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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전공이 생물학인데 어떻게 생물정보학 연구를 하게 되셨나요?bio_light_people_2017_5_3.jpg

학부 때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 화학과 물리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래서 석사과정에서는 생물 물리학과 유사한, 우리 때는 물리 생화학이라고 했는데,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해서 어떠한 생물학적 기능을 특징짓는 연구를 했다. 박사과정에는 핵자기공명(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 시스템 구성을 시작으로 질량 분석, 고분자 시퀀싱 같은 연구를 했다. 그때가 한참 핵자기공명을 통해 고분자 구조를 밝히는 연구가 시작될 때였다.

처음에는 분자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었지만, 점차 실제 질병에 연관되는 분자 관계로 관심이 옮겨갔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실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 생각했다.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는 세포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93년에 박사학위를 카이스트에서 받고 우리나라에서 생물물리학과 구조생물학 연구를 하며 박사후연구원을 하다 2001년 벤처기업에 취직하면서 생물정보학을 접했다. 환자에게 정말 문제가 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특정 유전자만 망가진 것인지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건지 찾기 위해 생물정보학을 이용하게 되었다. 일종의 데이터 마이닝인데 환자와 정상인의 유전자 시퀀스, 유전자 발현, 단백질 발현, 세포의 모양 등을 비교하고 많은 변화 중에 특이하게 다른 점을 찾는 거다.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기존의 구조생물학 분야에서 쓰던 것과 비슷해서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요?

비만으로 염증이 발생해서 생기는 질병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과 암이다. 이에 대해 생물정보학으로 모델을 만들고 질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조절자를 합성을 통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나는 자연의 신비를 밝히기 보다는 자연을 바꾸는 데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험실 이름에도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는 말을 썼다. 자연을 바꾼다는 건 지식을 총동원해 만든 최정예상품을 제작하는 거다. 합성생물학의 핵심은 조절자를 찾는 데 있다. 세포에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삽입하면 거기에 반하는 작용이 발생한다. 최대한 부작용을 줄이고 생물정보학을 기반으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능한 한 많이 예상해둔다.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실에서 직접 생물학 실험도 하는군요.

생물학자는 자신이 관심 있는 연구 주제가 굉장히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하면 특정 유전자 하나에 집중한 후 조금씩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나는 다루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 공동 연구를 하면 둘의 관심 영역을 맞추는 과정이 참 어렵다.

2009년쯤 내가 직접 실험실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세포생물학 실험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를 갖췄다. 세포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세포 활성을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유전자 클로닝 등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난 때가 2015년이었다. 지금 박사과정 학생들은 생물정보학 분석 결과로 질병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생물학 실험을 통해 테스트하는 과정까지 거친다.

 

교수로 부임 전 벤처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있으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셨나요?

회사에서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슈퍼박테리아 유전자를 통해 지금 쓰는 항생제보다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였다. 회사는 일의 진행이 빨라서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할 수는 없다.

회사에 6개월 정도 있으니까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생물학적 전문성이 있으면서 생물정보학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찾더라. 이직을 할까 하다 학교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연구가 더 많으니까. 학교로 옮겨온 건 2002년이었다.

 

지금까지 연구자로 살아오면서 어렵다 느낀 적은 없으셨나요?

취직을 늦게 했다. 박사 학위는 3년 만에 받았다.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그때 섣부른 자신감이 생겨서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겁을 내면 못하는 거고 겁을 내지 않으면 사는 게 힘들어진다. 나는 겁이 없는 사람이다. 학생 때 듣고 싶은 과목은 전공과 관계없이 들었다. 한번은 전자과 과목을 수강하려다 강의실에서 교수님께 쫓겨난 적도 있다. 생명과 학생이 왜 이런 걸 듣느냐. 너에게 맞춰서 강의할 수 없다면서. 나는 학점과 관계없이 그 분야를 알고 싶었고 부족한 부분은 다음에 다시 채우면 된다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응용력은 많이 생겼는데 이것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서 직장을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남들은 고속버스 타고 가는데 자기는 오토바이 타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정말 진지하게 하면 더 빠르게 갈 수도 있다. 내가 구조 생물학으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해 괴로워할 때 생물정보학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교수도 될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으면 연구자의 인생에서 큰 문제는 없다. 경제적인 문제는, 원래 집이 부자도 아니었고. 아내도 함께 일을 하고.

 

서로 다른 두 분야를 모두 공부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느낍니다. 교수님은 어떠셨는지요?

생물학을 공부할 때에도 물리나 화학에서처럼 분석적인 방법을 적용하고 싶어 내 나름대로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 이 분야는 생물학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기나 기술을 사용했는데 사용 방법을 보면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하나의 원리를 알고 나면 굉장히 일반적인 원리를 알게 된다. 그 상태에서 생물정보학을 알게 되고 여기서 사용하는 방식도 이미 물리나 화학 분야에서 쓰던 것이라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공학도 보통 통하는 기본적인 원리가 있어서 한번 깊게 들어가면 방법적으로 필요한 걸 배우기가 굉장히 수월해진다. 다시 공부하는 건 굉장히 쉽다. 운동선수도 어떤 레벨을 넘고 나면 그 밑으로는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 수박 겉핥기로 넘어가면 계속 어렵다. 분야의 학부생 수준만큼이라도 넘어서야 한다. 정통분야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서 그 분야에서 항상 기초로 배워야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생은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생은, 적어도 내가 본 분야에서는 정보학 기술로 자신의 모델을 만들고 검증까지 할 수 있는 거다. 지식은 생명공학, 기술적으로는 컴퓨터를 통해 통계처리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그래서 수업도 이 두 분야에 대한 과목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시는지요?

하나는 생물정보학, 하나는 생명공학기술 관련이다. 생물정보학에는 통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과목에서는 기본적인 통계부터 통계학습까지 다룬다. 수업에는 실제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R이라는 통계 패키지를 이용해 프로그래밍 실습을 한다. 양이 좀 많긴 하지만 모두 필요한 내용이다.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모든 학생이 모든 과목을 잘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못해도 배우고 가야 하는 과목도 있다. 키워드를 파악해 두면 나중에라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퀴즈와 숙제 양을 조절할까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동기 없이 대학원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분명하고 절실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설사 그 동기가 어처구니가 없더라도 말이다. 막상 대학원에 와보면 자기 생각과 달라서 처음의 동기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다시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동기를 잃어버리게 되면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불평이 생겨도 해결하기 어렵다. 항상 의미를 찾고 새로운 동기를 찾아서 가치 있을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