열만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약물 설계의 핵심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뇌 발달 단계별 신경 질환 이해 및 치료 접근법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성인은 6종의 타우 단백질을 가진다고 말씀드렸는데, 태아의 경우 한 종류의 타우만 가져 태아의 뇌에서는 3R0N 타우만 발현되는 반면, 성인의 뇌에서는 3R과 4R 타우 도합 6종이 모두 발현된다는 발달적 차이가 있습니다. 3R과 4R 타우가 미세소관 구조를 조절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입증한 이번 결과는 태아와 성인의 신경계 조절 메커니즘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발견은 태아기 발달 장애나 성인기 퇴행성 뇌질환(알츠하이머병 등)의 원인을 타우 동형체 비율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환자의 나이대 등에 따라서 각 단계에 적합한 치료 타겟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약물 저항성 극복을 위한 바이오마커 활용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암세포에서 타우의 과발현은 항암제에 대한 저항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연구가 밝힌 타우와 파클리탁셀의 결합 경쟁 메커니즘은 왜 특정 타우 동형체가 많을 때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지에 대한 분자 수준의 설명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항암제 저항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타우를 활용하거나, 타우와 항암제의 결합력을 조절하여 저항성을 극복하는 병용 요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단순한 구조 분석을 넘어 항암 화학 요법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며, 인간의 생애 주기에 따른 뇌 건강을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Q4. 조하새암 박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SAXS 데이터 분석 결과 타우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미세소관의 내부 반경(protofilament 수)이 처음에는 커지다가 특정 농도를 기점으로 다시 극적으로 작아지는 반전 현상을 포착하셨는데요. 이 역동적인 구조 변화 데이터를 처음 확인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리고 이 반경 감소 데이터가 '타우가 미세소관 내부에 결합한다'는 가설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박사님의 시각에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하새암 : 데이터를 처음 봤을 때는 새롭다, 재미있다, 왜 이럴까? 궁금하다, 등이었다가 분석이 안 되네, 어렵다 등으로 변했습니다. 타우 농도에 따른 미세소관 반지름 변화 데이터만으로 타우가 미세소관 내부에 결합한다는 가설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이 연구의 동기에는 기존 in vitro 연구들보다 생체 내부와 비슷한 조건을 조성해보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In vitro 실험의 한계가 있지만 보다 생체 내부와 비슷한 조건을 갖추어주면,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미세소관을 먼저 합성한 다음 타우 단백질을 추가하는 일반적인 in vitro 실험과 달리, 이 연구에서는 미세소관 합성 단계부터 타우 단백질을 추가하여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미세소관 반지름이 증가하고 유지되는 선행 연구 결과와 달리 대부분 타우 동형에서 미세소관 반지름이 증가했다 감소하는 흥미로운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일부 타우 동형에서는 타우가 없을 때보다 미세소관 반지름이 감소하기도 하는 충격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미세소관에 타우 단백질이 결합할수록 반지름이 증가한다는 한 가지 현상만 가지고 설명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타우 단백질은 주로 미세소관 외부에 결합한다는 연구 보고가 많지만 처음 실험을 시작할 때도 미세소관 안쪽에 결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생체 내부에서는 미세소관을 이루는 튜불린 단위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세소관이 긴 나노튜브로 합정되고, 동시에 타우 단백질도 함께 결합합니다. 최근에는 타우 단백질이 모여 있는, 액체 내 액체로 상 분리된 물방울(liquid-liquid phase separated droplet, LLPS droplet) 안으로 튜불린이 모여 미세소관으로 합성되며, 타우가 미세소관 합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세소관 내부에도 타우 단백질이 충분히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미세소관과 타우 단백질 결합은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주요한데, 미세소관 내부도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타우-미세소관 결합 위치(외부/내부)가 달라지면 미세소관 구조 변화도 다른 방식으로, 반지름 증가에서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미세소관 내부 포켓에 결합하는 파클리탁셀 위치에 주목했습니다.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 내부에 결합한다면 파클리탁셀과 위치를 일부 공유하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결합된 양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에서 파클리탁셀과 타우 단백질 모두 실제 결합 비율의 변화를 볼 수 있었고, 타우 동형체 별로 X선 데이터와 부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5. 류승현 박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논문에서 소개된 타우와 항암제 파클리탁셀이 미세소관 내부에서 서로 결합하려고 경쟁한다는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오는데요. 특히 4R 타우와 3R 타우가 이 경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하셨는데, 전공자가 아닌 독자 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게 이 분자들의 자리싸움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림) 미세소관 안팎의 부착 위치와 결합부위 R 개수에 따른 3R, 4R 구분
류승현 : 자리싸움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미세소관 안팎의 좌석 쟁탈전으로 비유하여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안과 밖이 있는 가늘고 긴 파이프 모양의 단백질 구조물이 있습니다. 이 파이프는 세포의 뼈대 역할을 하는데. 흥미롭게도 이 파이프에는 외벽과 내강 모두에 단백질들이 달라붙을 수 있는 좌석이 있습니다. 파클리탁셀은 주로 파이프 내강에 있는 특정 좌석(탁세인 부위, Taxane site)에 앉아 파이프가 부서지지 않게 꽉 고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타우는 원래 뇌 신경세포에서 이 파이프를 관리하는 단백질입니다. 타우는 보통 파이프 외벽에 앉지만, 양이 많아지면 내강으로 들어가 앉기도 합니다.
타우는 '벨크로' 역할을 하는 결합 부위의 개수에 따라 4R(벨크로 4개)과 3R(벨크로 3개)로 나뉩니다. 이 벨크로 같은 결합 부위 개수 차이가 결정적인 결합력 차이를 만듭니다. 4R 타우는 벨크로 부위가 하나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파이프 안쪽 벽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추가 갈고리(Cysteine C291)'를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이프 안쪽 자리에 한 번 앉으면 항암제(파클리탁셀)가 와서 밀어내려 해도 좀처럼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강력하게 버팁니다. 반면 3R 타우는 벨크로 부위도 적고 추가 갈고리도 없습니다. 파이프 안쪽에 앉아 있더라도 결합력이 약해서. 항암제(파클리탁셀)의 진입을 크게 저지하지 못합니다.
이 연구는 4R 타우가 많은 성인의 뇌에서는 타우가 항암제(파클리탁셀)의 자리를 미리 차지해 버려 약물작용을 방해하거나, 3R0N 타우만 있는 태아의 뇌에서는 항암제(파클리탁셀)와 타우 사이의 싸움이 거의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타우가 얼마나 강력한 갈고리를 가졌느냐에 따라 항암제(파클리탁셀)가 자기 자리에 얼마나 앉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며, 이것이 신경계의 구조적 변화와 부작용(말초신경병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 원리입니다.
Q6. 조하새암 박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포항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핵심적인 소각 X선 산란 (SAXS) 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주도하신 것 같습니다. 논문을 보면 조립된 미세소관의 방사선 손상을 막기 위해 30초 이내로 빠르게 측정해야 하는 등 실험 조건이 꽤 까다로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가속시 실험실 현장에서 실험을 세팅하고 측정하시면서 겪으신 어려움이나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하새암 : 포항가속기연구소(PAL)는 1년에 세 차례 실험 계획을 모집합니다. 여기서 선정되어야 1년에 최대 3번, 하루나 이틀의 귀한 실험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샘플을 찍어야 하므로 연구실 사람들과 교대해 가면서 밤새 실험을 하고는 했습니다. 또, 미세소관은 구조 변화가 잘 일어나서 붕괴되기 쉽습니다. 온도 등 조건을 잘 맞춰주어야 하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붕괴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좋은 샘플에서 결과를 얻기 위해 대전 연구실에서 실험 장비와 재료를 챙겨가고는 했습니다. 포항 연구소에 실험 전날에 미리 가서 세팅 및 실험 준비를 해 놓고, 다음날 실험 시간보다 일찍 가서 샘플을 만들어 바로 X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니까 쉴 시간도 별로 없어서 힘들었죠.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뭐가 있겠어요. 밤이고 낮이고 2교대나 3교대로 계속 실험만 하고, 밥도 못 먹고 다들 고생이 많았죠. 포항 가속기 실험을 배울 즈음에 연구실 선배들과 밤늦게 점심 겸 저녁으로 치킨과 즉석밥을 먹던 기억이 나네요. 밥을 먹는 도중에 실험하러 왔다 갔다 해야 했기 때문에 치킨과 피자를 자주 시켜 먹고, 자석 쿠폰을 실험실에 한가득 붙여 놓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Q7. 류승현 박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연구를 위해서 생화학적 결합 분석, 소각 X선 산란(SAXS) 실험,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하셨는데, 특히 타우 농도에 따라 미세소관 반경이 커졌다가 다시 극적으로 작아지는 변화를 포착하셨을 때를 비롯해,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도전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류승현 : 모든 실험과 분석을 직접 진행했던 만큼, 과정 중 마주하게 된 난관들 역시 아직은 생생한 편입니다. 하나만을 꼽자면 단연코, 생화학적 결합 정량분석 중 SDS-폴리아크릴아마이드 젤 전기영동(SDS-PAGE) 결과 6개의 타우 동형체 중 대다수의 동형체가 미세소관을 이루는 튜불린과 band가 겹쳤던 점입니다. 타우 동형체들은 약 36~46 kDa. 튜불린은 55 kDa의 분자량을 가지고 있는데. 타우의 경우 고정된 2차/3차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천연변성단백질 (intrinsically disordered protein. IDP)여서 실제 분자량과 전기영동 상에서 관측되는 분자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 결과 우연히 타우 단백질이 튜불린보다 분자량이 큼에도 SDS-PAGE 결과 나뉘지 않고 같은 밴드처럼 보이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전기영동 후에도 분리되지 않는 두 단백질에 대해서 각각 정량하고자 각각 Western blot을 진행하자니, 당시 여건상 한 밴드에서는 한 단백질에 대해서만 진행할 수 있어서, 원하는 만큼의 일관된 정량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예상에 없던 오랜 기간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고 비로소 새로이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Q8. 이 논문은 생화학적 Binding assay 결과와 SAXS 구조 분석 결과가 맞물려 '타우와 항암제의 내부 결합 경쟁'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 훌륭한 융합 연구입니다. 류승현 박사님과 조하새암 박사님께선 공동 1저자로 연구를 이끄신 것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 등 다수의 저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연구를 진행하셨는데, 함께 협력하여 연구를 하는 경험에서 얻었던 교훈과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류승현 : 저는 연구(硏究)라는 단어의 의미를 참 좋아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처럼 사물의 이치를 깊이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보는 일, 즉 문자 뜻 그대로 ‘갈고(硏)’ ‘다하는(究)’ 과정이 연구의 본질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연구 과정 중 한 지점인 이번 논문을 내면서 제가 새로이 배운 것은, 진리를 향한 이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여정이 결코 혼자만의 역량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서로의 전문성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연구자의 ‘열정’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특히 2025년 여름 논문 집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안식년 중이셨던 최명철 지도교수님과 UC Santa Barbara의 C. Safinya 교수님, Y. Li 박사님, S. Feinstein 교수님께서 제 연구에 다각적인 통찰을 더해 주셨습니다. 활발한 소통 과정에서 실험 결과를 이전보다 간결하고 명료한 해석으로 다듬어 나갈 수 있었고, 학위 과정 내내 품어왔던 ‘큰 그림’ 역시 혼자였다면 닿기 어려웠을 속도로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융합 연구 특유의 고충도 있었습니다. 생화학적 분석(Binding assay)과 구조 분석(X-ray scattering)처럼 서로 다른 층위의 결과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엮어내는 과정은 치열한 점검과 소통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마주하더라도 각자의 전공에 따라 중요하게 해석하는 지점이나 표현 방식이, 아우러야하는 제 입장에서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았지만, 오히려 그 간극을 메워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연구의 결론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융합 연구의 핵심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연결해 설득력 있는 하나의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꾸준히 정진하여, 언젠가 누군가에게 깊은 통찰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구자이자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조하새암 : UCSB 교수님들과는 주로 지도 교수님이자 교신 저자이신 최명철 교수님께서 논문 관련으로 소통하시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연구 결과를 UCSB 교수님들 앞에서 설명해 드리고, 의견을 들어본 경험이 몇 번 있는데요. 훌륭한 연구 업적을 쌓으시고, 명성 있는 교수님들이 나이 어린 학생들의 연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시며 흥미롭다며 적극적으로 토론해 주시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많았습니다. 연구에 있어서는 나이와 국적을 떠나 서로 언어가 달라도 함께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며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멋졌고, 저도 나이가 들어서도 저런 사람이 되어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9. 류승현 박사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함께하고 있는 학과와 학교의 동료, 선배, 후배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격려와 응원의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류승현 : 학부부터 석사, 박사 과정까지 모두 우리 학과에서 보냈습니다. 긴 시간 자리를 지키다 보니 학과가 변화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몸소 체감해 왔는데요.
최근 바이오및뇌공학과 대학원 오픈랩 행사 때 우리 연구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학사과정 2, 3, 4학년 후배들을 보며 이맘때 종종 느껴지던 것이 생각나네요. 학년마다 고민의 색깔이 다 다르더라고요. 2학년은 막연한 기대로 질문하고, 3학년은 전공 실험에 치여 정신이 없고, 4학년은 그동안 한 게 없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진로에는 정해진 답이나 왕도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는 관심 분야를 최우선으로 삼고, 누구는 학위를 마칠 기간을 고려해 선택을 내립니다. 그 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각자만의 우선순위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불안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원은 단순히 '연구 결과'를 내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연구가 삶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처음 본격적으로 배우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개별 연구나 학부생 연구 참여프로그램 등 실험 환경을 접해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되고자 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찾아가며 그 자질을 익히는 과정인 거죠.
이러한 맥락에서 더 나아가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취미를 ‘얇고 길게’ 가져가는 것입니다. 연구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너무 무거워져요. 연구실 밖에서의 취미가 삶에 있어서 일종의 향신료가 되어 주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취미를 통해 익힌 감각이나 습관들이 결국 본인의 연구에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주거든요. 짧게는 대학원, 길게는 연구를 업으로 삼는 생활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자신만의 즐거움을 꼭 챙기셨으면 합니다.
이미 곳곳 훌륭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계신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는 저 류승현의 언제나처럼 뜨거운 응원을, 그리고 고민 많을 후배님들께는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도 충분히 괜찮다는 격려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인 만큼, 여러분과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늘 즐겁게 고민하며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TA허서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