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 신경 공학 연구실, 남윤기 교수님


 2017_7_1.jpg


인터뷰는 7월 25일 화요일, 교수님의 사무실에 진행되었다. 평소에 학과 관련 행사를 진행할 때 자주 보았던 분이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 뵐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평소보다 즐겁게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남윤기 교수님은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전자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후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생명공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친 뒤 2006년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임용되어 신경 공학 연구실에서 Neuron on a chip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계신다.


학과 활동을 하게 되면 교수님과 마주칠 기회가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학과 홍보 위원장으로서 명량 운동회나 오픈 랩, 학과 성과 취재 등의 다양한 학과 관련 행사를 담당하고 계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각 행사를 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바라는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명량 운동회와 같은 학과 관련 행사를 기획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학생들,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고 학과에 대한 정체성(identity)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에요. 대학원생들은 학부생보다 더 수도 많고 학과 건물에 있는 시간도 많지만, 학부생을 위한 행사에 비해 대학원생을 위한 행사는 많이 열리지 않아요. 그런 대학원생들에게 좀 더 일상의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리고 매해마다 행사가 열리고, 올해 이쯤에는 이런 행사가 열리겠구나 기대를 하게 되면 학과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생기지 않겠어요? 사실 홍보위원장으로서 하는 대부분의 행사는 외부에 우리가 뭘 하는지 알리는 것도 있지만, 모두 학과의 비전과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에요. 다들 학과 내에서 무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나요? 심지어 매일마다 마주치는 옆 연구실 사람들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있나요? 다른 연구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더 친해지면서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연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른 사람들의 연구에 비해 나는 어떤 다른 점을 연구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되면서 연구에 대한 비전 및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외부인이나 학부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 자신의 연구 분야나 주제를 남에게 알리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라고 생각해서 이러한 홍보 행사에 많은 참여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교수님께서는 석사 과정과 박사과정을 모두 미국에서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위를 따는 과정이나 유학 생활 중에서 특별이 어려웠던 점들이 있었나요?

유학 생활이라서 특별히 더 어려웠던 점은 없었어요. 그보다는 대학원생으로서 제가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학부에서는 전기공학을 공부했고 대학원 또한 전자공학과였지만, 연구실에서 했던 것은 바이오 칩 표면 처리를 하고 단백질을 칩에 붙이고 화학 반응식을 다루는 등의 전기공학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수업에서는 회로나 신호 등의 전자공학 관련한 내용을 배웠어요. 연구와 수업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나는 무슨 연구를 하는 사람인지에 고민하는 것이 힘들었던 점이에요. 대학원에 있으면서 연구 내용을 계속해서 좁혀가야 하는데 그 반대로 더 넓어지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 생긴 고민들이 힘들었던 거죠.

그렇다면 그런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주변 같은 학과 선배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어요. 사실 위로 아닌 위로를 많이 해 주셨는데, 이런 식이었어요. “네가 하는 연구는 전자공학이라기 보다는 정말 Science 같다. 취직은 힘들 것 같으니, 성공하려면 공부 많이 해야겠다.” 이 조언을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실험을 하려고 하면 모르는 것 투성이였는데, 아는 사람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학과나 학부 수업을 수강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웠지요. 그 당시 PDF 파일이라는 것이 아직 확산되기 전이었는데, 우리 연구실 캐비넷을 열면, 연구실 선배들이 논문 쓰고 남겨둔 논문 폴더들이 있었어요. 꽤 많은 분량이었는데, 지도교수님께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여쭈어 보니, 이 폴더들을 가리키면서 하루에 한 편은 읽어보라고 하였어요. 그래서, 논문을 닥치는 데로 많이 읽으려고 노력 했어요. 적어도 하루에 한 편은 새로운 논문을 읽고, 시간만 나면 도서관에 가서 연구 관련 새로운 자료들이 없나 살펴봤어요. 그렇게 밤낮으로 좌충우돌 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갈 무렵,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를 찾아내어서, 남들보다 시간은 좀 많이 걸렸지만 3년만에 석사학위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는데, 당시 나한테 여러가지 실험기법을 알려주던 연구실 선배가 이 실험에 부정적이었는데, 덕분에 오기가 생겨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성공적으로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보이고, 제 첫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지요. 연구는 정직해서 자기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 만큼 보상이 오더군요. 제 지도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도서관에서의 2시간이 실험실에서의 2주 또는 2달을 절약해 준다.” 항상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셨어요. 그 힘을 기르기 위해 매일 열심히 공부를 한 거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교수님께서는 Neuron on a chip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Neuron on a chip은 제가 직접 붙인 이름이에요. 신경세포칩이라고도 부르죠. 저는 살아있는 신경 세포와 전자 기판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고 있어요. Neuron on a chip이란 단어는 이 인터페이스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만든 단어에요. 겉모습을 보면 기판 위에 신경세포(뉴런)이 올라와 있는 모습이니까요. 살아있는 신경세포를 기판 위에서 키우면서 세포를 다양하게 조작해보며 연구해보는 거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네트워크에요. 우리의 뇌는 신경세포의 네트워크잖아요? 기판과 신경세포 간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면 실제 신경세포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게 용이해질 거에요. 그렇다면 더 나아가 Biological AI(생물적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거든요.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살아있고 그 네트워크를 조작할 수만 있다면 신경세포를 이용해 무언가를 계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죠. 그리고 살아있는 뇌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겠죠. 나중에는 우리 컴퓨터 안에 있는 CPU가 반도체인지 살아있는 신경 세포인지 알 수 없는 날이 올 지도 몰라요.

 

교수님의 이력서를 보면서 특이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경력에 육군 제 15사단 포병장교가 적혀있던 것인데요. 이걸 보니 분명 군대 관련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려주시고 싶은 일화 같은 것이 있나요?

에피소드는 많죠. 저는 중부전선을 지키는 강원도 포병 대대에서 근무를 했는데, 근무지가 강원도 해발 600미터의 산꼭대기였으니까, 일상이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었고, 특히 겨울이 춥고 눈이 많이 와서 근무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어요. 밤이나 새벽에 눈이 오기 시작하면, 부대가 비탈길이라 눈이 쌓이면 안되니까, 그칠 때까지 부대원 모두 쓸고, 쓸고, 또 쓸고 하는 것이 일이었지요. 겨울 적응 훈련이라고 하는 혹한기 훈련은 기온이 영하 25도쯤 되었는데, 야외에 텐트치고 부대원들과 동사할까 걱정하며, 밤낮으로 걷고 또 걷던 기억나네요. 대대 작전과에서 근무할 때는 문서작성 업무가 정말 많아서 매일 12시 넘어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지요. 모시고 있는 분들이 그냥 말로 던져 놓고 가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챙겨서 하려면 항상 시간에 쫓겼어요. 그렇게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군대에서 단련한 정신력 덕분에 동기들보다 늦게 시작한 석사 박사 학위과정을 잘 견뎌내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25살의 젊은 시절에 최전방에서 근무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저에게 큰 자부심입니다.

교수님은 보통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시나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시는 지 궁금하네요.

인터넷 동영상 보는 거랑, 연예 뉴스 읽는 것, 그리고 가십 거리를 찾는 것? (웃음) 일을 하다가 가끔 머리를 식히려고 이런 것들을 하고요. 그리고 다큐멘터리 보는 것도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역사에 관한 것이나 제 연구 분야 이외의 과학 관련 내용과 관련한 것들이요. 저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루어지는 다큐멘터리가 재미있어요. 그리고,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즐겨요. 건강을 위해서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숨이 차오르는 힘든 순간까지 몇 킬로미터 정도를 달려요. 그러면, 나를 괴롭히던 스트레스가 잠시 누그러지지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벌써 1시간이 지났네요. (웃음) 평소에 교수님께서 연구실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가거나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자주 본 것 같습니다. 지도 학생들은 교수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지도학생들은 내가 살면서 알게 되는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저를 만나게 된 인연으로 자기 인생에서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으로 연구도 같이 하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따금한 충고도 해주고, 인생 조언도 해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도학생들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려고 대학원에 와 있고, 각자 자신이 느끼는 부족한 점들이 있어, 이를 채워 나가는데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지요.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서 각자가 갈구하는 것을 얻어 갔으면 하는 존재들. 약간은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심정 같은 거.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같이 대화하는 시간과 횟수가 많을수록, 지도학생이 저에게서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대학원 생활에 대한 많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가끔은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으면서도 왜 이 위치에 있는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그 것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 위치에 맞는 일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할 지도 모른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이 글을 통해 대학원생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좋은 말씀을 나누어주신 남윤기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연구 및 학과의 화합을 위해 계속 힘 써주시길 바라며 이 기사를 마친다.

 

송영조 기자 (syj145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