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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기계지능 연구실, 이상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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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5월 15일 월요일, 교수님의 사무실에 진행되었다. 사무실에 들어가는 동안, 그 잠깐의 시간에도 논문 읽기에 집중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모습으로부터 연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교수님의 특별한 시간을 방해한 것 같은 묘한 죄송함을 느끼고, 최대한 인터뷰를 재미있게 해보리라 다짐하며 첫 말문을 열었다.

 

교수님 이력을 보면 전자과를 거쳐서 이제 뇌과학을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거리가 있는 학문인데요. 교수님께서 학과를 선택하실 때 어떤 점을 고려하여 전자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리고 어떻게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네요.

원래는 제어 분야에 관심이 있었어요.제 학부 연구도 그와 관련한 내용이었어요. 미사일을 쏘면 레이더를 이용해 미사일의 현재 위지를 추정하는 칼만 필터 기반의 근사 제어기를 설계하는 학부 졸업 연구를 진행했지요. 그렇게 대학원도 제어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에 들어갔지만, 당시 제어 분야 연구가 학문적으로 포화 상태였어요. 기본 제어 이론은 100년 전에 수학자들이 거의 다 정립을 해놓았고, 최근 20~30년간 트렌드는 그 제어를 얼마나 지능적으로 디자인하느냐가 문제였죠. 그에 따라 박사 과정 때에는 지능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디자인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그와 함께 사람의 행동 데이터를 다루게 되었는데, 행동 데이터만으로 지능 시스템을 디자인 하기 위해서는 답답함을 느꼈어요. 사람의 행동은 결국 뇌의 학습 메커니즘으로 설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뇌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박사 후 과정에서 뇌 연구를 하려고 했죠. 아무래도 뇌 연구를 한 경험이 없으니 바로 뇌를 연구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게 된 곳이 기계학습과 계산신경과학을 다루는 연구실이었는데, 처음에는 기계학습 분야를 연구하다가 점점 하고 싶었던 신경과학 쪽을 다루게 되었어요.

 

시스템 제어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뇌과학으로 관심이 옮겨갔다는 것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다르게 바라보면 어떤 분야에서든 뇌과학이 적용할 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그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수님의 연구 내용 또한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교수님의 연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인간의 인지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연구와, 알아낸 인지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 이렇게요. 교수님의 연구 내용과 목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인간의 학습이나 추론과 같은 복잡한 인지 프로세스를 분석하려면, 자극에 따른 단순한 반응을 보는 등의 기존 실험 방법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대신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알고리즘을 빌려와, 시간에 따른 인간의 학습 및 추론 과정과 비교해볼 수 있죠. 이를 통해 인간의 학습 및 추론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 알고리즘을 찾아낼 수 있고, 그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간의 학습 및 추론에 대한 계산 모델을 세워보는 것이죠.

그렇게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계산 모델을 얻게 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이 기술을 IT 분야에 적용하면, 계산 모델을 통해 인간 행동을 예측해서 기존 서비스가 더 효율적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거에요.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보다 인간이 뛰어난 점을 인공지능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도 있어요. 인간은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적은 양의 데이터를 통해 배웠을 지라도 일을 잘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학습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인공지능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이런 쪽으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연구인 것 같네요. 이번에는 평소에 교수님에게 궁금하던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결혼을 다른 분들에 비해 일찍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구와 사랑을 병행할 수 있었던 특별한 연애 노하우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학부 때 연애를 하고 석사 때 결혼을 해서, 대부분의 연구는 결혼 후에 진행을 했어요. 그래서 딱히 연애 노하우라는 건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다른 학생들도 다 연구하면서 연애를 잘 하고 있지 않나요? (웃음)

 

그렇군요. 연애를 병행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 슬프기도 하네요. 그리고 또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평소에 교수님을 만난 학생들이 말하기를, 해당 분야에 워낙 전문가이시고 항상 연구에 몰두하고 계신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요. 연구 때문에 바쁘실테지만, 시간이 날 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하고 있는 교수님의 특별한 취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설마 논문 읽기 이런 것은 아니겠지요? (웃음)

지금 현재는 바빠서 취미 활동을 못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이것저것 많이 했었어요. 미국에 있을 때에는 돈이 안 들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아다녔었는데, 그렇게 해서 한 게 탁구였어요. 탁구 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탁구를 치기도 했고요. 그 중에서 탁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탁구채를 이루는 나무, 고무를 각 나라에서 사와서 직접 탁구채를 만들곤 했었는데 그 분이 저에게 선물한 탁구채가 오피스 뒤편에 전시되어 있어요. 그리고 테니스도 했었고, 태권도는 좀 오래 해서 10년 동안 했었고요. 요즘은 줄넘기를 가끔 하고 있네요.

 

운동에 조예가 상당히 깊으시네요. 저도 탁구 치는 걸 좋아하는데, 언제 시간이 나면 한번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대학원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고 싶네요. 혹시 본인이 대학원 생활을 했을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이 있으신가요?

학생 때 제일 괴로웠던 게, 연구 외적이라 생각되는 일들이었어요. 제안서를 쓴다든지, 저널 에디터 업무를 돕는다든지, 프로젝트 총괄 학생 업무를 맡는다든지 하는 일들이요. 그 일들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 보면 보통 저녁이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연구는 대부분 저녁 이후에 진행을 했죠. 그 당시에는 힘든 일이었지만, 졸업을 하고 나니 과제를 통해서 진행되었던 일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과제를 통해서 진행했던 일들이 연구 중 어려움을 겪었을 때 그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 논문을 쓸 때 논문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어요. 그리고 그 때 맡았던 총괄 업무들이 졸업 후에 연구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지 세부 연구를 어떻게 묶어 나갈 지 고민할 때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같이 졸업한 동료나 선배의 경우를 볼 때에도, 연구를 제안하고 프로젝트 진행 업무에 적극적이었던 분들이 사회에서도 스스로 잘 헤쳐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양한 일을 통해 연구 분야 외의 정보를 얻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더 쉬워지고 새로운 정보를 더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더 큰 스케일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물론 연구 외적인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학생 때 이해하기는 힘들어요. 저도 그랬고요. 때문에 본인의 현재 시야로 맡은 일이 연구와 관련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본인의 연구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해보려 하고 그 경험을 자신의 것을 만드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이것이 학생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네요.

 

교수님이 바라는 이상적인 학생의 자세가 있나요?

제가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각자의 개성과 특징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최대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조건이 다를 거에요. 본인이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판단해서, 그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지도교수로서 그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이 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본인이 계속 맞춰가려고만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자세가 가장 중요할 것 같네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교수님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연구 철학 또한 엿볼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상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마친다.

송영조 기자(syj145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