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크기변환_jungkyoon_choi_large1.png

 

1. 교수님께서는 KAIST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모두 마치시고 교수로 임용되셨습니다. 학교 생활을 하실 때 기억에 남았던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이 있으셨나요?

글쎄, 학교다닐 때는 놀러다니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지. 친구들이랑 방학 때 무작정 계획없이 전라도 땅끝마을이나 경상도 여행을 떠나기도하고. 그리고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미팅도 자주 했어. 특히 축제 때는 일명 ‘방팅’ 이라고 아무 기숙사 방으로 서로 전화를 해서 같이 만나서 놀고 그랬어. 그 때는 핸드폰이 아직 발달하지 않을 때라 전화가 방마다 있었거든. 거기서 만나서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도 있어.

 

2. 교수님께서 본인의 전공을 선택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는 생명과학과를 졸업했는데, 그 때 들었던 수업에서 ‘향후 생물학에서 유망한 분야가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보라’는 과제가 있었어. 그렇게 조사를 하다가 computational biology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그 분야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고 해외에서도 막 시작하는 최신 연구였거든. 그렇게 그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분야를 연구하는 랩이 거의 없어서 석사는 생명과학과를 졸업했지. 그 이후에 박사과정을 하다가 국내에 있는 연구소에서 informatics를 접할 기회가 생겼고, 학위는 기존 랩에서 받지만 연구소에 파견가서 bioinformatics를 공부하는 식으로 연구를 했어. 그렇게 공부할 때는 선형대수, 확률통계 등 다른 과 학부 수업을 청강하기도 하고 열심히 했지. (* 그 당시 수업 중에 이광형 교수님께서 하시는 수업도 있었다고 합니다)

 

3.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현재 트렌드,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지능은 어떻게 발전했는가, 혹은 여러가지 질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등 인간의 30억개의 DNA에 담겨져 있는 비밀을 big data로 분석하여 찾아내는 것을 주된 관심사로 삼고 있어. 사실 DNA 중에서 단백질의 정보를 담고있지 않은 지역이 95%나 존재해. 단백질 정보가 있는 DNA는 어떠한 아미노산 혹은 단백질이 나오느냐를 분석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지만, 이러한 non-coding region은 정보를 알아내기가 어려워. 예를 들면 인간과 초파리의 유전자 개수는 3만개로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지. 95%의 단백질 정보를 갖지 않은 부분이 유전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하면서 인간과 초파리의 복잡성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거야.

요즘 트렌드는 기계학습, 인공지능이 많은 관심을 받고있지. 작년 3월에 Demis Hassabis 박사 (* google deep mind CEO)가 와서 강연을 했을 때도 향후에 무엇이 중요할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중요 키워드로 genomic를 얘기했어. 그만큼 DNA에 담겨져있는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인데, 이를 기계학습 혹은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해서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게 최근 경향이라고 할 수 있지.

 

4. 교수님께서 이루어내신 많은 연구 성과 중에서 특별히 자랑스럽거나 뿌듯한 연구 성과가 있으신가요?

모든 연구 하나하나가 다 의미있고 기억에 남지만 한 가지를 뽑자면 얼마전에 nature genetics에 나온 연구야. 아까도 말했지만 요새 알파고 파동으로 기계학습, 인공지능이 이슈가 되고있는데 우리도 이것을 해보고자 여러가지 시도를 했었어. 그 중에서 처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 연구거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암 환자의 DNA를 분석할 때 기계학습을 접목시켜서 적은 환자 DNA data로도 중요한 돌연변이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야. 기존의 분석 방법은 매우 많은 환자 DNA 정보가 필요하거든. 이 연구를 통해서 처음으로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게 됬고 기계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연구라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5. 연구에 종사하고 계신 많은 분들께서 본인의 첫 논문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십니다.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자신의 첫번째 논문이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나요?

글쎄 첫 논문은 아무래도 본인이 자신감을 얻고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처음으로 ‘아 나도 논문을 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논문을 쓰는 process가 어떤지 등을 알게 되지. 나의 첫 논문은 박사 때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쓰게 됬는데, 국제학회에서 발표자로 선정이 되어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SCI 저널에 올라가는 형태로 논문을 썼어. 내 친구 중 한명이 이미 국제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작성한 소감문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그것에 자극 받아서 나도 지금 하고있는 연구를 성과로 만들어내자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거든. 다행히 나도 학회 발표자로 선정이 되었지. 그 논문은 내가 지금까지 쓴 논문 중에서 인용횟수가 가장 많은 논문이라 나에게 의미가 더 큰 것 같아.

 

6. 본인의 첫 번째 논문을 쓴 이후에도 계속 논문을 쓰게 될 텐데, 논문을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노하우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영어가 아닐까. 카이스트 학생이라면 연구능력에 있어서는 다들 뛰어나니까 큰 문제는 없지만 영어는 자주 문제가 되는 것 같아. 논문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아까 내가 말했던 국제학회에서 발표하는 것 등 많은 부분에서 영어가 중요하더라고. 그 학회에서 발표할 때도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 두개 정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얼버무렸던 기억이 나. 그래서 나는 논문들을 읽을 때 내용을 파악도 하지만 어떤 표현을 썼는지 어떤 단어를 썼는지 등을 공부했어. 또 분야마다 자주 사용하는 특정 표현이나 단어들이 있는데 이를 따로 정리하기도 했고. 이런 것은 급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상시에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7. 많은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하면서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실험이 잘 안되고 실패를 계속 하여 슬럼프가 올 경우에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까요? 교수님께서는 그런 경험이 있으셨나요?

나는 일단 실험을 잘 못해서 informatics를 연구하고 있어. (웃음) 굳이 실험 뿐만 아니라 분석하는 것도 해당되는 건데 연구는 아트나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트나 스포츠는 몸으로 훈련하고 익혀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올 수도 있지만 연구는 정해진 프로토콜이 있고 객관적으로 정해진 대로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어떤 사람이 실험이 잘 되고 안되고는 슬럼프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주어진 조건 속에서 계속 다양한 관점으로 바꿔가며 실험하면 많은 도움이 될거야. 결국 본인이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데이터 분석도 같은 데이터를 얼마나 다양하게 분석하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도 해.

 

8.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학생마다 개성이 있고 존중하는 편이라 특별히 어떤 학생이 좋다 라는건 없지만, 그래도 욕심이 있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학생이 좋은 것 같아.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느낌이 아니라, 자기의 현실을 잘 인지하고 현실에 맞게 노력하고 삶의 목표의식을 가진 학생이랄까. 감정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은 나중엔 식기 마련이라서 현실적으로 노력하는 학생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9. 마지막으로 KAIST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 과 학생들에게, KAIST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실 것이 있을까요? 혹은 KAIST 교수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나는 연구가 즐겁고, 일정을 받고 훌륭한 연구를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다보니 카이스트 교수까지 오게 됬어. 특별히 내가 교수가 되고 싶어서 된건 아니야. 너무 목표를 딱 정하기 보다는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수준높은 연구를 한다면 저절로 위치가 오르게 될거야. 우리과 학생들도 그렇게 연구했으면 좋겠어.

 

한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