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님을 취재하다

 

바이오영상신호처리 연구실 예종철 교수님

 

2017_11_1.jpg


인터뷰는 11월 16일 목요일, 교수님의 오피스에서 진행되었다. 일이 많기 때문인지 점심에 드실 샌드위치를 들고 뒤늦게 오피스에 들어오시는 모습에, 바쁜 와중에 인터뷰 요청을 드린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시며 맞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예종철 교수님은 미국 퍼듀 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전자컴퓨터공학과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필립스 연구 센터와 GE 글로벌 리서치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지내신 뒤 2004년에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바이오 영상 신호 처리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처음에는 조금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고 싶네요. 교수님께서 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 집에 고장 난 지구본이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뜯었다가 조립하고, 다시 뜯었다가 조립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뭔가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 때부터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과학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학부 과정은 서울대에서 마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서울대 가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게 계기 같은 것이 있나요?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 때 TV에서 로봇 경진 대회에서 사람들이 로봇을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는데요. 그걸 보고 “로봇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로봇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로봇은 ‘제어계측과’를 가면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해서 서울대 제어계측과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열정이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만들었나 보네요. (웃음) 현재는 영상 신호 처리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데, 어떻게 현재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가요?

학부 때에는 로봇 만드는 것만 했어요. 그러던 중에 4학년 때, 졸업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요. 분명 만든 게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돌아가질 않았어요. 며칠 동안 디버깅을 해도 소용이 없었죠. 로봇을 뜯어 보니 CPU 다리가 접혀있더라구요. 물리적인 문제 때문에 돌아가지 않았던 거에요. 그 이후로 하드웨어 만드는것이 생각보다는 단순 노동에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사이언스에 가까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눈에 보이는 이미지와 관련 된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석사 때에는 이미지 프로세싱과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되었고, 박사 유학을 가서는 메디컬 이미징 관련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특히 저는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고, 물리학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메디컬 이미징 쪽은 물리와 수학,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다 해야 하더라구요. 제가 전공했던 것과 관심분야와 잘 맞아서 이런 영상 처리 관련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너무 흥미롭네요. 어찌 보면 단순한 사건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네요. (웃음) 방금 교수님께서 박사 유학을 다녀오셨다고 했는데요. 유학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신 건가요?

처음에는 생각이 없었어요. 부모님은 삼성 같은 회사에 들어가길 원하셨고요. 대학원에 들어가서 석사 과정 공부를 진행하고 있는데, 석사2학년 2학기때 박사과정에 가겠다고 하니까, 지도 교수님께서 군대도 갔다왔는데 유학가는게 좋겠다고 추천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그 말에 조금 섭섭하기는 했지만, “뭐 안될 거 없지”라는 생각에 유학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집안 여건상 유학갈 재정적인 사항이 아니라 국비유학 시험을 준비했고, 다행이 붙어서 유학을 갈수 있게 되었어요.

유학 당시 힘든 점도 많았어요.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고요. 그 혼자 있는 시간에 제가 그 동안 공부하지 않았던 책들을 처음부터 제대로 읽어보고 관심 있는 수학 과목을 혼자 공부하고 했었어요. 처음에는 그게 다 어렵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 공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어요.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지 알게 된 것이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어요. 박사 유학 당시에 의료영상분야가 그당시에 “hot”한 분야도 아니고, 지도 교수님이랑 맞지 않아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빨리 박사 후 과정을 가서 하고 싶은 분야의 교수님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위를 빨리 마쳤어요. 그리고 다행이 박사 후 과정을 갔을 때 원하던 이분야의 석학을 만나서 공부 하게 되었어요. 하고 싶었던 분야를 계속 하니깐 지금 교수가 되기도 했고요.

 

박사과정 정말 많은 일을 겪으셨네요. 교수님도 그런 많은 일을 겪으셨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학술적인 부분으로 조금 넘어 가겠습니다. 현재 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있나요? 그리고 연구의 최종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의료영상 관련 연구를 하고 있어요. 저희 연구실은 주로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연구해요. 그런데 이런 형태의 연구는 관측 데이터와 결과를 연결하는 물리적 공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요. 그래서 최근에는 기계 학습 기술을 적용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기계 학습 기술을 사용하면 물리 공식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데이터만 충분히 있으면 관측 데이터와 결과물을 연결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가장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못 보는 것들을 영상화 하고 싶어요. 현재 물리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간접적인 측정 방법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세포막의 수용체들은 세포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영상화가 불가능하지만  다양한 생화학적인 기법을 간접적으로 알아내고 있지요.  간접 측정 데이터와 실제 결과의 관계와는 선형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간접 측정 데이터로 영상화를 할 수는 없지만, 관측 데이터와 결과물의 관계를 학습할 수 있다면 물리적으로 못 보는 것들을 충분히 영상화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현재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영상화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에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본인이 나름 연구자로서 성공한 위치라 있는 교수의 위치까지 올라올 있었던 이유가 있으신가요?

연구를 할 당시에 믿었던 것 중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는 언제가 기회가 온다는 것이에요. 모두에게 기회가 오지만,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가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그 생각을 항상 가지고,  시간 날때마나 혼자 기초적인 공부를 많이 했어요. 심지어 연구와 관련 없는 것도 많이 공부했고, 한국에서 석사과정때 어렵다고 소문난 수학 과목도 시간을 내어서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어렵고 당시 연구에는  당장 도움이 되는 것들은 아니어서 왜 이걸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계속 공부하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의 대부분은 그 때 공부한 것들 것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어렵다고 멀게 했던  분야를 차근차근 혼자 공부하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던 게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고요.  따라서 지금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다음에 반드시 올 기회를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에게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해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내가 대학원생 이런 깨닫고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한국에서 학부/석사때 연구 외에 한눈을 팔고, 유행을 쫓아다니고 이런저런 이야기에 혹하고 했던 것들이 조금 후회에 남아요. 나중에 깨달게 된것은  자기 주관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것을 끈기 있게 하는것이 남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라는것이였지요.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한국서 학사/석사 생활을 더 알차게 보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바라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이 있나요?

자기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해요.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된다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도전적인 걸 할 수 있어요. 저도 그렇게 동기 부여가 되는 학생을 가르치며 느끼는 것은, 그런 학생들로부터 저 또한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는 거에요. 보통 교수는 높은 데에서 아래를 보게 되고, 학생들은 본인이 하는 연구에 대해 많은 디테일을 보게 돼요. 그런데 높은 데에서 본다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동기 부여가 되어서 스스로 열심히 하는 학생들로부터 디테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서 함께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송영조 기자 (syj145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