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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명 박사과정과 제노스페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초박형 광시야 카메라>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님 연구실의 권재명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Biologically inspired microlens array camera for high-resolution wide field-of-view imaging”이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생곤충인 제노스 페키(Xenos peckii)의 독특한 시각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총 두께 0.94 mm의 초박형 폼팩터로 140°의 광시야각을 달성한 카메라입니다. 광학·공정 설계부터 웨이퍼 레벨 제작, 영상 재구성, 응용 실험까지 한 사이클을 모두 거친 연구로, 학과 홈페이지를 통해 권재명 연구원을 만나 연구 이야기와 박사과정에서의 소회를 들어 보았습니다.

 

Q. 먼저 학과 홈페이지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이번 논문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님 연구실의 박사과정 권재명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서 마이크로·나노 스케일의 광학 디바이스를 만드는 연구를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마이크로 렌즈를 중심으로, 기존에 달성하기 어려웠던 ‘작으면서도 넓은 각도를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곤충의 시각 시스템을 모사해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소자 설계, 광학 설계, 공정 설계, 제작, 평가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했습니다.

 

Q. 논문 제목이 다소 전문적인데요. 학부생이나 비전공자에게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왜 하필 이 곤충이었나요?

 

A. ‘곤충의 눈에서 힌트를 얻어, 아주 얇으면서도 넓고 선명하게 보는 카메라를 만든 연구’라는 표현이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곤충형 카메라’ 하면 잠자리 같은 겹눈을 떠올리실 텐데, 겹눈은 눈 하나가 하나의 픽셀처럼 작동합니다. 눈이 100개여도 사실상 100픽셀에 가까운 셈이라, 작은 카메라를 만들 수는 있지만 해상도가 부족해 실용성이 떨어집니다.

저희가 주목한 제노스 페키(Xenos peckii)라는 곤충은 일반적인 겹눈과 달리, 눈 하나가 하나의 픽셀이 아니라 하나의 ‘부분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같은 공간 대비 훨씬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고, 그 부분 이미지들을 합쳐 광시야의 전체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Q. 스마트폰, 내시경, 웨어러블 기기처럼 작은 장치에 카메라를 넣으려면 얇아져야 하지만, 동시에 넓고 선명하게 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기존 초광각 카메라나 microlens array 카메라에는 어떤 한계가 있었고, 연구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잡았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A.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카메라 자체는 정기훈 교수님께서 박사 논문에서부터 이어 오신 오랜 주제입니다. 보통의 ‘곤충형 카메라’는 잠자리 눈처럼 곡면 센서를 사용해서 둥근 형태를 가지는데, 저희는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평면 상용 이미지 센서를 씁니다. 그러다 보니 정면은 잘 보이지만, 시야가 넓어질수록 광학 수차가 커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DSLR이나 미러리스 같은 큰 카메라들은 렌즈를 열다섯 장, 스무 장씩 겹겹이 쌓아 큰 각도에서 발생하는 수차를 보정하는데, 그러면 시스템 자체가 커집니다. 저희는 ‘웨이퍼 위에 만든 한 겹의 렌즈만으로 이 수차를 잡을 수 있을까’를 가장 크게 고민했습니다. 그 해법으로, 기존의 구면 렌즈 대신 서로 다른 모양의 타원체 렌즈를 어레이로 배치해, 각도별로 ‘각 방향을 가장 잘 보는 렌즈’를 만든 것이 이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Q. 이번 연구의 핵심 구조인 SOEMLA 카메라가 기존 microlens array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가요?

 

A.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기존의 구면 렌즈 대신 타원체 렌즈를 수차 억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단순히 설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웨이퍼 레벨 공정에서 대면적 생산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곡면 렌즈를 설계하는 것 자체는 비교적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산업적 수준의 제작까지 끌고 가는 데에는 큰 갭이 있는데, 그 갭을 메운 부분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논문에는 Cr aperture 형성, thermal reflow를 이용한 microlens 제작, CMOS 센서와의 flip-chip bonding 같은 공정이 등장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셨던 단계는 어디였나요?

 

A. 저희가 렌즈를 만드는 방식은, 먼저 원기둥 구조를 광식각으로 만들고 이를 열로 녹여 표면장력에 의해 물방울 모양의 렌즈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번 카메라에는 총 35개의 렌즈가 들어가고, 모양 종류만 따져도 9가지의 서로 다른 디자인이 있는데, 이 9가지를 단 한 번의 reflow로 동시에 형성해 내는 공정 조건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한 번에 가능할까부터가 매우 도전적이였는데, 렌즈 하나하나에 대한 조건을 차근차근 잡아 가다 보니, 결국 웨이퍼 레벨에서 평균 1% 이내 오차로 전체 곡률을 디자인과 일치시키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파라미터 스터디를 거치며 최적화한 결과입니다.

 

Q. 광학에서는 아주 작은 오차도 이미지 품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설계값을 실제 구조로 구현하는 데 가장 까다로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시뮬레이션과 실제 결과가 달랐던 경험도 있으셨나요?

 

A. 광학 기기는 축이나 패키징이 조금만 어긋나도 성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허용 가능 오차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는 마이크로 스케일이라서, 일반적인 수십 mm 초점거리 렌즈에 비해 같은 비율의 오차에서도 픽셀 단위 번짐이 훨씬 적게 나타나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저희 랩에서 공정까지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공정 오차의 범위를 미리 가늠할 수 있었고, 그 부분까지 반영해 광학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시뮬레이션과 실제 사이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이번 렌즈가 반도체 공정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긴 초점거리를 요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정도 스케일의 렌즈를 직접 패키징해 본 적이 없어서 불안이 컸는데, 다행히 실제 촬영에서도 시뮬레이션과 결과가 큰 차이 없이 잘 나와서 안도했습니다. 정문술 빌딩 지하 클린룸에서, 센서에 기판을 붙이는 본딩 공정을 제외한 모든 제작을 직접 진행한 것도 이런 결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안경 프레임에 카메라를 장착해 양쪽 눈과 얼굴을 촬영한 실험이었습니다. 이런 근거리·광시야 촬영이 gaze tracking, AR/VR, 헬스케어 모니터링 같은 분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A. 이미 후속 연구로 진행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얼굴과 눈을 가까운 거리에서도 넓게 촬영할 수 있다’는 점까지를 보여드렸습니다. 저희 카메라의 큰 특징이 아주 짧은 거리에서도 넓은 시야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스마트 글래스가 더 보급되면, 안경테 코받침 위치에 카메라 하나만 두고도 양쪽 눈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고, 이는 AR/VR 컨텐츠의 시선 추적에 매우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저희는 단일 렌즈가 아니라 어레이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한 시선 추적을 넘어 동공 확장이나 떨림 같은 인지 기능 관련 생체 지표를 함께 관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토대로, 초소형·초박형 폼팩터 기반의 ‘웨어러블 헬스케어 모니터링’ 방향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연구 결과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단계들이 남아 있을까요? 해상도, 색 재현, 실시간 처리, 패키징, 내구성, 캘리브레이션 중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A.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하나는 ‘색’ 입니다. 지금은 흑백 이미지로 보여드렸는데, 저희 렌즈 자체가 흑백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CMOS 이미지 센서가 단일 렌즈에 맞춰 픽셀 정렬이 설계되어 있다 보니 어레이 렌즈와 정합이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입니다. 저희 어레이 렌즈에 맞춰 최적화된 센서가 만들어진다면 컬러를 포함해 한 단계 더 좋은 성능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영상 처리입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 스티칭으로 부분 이미지를 합치고 있는데, 실시간 재구성은 논문 단계에서는 아직 어렵습니다. 다행히 저희 연구실에서 창업한 기업인 마이크로픽스(주)로 기술 이전이 이루어져서 점차 발전해 나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연구는 광학 설계, 마이크로 공정, 영상 재구성, 응용 실험까지 여러 단계가 모두 맞물려야 완성되는 연구입니다. 전체 과정에서 팀 내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 연구실의 가장 큰 강점은 공정·디바이스 제작 쪽이라, 이번 연구에서도 독창성의 무게중심을 그쪽에 두었습니다.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 부분도 공정이었습니다. 영상 처리 파트는 공동 교신 저자이신 전산학부 김민혁 교수님 연구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진행했고, 나머지 부분은 제가 중심이 되어 공저자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행했습니다.

 

Q. 이미 얇은 구조, 넓은 시야각, 실제 응용 데모까지 보여 주셨는데요. 연구자로서 다음 단계에서는 어떤 점을 더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A. 이번 논문에서는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가 줄 수 있는 여러 기능 중 ‘광시야’ 한 가지에 무게를 두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어레이 구조 자체는 다양한 기능 영상을 가능하게 하므로, 광시야뿐 아니라 여러 기능 영상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다중기능(multifunction) 카메라로 확장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Q. 이 기술이 5년 뒤 실제로 쓰인다면, 의료기기, 웨어러블, 로봇 비전, 모바일 카메라 중에서 가장 먼저 어떤 분야에서 보게 될 것 같으신가요?

 

A. 우선은 앞서 말씀드린 헬스케어 모니터링이 가장 자연스러운 응용처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카메라는 머신 비전에서 매우 중요한 부품인데, 일상적인 큰 공간에서는 카메라 크기가 큰 이슈가 아닐 수 있지만, 좁은 공간 내 장비에서 인스펙션을 해야 하는 경우나, 정밀 작업을 하는 로봇처럼 근거리에서 넓은 시야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매우 큰 강점을 가질 거라 봅니다. 아주 얇으면서도 가까운 거리에서 넓게 볼 수 있다는 특징은, 좁은 틈에서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응용에 잘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이번 논문과는 별개로, 박사 과정을 거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연구를 하다 보면 들이는 시간에 비해 결과가 즉시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한 번에 점프하는 시점이 옵니다. 지금의 광시야 카메라 연구 전에도 다른 종류의 카메라를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잘 되지 않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결국 이번 결과로 합쳐졌다고 느낍니다. 잘 안 되던 그 시간들이 어디 가지 않고 차곡 차곡 모여서 결국 마지막 문을 여는 추진력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함께하고 있는 학과와 연구실 동료, 선배, 후배분들께 전하고 싶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훌륭한 교수님과 동료분들이 계셔서 함께 많이 배우면서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설계부터 제작, 검증, 응용까지 한 사이클을 모두 다루는 랩이라서, 교수님과 선배님들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전체 사이클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학생분들이 있다면, 정기훈 교수님 연구실에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곤충의 시각이라는 자연의 설계도를 출발점 삼아, 광학 설계부터 웨이퍼 공정과 영상 재구성까지 한 사이클을 모두 거쳐 ‘얇으면서도 넓고 선명한’ 카메라를 구현해 낸 연구였습니다. 좋은 연구로 학과를 빛내 주신 권재명 연구원께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후속 연구의 결실 또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