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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정보학 및 전산생물학 연구실 김동섭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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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어떤 연구를 하고 있으신지요.

내 연구 분야는 생물정보학이고 그 중 단백질의 구조와 서열에 대해 연구한다.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구조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는데, 구조에 변화가 발생했을 때 단백질의 기능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일을 주로 했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단백질의 구조적 돌연변이로 질병이 발생하는 원리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찾는 일이다. 두 번째는 신약 개발에 관련된 일이다. 신약 개발에는 크게 두 가지 줄기가 있다. 하나는 아스피린처럼 먹는 형태의 약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몸속의 단백질, 대표적으로 항체를 이용해서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가장 중요한 일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저분자(small molecule)를 찾는 거다. 따라서 질병 치료에 적합한 저분자를 찾는 일을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이 생체분자의 구조적인 문제인데 여기서 더 확장해서 유전체의 3차원 구조에 대해 연구한다. 3차원적인 구조가 유전체의 기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유전체의 3차원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결국 중심은 생체분자의 3차원 구조와 그 상호작용에 대한 거다.

 

생체분자의 3차원 구조라니 상상이 쉽지 않네요. 어떻게 구조에 대해 연구를 하나요?

단백질의 구조에서 출발해서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그것이 구조의 안정성을 얼마나 해치는지, 그래서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모든 단백질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조 모델링을 통해서 하기도 한다. 구조를 잘 모를 때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어떤 단백질에 강하게 결합한다고 알려진 작은 분자에 대한 정보와 그 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구조에 대해 분석을 하는 식이다.

 

단백질 구조를 모델로 만들어서 상호작용에 대해 분석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컴퓨터로 데이터 분석이 중심인 건가요?

그렇다. 우리 랩은 주로 프로그래밍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요즘은 딥러닝(deep learning)에 사람들이 많이 관심이 있다. 이 분야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여기서 개발된 여러 가지 방법을 우리 분야에 적절히 바꿔서 적용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자. 말썽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있는데 그걸 막도록 저분자를 디자인해야 한다. 모델링을 통해 단백질에 저분자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런 일을 굉장히 다양한 저분자에 적용하고 그중에서 가장 강하게 결합하는 걸 찾아야 한다. 그런데 모델링 한 구조는 이미지화할 수 있고, 단백질과 저분자의 상호작용도 이미지화할 수 있다. 그러면 딥러닝 분야에서 다양하게 개발된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유전 서열을 하나의 문장으로 보고 유전 정보를 하나의 언어로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구글 번역 같은 언어에 쓰이던 기술을 단백질의 역할을 판단하는데 응용하려 연구 중이다.

 

교수님의 학부 전공이 화학인데요, 주변에 화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프로그래밍을 친숙하게 다루는 사람이 드물어요. 어떻게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되셨나요?

화학의 다른 이름이 중심 과학(central science), 다시 말해 중심에 있는 과학이다. 한쪽에 물리학 다른 한쪽에 생물학이 있고 그 가운데에 화학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화학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질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이 보통 화학자라고 생각하면 실험실에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 전통적인 화학 외에도 계산화학(computational chemistry)이라고 부르는 분야가 있는데 나처럼 컴퓨터를 써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전형적인 화학자의 모습과는 잘 맞지는 않지만, 어느 대학의 화학과를 가더라도 전체 연구실이 20개라면 최소한 2개의 연구실은 계산화학을 연구한다.

박사 과정 때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에 모델을 만들고 분석해서 화학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을 찾는 일이 발견되는 일을 주로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화학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화학물질이 어떻게 시간에 따라 움직여 이 현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보통 화학은 작은 분자 사이의 반응을 연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굉장히 다양한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원으로 가서는 박사 과정 때 사용했던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단백질의 역할이나 구조를 예측하는 일을 시작했다. 하는 일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요즘은 좀 더 실용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있다. 신약 개발이나 질병 진단 같은. 어떤 돌연변이가 있으면 병에 걸린다는 등을 예측하는 일이다.

 

화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 같아요. 실험을 주로 하는 전통적인 연구 방식 대신 모델링을 주로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교수님은 원래 컴퓨터 다루는 걸 좋아하셨나요?

그랬지. 대학의 학과를 선택할 때는 그 분야가 재미있다는 생각도 있지만, 고등학교 때 선생님도 크게 영향을 준다. 나는 화학 선생님이 지금으로 말하면 유기화학 분야를 가르칠 때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화학과가 거의 무엇인지도 모르고 간 거지.

내가 대학생일 때가 애플2나 개인용 PC가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그때가 1985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컴퓨터 혁명처럼 느껴졌다. 서울에 세운 상가라고 있었는데 거기 가면 애플이나 매킨토시 같은 컴퓨터를 살 수 있었다. 컴퓨터 관련 잡지가 있었는데 아마 마이크로소프트웨어였던 거 같다. 그때 항상 재미있는 글을 기고하던 사람 중 하나가 안철수 씨였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는데요, 특별히 자랑스럽거나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자식 10명 중 어느 아이가 제일 예쁘냐는 질문과 비슷한 거 같다. 모든 일이 보통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A”라는 목표로 일을 시작했는데 “A”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A”로 진짜로 가면 개인적으로는 그게 제일 재미있다.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건 “A”로 가려고 했는데 “B”로 갔을 때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걸 배우게 되어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A”가 “A”로 가는 경우는 열 개 중에 하나도 안 되는 거 같다. 열 개를 시도하면 8개는 실패하고 하나가 “A”로 가고 아주 예외적으로 “B”로 가서 생각했던 것 보다 중요한 걸 알게 된다.

 

낮은 성공확률에도 불구하고 계속 “A”로 갈려면 굉장한 동력이 있어야 한다 생각됩니다. 슬럼프도 있을 테고요. 교수님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야구에서 3할대 타자가 잘 한다. 타자는 실패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열 개 중에 세 개를 성공하면 굉장히 잘하는 거다. 연구는 타자보다 성공확률이 훨씬 낮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시도해보고 그게 안 된다면 실패했다 생각하지 않고 거기서 하나를 배웠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마음 자세다. 실패를 많이 한다고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거기서 배우는 게 쌓이고 점점 성공에 가까워진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30년의 기회를 가지고 있는 교수의 마음가짐일 것 같다. 대학원생, 특히 박사과정은 제한된 시간에 실패하면서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실패를 하면 마음을 졸이고, 논문이 나오지 않는 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고. 대학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약간의 조급함이 필요하긴 하다. 일단 계속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수밖에.

 

교수님이 존경하는 멘토가 있으신지요?

때에 따라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고. 내가 접촉한 사람 중에는 대학원 때 지도교수님이다. 지도교수님은 인생에 낙관적이고 실패를 당연하게 여기며 꾸준히 노력하시는 분이셨다. 지도학생과 연구원을 최대한 신뢰하고 학생들이 하려는 걸 최대한 돕고 지원해주셨다. 지도교수님께 그런 것들을 배웠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분과 비슷하게 하려 노력한다.

 

학생 때 상상했던 교수님의 모습과 지금의 교수님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교수님이 생각했던 모습이 되셨나요?

난 연구자가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자리에 있을지는 상상을 못 했지. 카이스트 교수라는 자리는 그런 식의 꿈 중엔 가장 잘 된 경우지 않나.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 지금 대부분 학생도 비슷할 거 같다. 내가 특별히 능력이 있거나 하는 거 같지도 않고 학생 시절을 생각해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며 지냈다.

어떤 자리에 있게 되는가는 내가 조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승자, 패자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아까 이야기했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많은 학생이 좋은 연구를 하고 좋은 직업을 갖고 싶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걱정하며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중간에 멈추면 내가 생각한 열 개 중 실패한 8개가 되는 거다. 성공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멈추지 말라.

 

-김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