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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학사, MIT기계공학과에서 석사, 동 대학 전기컴퓨터공학과에서 박사를 하시고, MIT RLE (Research Laboratory of Electronics) 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마친 뒤 올해 4월부터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로 부임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교수님께서 연구 하시고 계신 분야에 대해 질문을 몇가지 드리려 합니다.

 

1) 우선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뇌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움직임이 굉장히 활발한데요, 이에 따라 ‘뇌과학 (Neuroscience)’ 분야의 발전은10년동안 급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뇌를 이해하고, 뇌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어떻게’ 실제로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는 ‘뇌공학 (Neural Engineering)’ 분야는, 그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었죠. 하지만 최근 ‘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뇌과학 분야가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뇌공학 연구를 통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바로 그 사람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면, 뇌공학의 세부 분야 중에서도 저는 다양한 매개를 이용하여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바이오/신경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요, 바로 전기적인 방법과 화학적인 방법입니다. 여태까지는 주로 이 두 가지 매개체를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방법들을 쓰면 주변에 있는 신경세포 (neuron) 들이 모두 다같이 반응을 해버리기 때문에, 저희가 원하는 세포만 자극을 할 수가 없게 되요. 그래서 저는 ‘특정’ 신경세포들만을 빛, 열, 힘 등 다양한 매개체에 반응하게 만든 다음, 이러한 매개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들을 개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했었죠.

 

 

2) 다양한 매개를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라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운데요,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제가 사용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광유전학 (Optogenetics) 이라는 기술입니다. 광유전학이란, ‘빛’ 을 이용해서 신경 세포의 신호 전달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조류(algae) 중에는 빛에 강하게 반응을 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이들의 유전자를 채취해서 동물의 신경세포에 넣어 주면, 특정 신경망을 전기회로처럼 우리가 원하는 타이밍에 켰다가 껐다가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행동 실험을 함께 섞어주면, 인위적인 자극을 통해 뇌 지도를 그리는 일이 가능해지죠. 문제는 ‘빛을 뇌 속으로 어떻게 전달하느냐’인데, 이를 위해 제가 개발한 장비가 바로 ‘다기능 파이버 장비 (multifunctional fiber devices)’ 입니다. 뇌와 척수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장비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요, 저는 광섬유를 제작하는데 쓰이는 열인장공정 (thermal drawing process) 을 활용해서 이를 해결했습니다. 좀더 자세하게는, 빛을 전달하기 위한 광통로(optical waveguide),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전달하기 위한 다전극 (multi-electrode), 그리고 약물 및 유전자를 주입하기 위한 마이크로 유체 채널 (microfluidic channel) 이 모두담긴, 머리카락 정도 크기의 고분자 (polymer) 기반 디바이스를 만들었죠. 이 디바이스를 쥐의 뇌와 척수에 삽입해서 뇌 지도 제작 및 말초신경/근육 조절 등 연구들을 수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연구실 홈페이지에 있는 research 부분과 publication 중Nature Neuroscience, Science Advances 에 출판 된 논문들을 읽어 보시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또 빛을 이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들을 이용하면 뉴런을 열, 힘 등에도 반응하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열과 힘을 뉴런에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나노물질을 개발하는 것도 제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제가 있었던 MIT 연구실에서는 그 중에서도 나노자성입자 (magnetic nanoparticle) 를 이용했는데요, 자성입자의 재료 및 구조를 잘 선택하면, 자기장을 줬을 때 매우 미세한 범위의 열 혹은 힘의 변화를 몸 속에서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즉 나노입자를 뇌에 주사하고 자기장을 밖에서 가함으로써,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뇌를 자극하는 것이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wireless brain modulation). 이러한 방법을 통해, 미래에 나노물질이 포함된 주사를 한 번 맞고, 자기장을 생성하는 문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치료하게 되는 세상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위의 다양한 매개 및 인터페이스들이 ‘어떻게 ‘조직공학’에 쓰일 수 있는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해서, 광유전학이 신경 세포의 성장 촉진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는데요, 이 연구에서 빛 자극에 의해 강제적으로 일어난 신호가, 뉴런의 성장 인자의 배출을 유도하여 자가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열인장공정을 이용해서 다양한 구조와 재료를 가진 구조체 (tissue scaffold) 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감각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킨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방법을 줄기세포 (stem cell) 의 분화에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교수님께서 특별히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음..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저는 좀 더 직접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기계과에서 학부를 했지만, 제 주변 친구들이 보통 관심있어 하는 자동차, 핸드폰과 같은 것들은 제 흥미를 크게 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부 시절에 바이오 관련 일들을 하는 연구실들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쌓았는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크게 이끌렸던 분야가 바로 뇌공학 이었습니다.

 

일례로, 제가 대학원을 준비할 때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는데,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바로 전신마비 환자의 뇌에 컴퓨터를 연결해서, 그 환자가 생각하는 대로 태블릿 PC를 조종하게 하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연관된 연구를 찾아보니, 비슷한 시스템을 이용해서 로봇 팔을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게 한다든지,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의 다리에 디바이스를 부착해서 다시 걷게 만든다든지 하는 일들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거에요! 그 이후로 뇌공학 분야의 논문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광유전학이라는 기술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단은 빛을 이용해서 뇌의 작용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제가 원하는 미래형 뇌-기계 인터페이스 (brain-machine interface) 의 키워드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광유전학이 만들어진 연구실에서 일을 직접 하신 교수님들에게 컨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엔지니어링 기반이 강한 분 중 하나인 저의 지도교수님을 만났고, 그 이후로 관련 연구를 쭉 해오고 있습니다.

 

 

4) 그렇다면 앞으로 교수님께서 시도해보고 싶은 연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또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교수님의 해결책 같은 것들이 궁금합니다.

 

첫번째로는 현재 연구하고 있는 뇌/척수 등 중추신경계에서 벗어나, 장기/피부/근육에 뻗어 있는 말초 신경계를 타겟하는 인터페이스 개발을 해보려 합니다. 최근 전자장비를 이용해서 우리 몸의 각종 기능 및 호르몬 조절을 꾀하는 ‘전자약 (electroceutical)’ 개발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저희 연구실에서 개발하게 될 정확하고 정밀한 파이버형 디바이스가, 이 응용분야에 꼭 들어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고분자 물질도 아직 생체 조직에 비해서는 강도가 높은 물질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었을 때 안정성 및 면역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바이오폴리머/하이드로젤과 같이 좀 더 유연한 물질을 활용해서, 디바이스를 제작하는 방법을 통해 이를 해결해보려 합니다. 이러한 파이버 기반의 디바이스는, 인터페이스 분야 뿐만 아니라 변형/물질 센서, 인공 근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기존의 나노자성입자의 활용에서 벗어나, 초음파, 근적외선을 이용한 비침습적 방법들을 다양한 매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나노물질 (압전나노입자, 금속나노로드 등) 에 대한 연구도 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직공학 부분에서는, 광유전학과 파이버 구조체의 결합을 통해, 신경의 성장을 촉진하면서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스캐폴드를 개발하려 합니다.

 

 

5) 교수님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또 연구의 종착점에 목표하고 계신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개발하고 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brain-machine interface) 는 전신/부분 마비 환자의 재활 (rehabilitation) 뿐만 아니라, 인간 기능의 회복 (restoration) 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을 위한 인공 눈 (bionic eyes), 정상적인 청력 및 대화 구사를 위한 인공 와우/성대 (bionic ear/chords)가 그 예이죠.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자약을 통한 다양한 질병의 치료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개발하는 기술들이, 인간의 장애 및 질병을 극복하는 데에 널리 쓰이고, 궁극적으로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인류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제 기술이 뇌과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적 접근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는 교수님의 철학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지도철학, 수업철학, 인간관계 철학에 관한 질문입니다.

 

 

1)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올 대학원생에게 이런 경험은 제공해주고 싶다 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또 지도해보고 싶은 방식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일단 저는 그저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료’와 같은 스승이 되고 싶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해 함께 평가하고, 구현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함께 원인에 대해 고민하는, 그런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연인보다 함께 가야 할 곳을 바라보며 걷는 연인이 더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교수와 대학원생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연구목표를 가지고, 그 끝을 향해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구실의 모습입니다. 물론 제가 학생들보다는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조금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중간중간 피드백을 잘 하는게 제 의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가 응용 분야의 끝단에 있는 편이기 때문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을 새로 흡수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이는 보통 기본이 되는 지식들을 먼저 배우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다른 분야들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죠. 어찌 보면 미지의 분야를 헤쳐 나가려는 연구자들의 숙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제 연구실에 들어올 학생들에게, 목표하는 바를 위해 분야를 넘나드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음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아 나 이거 해 본적 없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깨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연구를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보통 그걸 방해하는 요소가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를 가정한 두려움, 혹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주도성을 잃었을 때의 허무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두 가지 요소를 최소화 해서, 학생들에게 멘토로서 좋은 역할을 해 주는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열정의 모멘텀을 쭉 가진 채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닌 채로 학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2) 교수님께서는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수업이 있으신가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과에서는 biophysics, biomechanics, biofluidics, bioelectronics 등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러한 지식들을 하나로 조합해서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공학적인 접근을 할 때 전체 시스템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에 관한 수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학원 생활을 했었던 MIT에는 ‘Fields, Forces, and Flows in Biological Systems’ 라는 수업이 있는데요, 여기에서 배웠던 것들이 제가 바이오 분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또 이를 응용하는 데에 굉장히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수업의 관점을 바탕으로 타겟을 조금 바꿔서,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인 신경 공학을 전기/기계/화학 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가에 대해 수업해 보고 싶어요. 아마 ion transport, channel mechanics, signal transduction 등의 내용이 들어갈 것이고, 제목은 ‘Engineering Principles in the Brain’ 정도가 되겠네요.

 

 

3) 교수님은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존경하는 분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굳이 한 분을 꼽으라면 제 지도교수님인 MIT의 Polina Anikeeva 교수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좋은 멘토로서 지녀야 할 조건과 마음가짐을 동시에 가지고 계셨던 분인 것 같아요. 연구자로서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으시면서도, 학생들을 항상 인격적으로 대해 주시려고 노력하셨던 점에서 제가 닮고 싶은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적으로는, 스탠포드의 Karl Deisseroth 교수님과 역시 MIT에 계시는 Feng Zhang 교수님이 있습니다. 이 두 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호기심이 있거나,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분야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자연과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연구를 하기도 하시는데요, 저는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이러한 통섭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이걸 해내신 두 분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교수님의 개인적인 면에 관한 질문입니다. 

 

 

1) 교수님께서는 대학 / 유학시절 어떤 고민을 많이 하셨나요? 그리고 그건 어떻게 해결 하셨나요?

 

일단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무엇보다도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현재 걷고 있는 길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저의 경우에는 기계/전기 분야에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뇌공학 분야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또 실제로 연구를 하면서, 기반으로 필요한 바이오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많았죠. 그런데 그 때는 ‘제가 결국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가’에 초점을 많이 맞춘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공부를 해나간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교수님만의 원동력이나 슬럼프 탈출 방법이 있으신가요?

 

공부와 연구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학생들이라면, 원동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벽에 부딪혔을 때 얼마나 슬럼프에서 빨리 탈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곤 해요. 과거를 너무 많이 생각하면 후회할 거리만 많고, 미래만 생각하면 불확실성이 너무 크거든요. 그럼 자연스럽게 사람 심리가 불안해지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는 자꾸 걱정 등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게 되죠. 그렇게 악순환이 오는 경험을 아마 대학원생들은 많이 했을 겁니다.

 

저는 그 때, 반성이나 계획을 하기 보다는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진짜 살고 싶은 삶이 어떤 삶인지, 혹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자신에게 되물으면서 내면을 보려고 합니다. 그런 큰 질문을 던지면, 그 범주에서 봤을 때 지금의 상황이 생각보다 나빠 보이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에요. 그리고 나서는,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하나하나 해나가는 거죠. 그렇게 일을 해나가다보면, 신기하게도 예전에는 매우 커 보였던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이 되어가는게 보이고, 결국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황이 많이 변해 있고, 걱정하던게 거의 다 사라져 있죠. 그래서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본인의 마음속에 너무 오래 안 두는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상황을 크고 넓고 보되, 한 발짝씩 조금이라도 나아가려는 태도가 공부나 연구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가끔씩 평정심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죠. 그럴 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대자연을 보면서 ‘아 난 이렇게 작은 존재인데 번뇌가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아,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예를 들면 제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하는 것들도 힘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3)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선 제 연구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임 교수로 이렇게 카이스트와 같은 좋은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기쁘고, 앞으로 바이오및뇌공학과 학생들과 함께 즐겁고 열정적으로 생활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카이스트에 진학한 모든 학생들이 다 엄청난 각자의 장점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어떤 길을 걷든 간에, 즐겁고 행복하게 대학생활 하시면서 모멘텀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과정은 조금 다를지라도, 결국에는 자신들이 원하던 모습으로 그 자리에 다들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수재 기자(jsj0739@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