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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eng_admin 2007-06-19 15: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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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아이디스 등 CEO 제자 줄줄…'벤처 창업의 대부'
이광형 KAIST 교수, '제2의 HP 신화' 꿈 심으며 학생 독려


▲ 이광형 KAIST 교수(교무처장·석좌교수)
ⓒ 2007 HelloDD.com2000년 벤처거품 붕괴 이후 대전지역에 학생 창업이 거의 사라진 실정 속에서도 이광형 KAIST 교수(교무처장·석좌교수)의 연구실은 올해 들어서만 2명의 석·박사가 찾아와 창업을 하겠다며 자문을 구했다.

이들이 이광형 교수의 연구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보며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게임 대박 신화를 터뜨리며 한 달에 1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넥슨(NEXON)'의 김정주 사장.

1천억원 매출 고지를 코앞에 두고 매서운 질주를 펼치고 있는 대덕특구 코스닥기업 '아이디스'의 김영달 사장.

이들을 키워낸 주인공이 바로 이광형 교수다. 이 밖에도 사이버 가수 '아담'으로 유명한 '아담소프트'의 박종만 사장. '네오위즈'의 공동창업자인 신승우 석사 등 이 교수가 키워낸 기업가들을 한결 같이 걸출한 인재들이다.

"처음엔 연구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연구에서 그치는 것은 정말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90년대 초, 이 교수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초청을 받아 실리콘밸리로 건너갔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도착하자 'HP(Hewlett-Packard)'가 처음으로 간판을 세웠던 허름한 차고(車庫)를 찾았다.

'휴렛(Hewlett)'과 '팩커드(Packard)'라는 두 학생이 자기 집 차고에 세운 HP는 현재 13만명에 가까운 임직원과 4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섰다.

"두 학생이 HP를 설립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프레드릭 터만(Frederik Terman, 1900~1982) 교수였습니다. 그는 휴렛과 팩커드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창업하라'는 말을 했다고 하죠."

HP가 첫발을 내딛은 허름한 차고에서 묵묵히 생각에 잠겼던 이광형 교수는 그 곳을 나서며 'KAIST의 터만이 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는 한국에 있던 제자들을 실리콘밸리로 불러들였다. 10명의 학생이 이 교수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허름한 HP의 첫 사옥을 둘러본 10명의 학생들은 큰 자극을 받았고 이중 5명이 성공적으로 창업했다. 이 5명에는 넥슨의 김정주 사장과 아이디스의 김영달 사장도 끼어있었다.

귀국한 그는 관심사를 연구 위주에서 기술 상용화 쪽으로 확 바꿨다. 학생들과 함께 광양제철소 압연제어기 및 컨트롤러, LG오티스의 퍼지엘리베이터 등 연구 성과를 차근차근 실용화시켰다.

"자기가 만든 제품이 현장에서 쓰이는 것을 보고 학생들은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으로 창업하는 케이스가 생겨났습니다. 어느새 주변에서는 저를 KAIST의 '터만' 교수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선후배 간의 만남···불타오르는 창업 열기


▲사진은 5월 19일 열린 '날리지 컨버전스 워크숍', 왼쪽부터 성균관대 이지형 교수, 아이디스 김영달 사장, KAIST 이광형 교수와 부인 안은경씨, KAIST 이도헌 교수, 넥슨 김정주 사장
ⓒ2007 HelloDD.com 지난달 19일에는 넥슨의 김정주, 아이디스의 김영달 사장을 비롯, 특허청 성경아 컴퓨터심사과 심사관 등 국가 IT산업을 이끄는 걸출한 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광형 교수가 이끄는 'BIIG(Bio Information and Interface Group) 연구실' 출신 선·후배들이 스승의 날에 맞춰 창업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도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고 모여드는 학생들을 보는 것도 뿌듯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창업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단다.

"'날리지 컨버전스 워크숍(Knowledge Convergence Workshop)'이라 명명된 이 모임을 통해 창업 준비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선배들이 설립한 기업에 취직해 경험을 쌓는 학생들도 많아 대견스럽기 그지없죠."

실제로 '한RSS'라는 이름으로 벤처계에 출사표를 던진 서성렬 석사 역시 네오위즈에서 쌓은 경험을 밑천 삼았다. 선배가 창업한 네오위즈에서 근무하면서 경영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창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파일을 지인들에게 일괄적으로 포워딩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벤처기업 '올라웍스(Olaworks)'의 탄생도 이런 모임의 영향이 컸다.

이 교수는 "올라웍스의 CTO로 재직 중인 김준환 박사 등, 이 모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독창적인 아이디어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많다"며 "앞으로도 선·후배가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창업 열기를 불태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것"이라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는 이광형 교수
ⓒ2007 HelloDD.com ◆"유연한 사고 위해 TV 뒤집어서 본다"는 이광형 교수

이광형 교수는 'KAIST의 터만 교수'라는 별명 외에도 '괴짜 교수'라는 애칭이 하나 더 있다.

이 교수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곤 한다. 똑바로 서있어야 할 텔레비전이 뒤집혀져 있거나 세로로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무처장이란 직책까지 맡다보니 상상력이 굳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연구자란 결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하루에 10~20분은 TV를 눕히거나 세워서 보곤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도 다양한 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물체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99년도에 방영됐던 드라마 'KAIST'에는 탤런트 안정훈이 연기했던 '박기훈 교수'라는 인물이 나온다. 염색한 머리에 귀걸이, 찢어진 청바지도 거리낌 없이 입고 다니는 신세대 교수.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내고 창의력을 존중하는 파격적인 수업방식으로 인기를 끄는 캐릭터였다.

이 박기훈 교수가 바로 이광형 교수를 모티브로 삼아 탄생된 가공의 인물. 드라마 KAIST의 각본 제작을 맡았던 방송작가 송지나 씨는 KAIST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괴짜 교수를 수소문했다.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송 씨가 여러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한결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광형 교수님이요!"

송지나 작가는 결국 이광형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왔다. 기술 상용화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이 교수는 드라마 캐릭터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컴퓨터 앞을 빼곡이 채운 메모장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지않기 위해 꼭 메모를 남긴다고.
ⓒ2007 HelloDD.com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닙니다. 학생창업과 창의력 존중이라는 제 철학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댔을 뿐이죠. 그게 특이했었나 봅니다."

이광형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난 한 학생은 "창의력이야 말로 이 교수가 다른 교수들과 차별화 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유연한 사고를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 교수 밑에서 걸출한 기업인들이 연이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자신도 머지않아 창업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 밝혔다.

이광형 교수는 "미지의 영역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창업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상상력은 필수"라며 "강단을 떠나는 날까지 학생들과 같이 숨 쉬며 젊은 상상력을 불태워 나갈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방송작가 송지나 씨의 홈페이지 URL이 kaist.ac.kr로 돼 있다.
드라마 제작 당시 인연을 맺은 탓에 이광형 교수의 연구실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해주고 있다고.
ⓒ2007 HelloDD.com


<대덕넷 노신영 기자> nsy1004@helloDD.com
2007년 0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