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Interviewee: 김필남 교수님

 

Interviewer: 한윤호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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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교수님께서는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 및 포닥(박사 후 과정) 과정을 마치시고 해외(Princeton univ.)에서 포닥을 하셨습니다. 학교 생활이나 해외 포닥 생활을 하실 때 기억에 남았던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이 있으셨나요?

 

내가 했던 연구 중에서 Nature materials 커버 논문이었던 가장 임팩트가 큰 연구가 있었는데, 그 연구의 가장 중요한 실험을 했던 날이 기억에 남아. 내가 실험했던 멤브레인 (세포막)에 이온이 들어가면서 변하는 모습을 이미징해야 했었어. 전자현미경은 전기적인 장비인데 이미징을 하려면 방전을 시켜야 된다는 말이지. 다시 말하면 굉장히 위험한 실험이었어. 그날 밖에서 와인을 마시고 들어와서 겁없이 코로나 장치를 현미경과 연결해서 방전을 시켰고 결국 현미경이 셧다운되었어. 그 이후로 실험을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결국 가장 중요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 ‘사람이 무모하고 실험적인 정신을 발휘해야 실험이 되는구나’ 라고 느꼈던 날 이었어.

 

Q2. 교수님의 cv를 보면 mechanical and aerospace engineering을 전공하시고 KAIST 신소재공학과에도 잠시 계셨고, KIST의 brain science institute에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전공을 거치시면서 현재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박사과정 동안 서울대 기계과에서 바이오멤스 (BioMEMS)를 전공하신 교수님 (故서갑양 교수)이 부임하셨어. 그래서 바이오와 관련된 여러가지 연구를 진행했었는데 기계과에서 바이오 연구를 진행하는데 한계를 느꼈어. 수업도 그렇고 주변에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도 없어서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Princeton 대학으로 포닥을 갔지. 미세유체역학을 하는 연구실이었는데 우연히도 지도교수님이 생물물리학 (biophysics)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어. 그래서 그곳에서도 바이오 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 역시나 한계는 존재했어. 그 이후로 신소재공학과에서 재료공학을 연구하고자 했는데 우연히 KIST에서 바이오멤스 분야 오퍼가 들어왔고 그곳에서 뇌과학 연구를 위한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어. 그러면서 또 다양한 연구를 했고, 최종적으로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오퍼를 받으면서 결국 바이오분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지. 사실 다른 학교의 기계과 오퍼도 받았었는데,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것이 보람되게 평생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어.

 

Q3.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분야의 현재 트렌드와 향후 발전 방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첫 번째는 인간질병모델 (human disease model)분야로, 마우스 같은 동물이 아닌 진짜 인간의 질병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분야가 있어. 다시 말하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체외 모델을 만들어서 여러가지 환자의 질병이나 약물 평가를 하는 것인데 워낙 사람의 세포나 조직이 복잡하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합쳐져야만 가능한 분야라고 할 수 있어. 두 번째는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분야가 있어. 간단하게 말해서 인간의 조직이 어떻게 디자인 되었는지 연구하는 것인데 세포 단위에서는 많이 연구가 되어있지만 시스템적인 측면으로는 그렇지가 않아. 제브라피쉬 (zebrafish) 같은 작은 생물이 배아상태부터 어떻게 발달되는지는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만 인간의 경우는 아직 연구가 적은 상황이지. 때문에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시스템적인 원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앞에서 질병모델에서 연구한 것처럼 조직모델을 만들어서 찾아보고자 하는 분야가 있어.

연구 트렌드를 설명하자면, 간단한 예시로 ‘간을 만들겠다’ 라고 했을 때 예전에는 하향식 (top down)방법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어. 그 이유는 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랐기 때문이야. 즉 간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모르고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지. 따라서 요즘 트렌드는 상향식 (bottom up) 접근법을 통해서 다양한 공학적인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

 

Q4. 교수님께서 이루어내신 많은 연구 성과 중에서 특별히 자랑스럽거나 뿌듯한 연구 성과가 있으신가요?

 

우선 뇌종양 (brain tumor)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러운데, 뇌종양은 굉장히 희귀 암종이고 침투 정도가 심한 암이야. 굉장히 악성 암이지. 그러한 암을 치료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의미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KAIST를 와서 처음 뇌종양 연구를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는데 5년동안 꾸준히 연구하면서 뇌종양이 왜 재발이 잘 되고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나가는지에 대한 원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세브란스 병원의 뇌종양 외과 연구진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환자마다 뇌종양의 양상이 많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환자맞춤형 치료에도 일정부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Q5. 연구자로써, 교수님으로써 연구에 대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연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마주해야 하는지, 연구를 할 때 이것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 등등)

 

연구에 대한 철학은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 번째는 즐겁게 연구해야 한다는 것. 왜냐면 연구는 자기가 흥미로워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러한 흥미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이 굉장히 중요해. 연구를 하다보면 내가 처음 했던 연구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초심을 잃는 경우가 있어. 따라서 처음의 흥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두 번째 철학은, 철학보다는 내 마음가짐인데, 과학이라는 큰 백과사전에서 바이오공학이라는 작은 챕터가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이론과 실험, 결과가 있을텐데 그 중에서 내가 중요한 키워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쉼표나 마침표 같은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를 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 그렇게 작은 일일지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Q6.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즐겁게 신이 나서 연구하는 학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즐거우면 그 안에서 인내도 생기고 흥미도 생기고 굉장히 많은 것들이 그 안에서 나오는 것 같아. 앞에서 얘기 했던 것처럼 연구는 즐겁게 해야하고 흥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모두 즐겁고 신이 나는 상황에서 나오는 거지.

 

Q7. 마지막으로 KAIST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 과 학생들에게, KAIST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실 것이 있을까요? 혹은 교수님처럼 해외 포닥을 준비하거나 교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내가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한테 많이 들은 고민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인데,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일단 한번 해보라는 거야. 운동회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그냥 의자에 앉아서 보는것과 직접 달리기를 하며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 앉아서는 달리는 것이 재미있지 않고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데 막상 열심히 뛰어보면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거야. 따라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일단 해보면 좋겠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해야한다는 거야. 그런 다음에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인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