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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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교수>

 

이번 [과학산책]에서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조광현 교수님께서는 “역노화 원천기술 개발” 연구성과로 2020 KAIST 대표연구 우수성과 10선에 선정되셨고 현재 KAIST 연구처장을 맡고 계십니다.

 

Q1. 교수님 께서는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의 선구자로서, 최근에도 훌륭하신 성과를 보여주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스템생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시스템생물학이라는 분야는 BT(biotechnology)와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융합된 분야로서,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생물학 실험데이터를 기반으로 집대성하고, 분자조절 네트워크 모델을 만드는 것을 통해 생명현상이 생명체 구성요소들 간에 어떻게 상호조절 되는지 분석하고,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연구분야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시스템생물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해 왔습니다. 초반에는 생명현상 이면의 분자조절 네트워크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집중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이용해 생명현상이 발현되는 원리를 시스템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였어요.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분자조절 네트워크 모델의 정량적 분석을 위해 수학모델을 개발하고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도입하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모델링과 분석을 통해 어떤 원리로 생명현상이 동작하는지 이해하였으면, 그 후에는 이제 생명현상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해주기 위한 탐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연구실에서는 생명현상 가운데 특히 암과 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생물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전통적인 실험생물학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던 시스템 차원의 원리들을 밝혀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조절 네트워크가 상당히 복잡하여 기존전통적 실험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런 복잡성으로 인해 생명현상이 가지는 또다른 놀라운 잠재성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생명체 네트워크의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한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지던 암과 노화와 같은 현상들도 오히려 복잡한 네트워크의 성질을 잘 활용해서 조절한다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질 수 있겠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고 이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최근 카이스트 대표 우수 성과 10선에 선정되셨었는데 축하의 말씀드립니다. 역노화 원천기술에 대한 개발로 선정이 되셨는데, 해당 연구성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암 또는 노화와 같은 생명현상들은 자연상태에서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려질 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앞에서 언급했던 생명체의 복잡한 분자조절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일부가 변형된 상태이더라도 다른 부분들을 잘 조절한다면 이를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우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절가능성을 탐구하였고 이어서 실험으로 증명해 보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작년 1월에 시스템생물학에 기반한 분자 타겟을 발견하고 이를 제어함으로써 대장암세포를 다시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바 있습니다. 해당 연구를 통해 복잡한 네트워크의 성질을 파악하고 이를 잘 제어한다면 생명체가 다시 원래의 정상적인 상태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가역화기술을 좀더 발전시켜서 인체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될 것입니다.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전혀 없으면서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암치료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암을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처럼 잘 관리하면서 건강한 일상생활을 지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암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화 그 자체가가장 강력한 발암의 원인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연령에 따른 암발생 빈도를 보면 60대를 넘어서면서 암발생빈도가 급격하게 증가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포수준의 노화를 세포노화 또는 세네슨스(senescence)라고 합니다. 세포노화는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영원한 세포주기 정지상태를 일컫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세포가 암이 되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기작으로 여겨져 왔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화된 세포가 몸에 계속 쌓이면서 cytokine이라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여 암과 같은 노인성 질병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WHO에서는 최슨 노화 그 자체를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존에도 역분화와 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노화된 세포를 역노화시키는 연구들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기술의 치명적인 단점은 역노화된 세포가 다시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그와 같이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면서 안전하게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문제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팀은 먼저 인간의 진피 섬유아 세포에 노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로 스트레스를 가하고 노화되는 과정에서 세포내부의 단백질들 변화량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샘플링하여 측정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화과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5000여개의 앙상블 컴퓨터 모델들을 생성시켰고 슈퍼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수개월간의 대규모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서 세포가 senescence 상태에 도달한 이후, 어떠한 분자를 조절해야 과연 안전하게 다시 젊고 건강한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지를 탐색하였습니다. 그 결과 3-phosphoinositide-dependent protein kinase 1(PDK1)이라는 역노화 타겟 분자를 세계 최초로 발굴하게 되었고 (주)아모레퍼시픽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인체 피부조직 모델 실험에서 역노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세포 수준, 조직 수준에서 다시 정상적인 세포로 회복이 되는지를 확인을 하게 된, 즉 안전하게 역노화를 유발할 수 있는 분자 타겟을 발견한 세계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후에 이 PDK1을 조절하는 천연성분을 동백추출물에서 스크리닝하여 실제로 제품화해서 2022년 상반기에 대규모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Q3. 이번 연구 성과와 관련되어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나 혹은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으신가요?

이번 연구에서는 PDK1 분자가 노화된 세포의 역노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이와 더불어 역노화를 더 강력하게 유발할 수 있는 시너지를 일으킬 동반 분자타겟을 발굴하고자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부노화 뿐만 아니라 근육노화도 역노화시킬 수 있는 분자타겟을 연구해가고 있습니다. PDK1의 경우에는 피부 세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주름개선이나 표피세포의 젊음을 회복시키는데 초점이 상당히 있었지만, 이를 넘어서 염증성 cytokine을 분비하며 체내에 축적되어지는 노화세포를 타겟으로 하여 암과 같은 여러 노인성 질환들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체 전체의 젊음 상태 그리고 활력을 되찾게 하는 preventive medicine 관점에서의 안전한 약물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암과 노화의 가역치료기술을 인체에 적용하여 건강수명을 연장하고자 새로운 실험실 창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Q4. 시스템생물학이란 분야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구 과정에 있어서 어려움 보다는 아무도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기까지 연구팀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사실상 더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연구 초창기에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려보는 것과 노화세포를 다시 젊게 되돌려보자고 이야기했을 때 지도학생들과 연구원들로부터 무모한 도전이라는 회의감이 상당히 팽배하였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토론을 거쳤었습니다. KAIST가 지향하고 있는 글로벌 수준의 초일류 대학이 되고자 한다면, 그리고 남들이 갔던 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두에 서서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용기를 내고 과감하게 도전해볼 수 있는 연구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연구처장 보직을 맡고 처음에 시작한 일이 궁극의 질문 공모전이었어요.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문화를 만들어보기 위한 캠페인이었죠.  

 

Q5. 마지막으로 시스템생물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스템생물학 연구는 다분히 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현상의 단편적인 부분을 탐구하는 것이 아닌 생명현상 전체가 어떤 원리에 의해 동작되는 것인지, 저변에는 어떠한 핵심적인 시스템 차원의 원리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원리를 파헤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생명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잘 정립되어 있는 학문보다 공부할 것들이 더 많습니다. 기초적인 생물학은 물론이고, 응용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차원의 분석 등에 대한 기초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해서 다른 학문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종례의 생명과학에서 할 수 없었던 새롭고 흥미진진한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생물학이라는 분야는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미지의 흰고래를 찾아 떠나는 항해처럼 생명체라는 소우주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항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패기있고 모험심 있는 학생분들이라면 시스템생물학이라는 미지의 항해로 한번 떠나보기를 바랍니다.

 

[참고논문]

S. Lee, C. Lee, C. Y. Hwang, D. Kim, Y. Han, S. N. Hong, S.-H. Kim, and K.-H. Cho*, “Network inference analysis identifies SETDB1 as a key regulator for reverting colorectal cancer cells into differentiated normal-like cells”, Molecular Cancer Research, 18, 1, pp.118-129, Jan. (2020).

 

S. An, S.-Y. Cho, J. Kang, S. Lee, H.-S. Kim, D.-J. Min, E. Son, and K.-H. Cho*, “Inhibition of 3-phosphoinositide–dependent protein kinase 1 (PDK1) can revert cellular senescence in human dermal fibroblasts”, 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17, 49, pp. 31535-31546, Dec. (2020).

 

 

기자 : 윤동조 (ehdwh8264@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