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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교수>

 

이번 달에는 올해 우리 학과에 새로 부임하신 박은영 교수님을 취재하였습니다. 박은영 교수님께서는 포항공과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에서 학부를 마치시고,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전자전기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이후 Stanford University 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Radiology 분야에서 근무하시다가 올해 2월부터 부임하시어 현재 조교수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의공학 초음파 연구실 (Biomedical Ultrasound Laboratory) 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Q1. 안녕하세요 박은영 교수님, 현재 교수님의 주요 연구분야는 어떤 내용일지 독자분들께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초음파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영상 및 치료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신체에 구멍을 내거나 절개를 하지 않는 비침습적 기법으로 몸 내부의 구조나 신체 기능, 이를테면 심장 박동이나 혈류 등의 정보를 영상화 하는 기술에 관심이 있습니다. 치료적인 측면으로는 초음파 에너지를 비침습적으로 특정 부위에 전달함으로써 암세포를 괴사시키거나, 신경 활동을 자극 혹은 억제하거나, 약물 전달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2.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학생 때부터 해당 연구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려고 하신건가요?

사실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학부를 전자과를 전공했는데 보통 전공 선택에 따라서 세부 트랙이 정해지잖아요. 그때는 통신 트랙을 선택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의료 영상 분야를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인간은 오감으로 세상을 지각 하잖아요. 그 중에서도 특히 ‘시각’을 통해서 (견해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80~90% 가량의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정설이에요. 그만큼 시각이 주는 힘이 굉장히 크고, 의료 영상 분야를 접했을 때 제가 어떤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직면 하고 있는지, 어떻게 개선시키고 있는지 이런 일련의 정보들을 영상을 통해서 보고 읽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Q3. 교수님의 학부/대학원 시절이 궁금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제가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그냥 평범한 모범생이었어요. 수업 열심히 듣고, 강의 노트 이외에 교재도 다 읽어보고, 과제 열심히 하고, 시험 잘 보고, 뭐 그랬었던 것 같아요. 근로장학생처럼 후배들 대상으로 하는 교내나 학과 내 튜터링을 많이 했었는데, 남을 가르치는 게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라고 하잖아요. 튜터링을 하면서 제가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이 배우게 되기도 하고, 후배들이 이해하고 깨닫는 모습들을 볼 때 제가 그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내가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4. 교수님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는지, 그리고 교수가 되기로 결심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진로 고민은 누구나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릴 때부터 확고한 진로 희망이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쪽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사실 부러운 적도 있고 ‘저 정도의 확신 없이 진로를 선택해도 괜찮은 걸까’ 이런 고민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다만 저는 공부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대학원 자체는 큰 고민 없이 진학하게 된 거 같고요.

사실 공대생으로서 다들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웃음). 그래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는,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치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직업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아요. 대략적으로 교수, 연구원, 회사원, 기술창업 이런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게도 대학원 생활동안 다양한 경험을 해봤던 것 같아요. 회사 인턴십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근무를 해보았고 임상 실험을 하면서 병원에 파견을 나가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개발한 기술로 비즈니스 플랜을 세워서 기술 창업까지 이어진 경험도 있거든요.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제 적성을 더 깊게 파악할 수 있었고 교수가 되기로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 

 

Q5. 도전하는 연구나 과제가 잘 풀리지 않아 슬럼프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 오시면서 교수님께서도 어려운 점들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힘든 점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시나요?

사실 의공학 분야에 있었던 것 중에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어렵다’란 말이에요. 저희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에게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기술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실험적인 부분이나 이론적인 것들에서도 조심해야할 게 굉장히 많고,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인허가 과정 같이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장벽이 하나 더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뭔가 쉽고 순탄하게 흘러가면 오히려 불안해했던 거 같아요. 또 다행히 성격적으로도 안되는 일에 매달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은 아니라서 큰 슬럼프 없이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연구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게 본인에게 실패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거에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분명히 배운 게 있을 거고 그 자산은 단기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쓰임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됩니다. 다만 어떤 한계때문에 현재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건지 등을 분명히 파악하고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그걸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고 이런 과정이 연구적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 

아직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조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을 더 드리자면 학교는 실수나 시행착오가 용납되는 공간입니다. 여러분들이 오히려 부담해야할 책임이 없는 ‘학생’ 신분일 때 그런 실패를 경험해보는 것도 인생의 전체를 봤을 때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직장인이 돼서 프로젝트를 실패한다고 생각을 해보면 굉장히 무서운 일이거든요. 지금 여러분들이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 것들은 교수님들이 책임을 져주실 겁니다. 그러니 부담감을 조금 덜고, 너무 깊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위 사람들 대부분이 (친구, 교수님, 선배,...) 같은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시도해보아도 좋아요. 아니면 운동을 하거나 생활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Q6. 교수님 연구실은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면 좋을까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나 혹은 연구실에 지원하기 전에 선행되면 좋은 과목이나 강의가 있을까요?

저는 practical한 부분을 추구하는 연구자이자 engineer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현재 혹은 매우 가까운 미래에 실제 사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보고 싶다’ 또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피부에 와닿는 시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알고 싶다’ 이런 분들은 적성에 잘 맞으실 것입니다.

연구자의 길을 걷는데 있어서 self-motivation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긴 여정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동기부여가 없는 채로 걸어가는 것은 사실 지도 받는 학생이나 지도 교수님 모두한테 힘든 일이거든요. 또, 대학원 생활은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잖아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이고 학생들끼리도 예민해질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실 이런 능력은 연구자로서도 매우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고요.

저희 연구실은 성실하고 끈기 있게 본인의 연구를 스스로 그려 나가고 싶으신 분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실 수 있는 분들, 모두 대환영입니다. 학부 전공이나 선행과목은 대학원에 와서도 배우실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여러 분야를 두드려보시면 좋겠습니다. 

 

Q7. 학생들에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자율을 많이 주고 싶습니다. 물론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여기에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생긴다면 그 책임감이 다시 자율을 통제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좀 더 해결하고 싶어’, ‘ 이 연구를 더 알아보고 싶어’, 이런 자기 동기 부여나 연구 성과에 대한 책임감들이 건강한 압박으로 다가온다면 개인에게 주어진 자율을 자발적으로 통제하게 되죠. 이런 것들이 선순환하게 되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자율을 많이 보장해주고 싶은 이유는, 연구가 장기전이기 때문에 개인 성향에 맞게 연구 생활을 하고 방향성을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론적인 문제를 파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고, 공학적인 설계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작은 성취감이라도 자주 느끼는 것이 중요한 학생과 차곡차곡 모아서 한꺼번에 큰 성취감을 안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맞는 연구 프로젝트는 다를 수 있겠죠. 흔히 “삶의 질”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저는 연구생활에서의 삶의 질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Q8. 저희 과에서 바이오 신호처리 수업을 진행하고 계신데, 어떤 수업을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또 새롭게 개설하고 싶으신 수업이 있나요?

신호처리나 영상 처리 분야 과목이 저희 학과에 많지 않아서 런치아워 때 어떤 학생에게 요청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자과나 다른 학과에서 수강할 수도 있지만, 특히 저희는 바이오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해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신호를 이해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현재 맡은 바이오 신호처리 과목은 이러한 관점을 잘 살려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심화과정인 디지털 바이오 신호처리 과목 개설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의공학도로서 hands-on 교육을 통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기회를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봄으로써, 실무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이런 성취감이 self-motivation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이오 신호처리나 영상처리 관련 프로젝트들을 주로 수행하는 수업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Q9. 연구실을 운영해가면서 이루고 싶으신 최종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에요 (웃음). 거창한 말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해봤는데 간단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우선 연구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병원에 널리 쓰일 수 있는 기술 또는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희가 만든 의료장비가 실제로 병원에 쓰이고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보람되고 기쁠 것 같습니다.

또 연구실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면, 저희 연구실 졸업생들이 어느정도 쌓였을 때 ‘저 연구실 출신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좋은 연구자가 됨과 동시에 좋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고 저도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교를 많이 이용하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카이스트는 학생분들에게 많은 것들을 해주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주최하는 세미나, 특강, 프로그램 등이 많은데, 이런 기회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면 이용하게 될 수 없거나 비싼 값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카이스트에서 많은 교수님들과 관계자분들이 고심해서 기획 하시고 계시지만, 여러분들에게 닿지 않고 쓰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저도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들을 많이 알아보고 학생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열심히 해볼테니, 학생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추천드려요.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은영 교수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