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자기공명영상 연구실 박성홍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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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자기공명영상 기술을 연구하시며, 현재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계시는 박성홍 교수님을 만나 보았다. 박성홍 교수님은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학·석사를 수료하시고, 의료영상장비 기업인 Medison, ISOL에서 5년간 근무하신 이력을 가지고 계신다. 이후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피츠버그대학교에서 박사 및 박사 후 과정을 수료하셨다.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하시고 2012년부터 카이스트에서 MRI 연구실을 운영하고 계신다.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의료 영상장비 중에서 자기공명영상장비(MRI)의 기능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MRI 진단은 자장을 발생하는 자석구조 속에서 고주파를 발생시키고, 인체의 조직에서 나오는 신호 차이를 측정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요. 기본적으로 자기공명을 일으켜서 신호를 만드는 RF(Radio frequency) coil과 X,Y,Z 세 방향으로 존재하여 위치 정보를 주는 Gradient coil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때 전류 pulse를 흘려주는 타이밍을 시간적으로 조합하는 것을 pulse sequenc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pulse sequencing을 이용해서 다양한 의료정보의 출력이 가능하고, 무궁무진한 촬영기법이 개발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악보에서 음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곡이 만들어지는 작곡의 과정과도 닮은 것 같아요. 이런 영상 결과물을 기반으로 조직의 구조(Anatomy), 생체(Physiology), 신진대사(Metabolism), 기능(function)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MRI는 조영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하여야 하는 다른 영상장비들과 달리 장비만으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고, 무엇보다 외부 방사선 조사에 의한 방사능 노출의 위험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제가 20년간 연구하면서 실험지원자로 MRI촬영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고, 오히려 MRI진단후에 개운한 기분을 느낄 정도에요.(웃음)

이런 기술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MRI 연구분야는 community가 굉장히 큰 편이에요. 국제학회를 열 경우 1만명 가까이 연구자들이 모일 정도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에요. 또한 개발한 내용을 바로 환자에게 적용을 해볼 수 있는 clinical translation이 용이하여, 실제 효과를 환자를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보람이 굉장히 높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계시는 연구는 어떤 것인가요?

뇌를 촬영하는 영상기법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뇌는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관 중 하나이지만 고정되어 있고, 그 기능의 중요성 또한 높아서 MRI 촬영에 적합한 조직이에요. 단위 시간당 피가 공급되는 양을 mapping하여 관류(Perfusion)와 혈류(Blood flow) 측정을 noninvasive하게 하는 것을 최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고, 혈관조영술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동맥과 정맥을 동시에 촬영하는 조영술을 영상의 질을 유지하면서 이미징하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어요. 이 기술은 임상의들에게 가장 수요가 높은 하는 기술 중 하나라서 개발의 필요성이 굉장히 높죠. 또한 최근에는 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의 질을 개선하고, artifact를 제거하거나 촬영속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의료영상 관련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처음 MRI를 접하게 된 것은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병역특례로 메디슨이라는 기업에 입사했을 때였어요. 초음파를 주로 하는 기업이었지만 MRI 사업을 최초로 시작하면서 합류를 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시작하여 현재 20년 가까이 MRI 연구를 하고 있네요. 그 전까지는 전자공학에서 신호처리를 주로 공부하였는데, 결론적으로는 MRI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기업에서 근무하시다가 다시 박사를 진학하셨는데, 학생들에게도 기업에서의 경험을 추천하시나요?

전쟁터와 같은 필드에서의 쌓은 기술적인 실력이 박사과정 이후의 연구를 하면서 도움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에요. 회사와 학교는 추구하는 바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회사 경험을 원하는 경우에는 박사를 진학 하기 전인 이른 시기에 하는 것을 추천해요. 학계를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쉽지가 않고, 학계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경우에는 공부를 쭉 이어서 하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특히 박사와 박사후연구는 가장 활발히 연구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어서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교수님은 어떨 때 어려움을 느끼시고,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시절, 아이와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연구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럴 때 스스로 극복하였다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많이 이해해주고, 저의 실수를 용서해주어서 어려운 시간들을 잘 넘겼던 것 같아요. 연구적인 슬럼프는 오히려 학부와 석사 시기에 있었는데, 그땐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기가 힘들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그 정도만이라도 버텨주어서 내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슬럼프라고 느끼는 시기에는 상황을 극복하고 너 다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혹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힘든 학생들이 있다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는 것 보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연구를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떠나는 연습을 했으면 해요. 입학과 동식에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박사과정은 길어요. 그렇지만 ‘이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지’ 고민하지 않고, ‘떠나면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다 보면 연구 생산성도 확실히 높아지고 졸업도 빨리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학원은 영원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머물러있으려고 하지 않고, 빨리 떠나려고 하면 그게 바로 모티베이션이 돼요.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도 가장 처음 해주는 이야기에요. “여러분은 떠나려고 여기 온 거에요.”

 

한현정 기자 (high516hj@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