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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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4월 22일 교수님의 오피스에서 진행되었다. 열려있는 문으로 가볍게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교수님께서 웃으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말씀과 손짓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 덕에 약간 긴장하고 있던 것이 풀리고 좋은 인터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철 교수님은 UC San Diego Bioengineering 박사 후 연구원을 마친 뒤 올해 3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님으로 부임하셨다.

 

Q1. 우선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brain-machine interface를 위한 하드웨어 시스템 설계입니다. 특히 저는 학부, 석사를 전자과에서 집적회로 설계 방법에 관련된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이런 집적회로 시스템을 이용해서 저전력 brain-machine interface를 위한 하드웨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큰 주제로 공부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neural modulation (recording and stimulation), wireless power transmission, data communication 을 박사과정 중 연구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꼭 brain만 한 것은 아니에요. 생체 신호들을 읽은 후 어디론가 전송도 해야 하고, 또 우리 몸에 붙는 다양한 센서(wearable sensors)들과 통신도 이루어져야 해서 저전력 통신 시스템에 관련되어서도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brain-body-machine interface라고 하면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잘 나타내주는 말일 것 같아요.

 

Q2. 그렇군요. 그럼 지금 계획 중이신 연구도 관련된 분야이신 건가요?

 

  그렇죠. 우리 몸에 센서가 많이 붙고, 이런 생체 신호를 읽는 시스템이 이미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굉장히 작동을 잘하지만, 아직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실험과목에서 EEG나 ECG를 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현재 생체신호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무겁고, 전선이 연결된, 박스형 생체신호 측정 시스템이 있어야 해요. 최근에 모바일 생체신호 측정 시스템들이 연구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측정 가능 시간이 부족하고, 긴 시간 착용하기엔 굉장히 불편합니다. 

  사실 생체 신호들은 long-term으로 측정이 요구되는 분야가 많이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Seizure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그 detection을 위해서는 환자가 입원해 있다가 seizure를 일으키는 순간에 가서 신호를 측정해야 해요. 그래서 이런 신호를 그냥 우리가 삶을 살면서 측정할 수는 없을까? 초소형 센서를 부착해서 잊어버리고 살다가 필요한 순간에 측정된 데이터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런 고민들이 저를 long-term 신호 측정을 위한 저전력 초소형 센서를 만드는 쪽으로 인도하고 있죠.

  그리고 사실 brain에 한정되고 싶지도 않아요. 아까 말했듯이 저는 집적회로 설계기술을 이용해 초소형 저전력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을 이용해, bioengineering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3. 지금 하고 계시는 분야를 고르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계기가 있죠. 제가 전자과에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는 회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어떤 임팩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가져야만 하는 능력이랑 제가 공부한 것이랑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회사는 회사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시스템이 있고, 해당 시스템을 잘 알아야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데, 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의 building-block을 기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technique-based approach 방식으로 공부를 했거든요. 그래서 정작 내가 공부한 것들을 회사의 시스템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그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예요. 실은 제가 공부했던 분야가 중점 분야인 곳으로 가면 돼요. 하지만 그곳도 언제까지나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때 과연 technique-based approach가 맞는 것인지, problem-based approach가 맞는 것인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그래도 problem-based approach가 더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기술을 배우고 그것을 적용할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찾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 보니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bioengineering이라는 학과가 바이오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곳, 즉 problem-based approach를 취해 연구하는 학과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bioengineering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UC San Diego bioengineering 학과에 지원했는데, 마침 US San Diego에서 저처럼 전자회로+바이오 쪽을 하시는 교수님이 계셔서 해당 연구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게 bioengineering 쪽 공부를 하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Q4. 말씀을 들어보니 기업에서의 경험이 분야를 바꾸는 데에 꽤 많은 영향을 주신 것 같아요. 그러면 교수님의 연구 활동도 그때의 경험에 영향을 받았나요?

 

  그럼요. 아까 말했듯이 system-level approach 혹은 problem-based approach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 접근법이 바뀌어 버렸어요. 큰 그림을 그리고 큰 그림에서 바꾸는 게 엄청나게 임팩트가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회사 생활 이후로 생각이 바뀐 게, 연구를 할 때도 technique에서부터,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 큰 그림에서 필요한 게 뭔지 찾아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어요.

 

 

Q5. 교수님께서 연구 활동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연구를 하던 다른 무언가를 하던 성실함은 기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성실하다고 해서 9 to 12 이런 거는 싫어요. 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려면 머릿속에 무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 책상에 앉아있다가 생각할 문제가 생기면 꼭 주변을 걸어 다녀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결국 안되면 덮어둬요. 덮어두고 나중에 집에 가서 생활을 하다가 샤워를 하다가 불현듯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그런 것들이 무작정 앉아만 있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떠오르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앉아만 있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삶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요즘 워크 라이프 밸런스라는 말이 있던데 저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실이라는 게 다시 말하면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시간에 딱 일하고 놀 시간에 딱 노는 것을 잘 지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신 일할 시간에 아주 성실해야, 치열하게 하는 것이죠. 제가 미국에서 저희 지도교수님을 보면서 느낀 거예요. 저희 지도교수님은 엄청 철저한 분이셔서 아침 8시에 정확하게 출근하시고, 저녁 6~7시에 정확하게 퇴근하셨어요.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교수님들도 일이 정말 많으세요. 그래서 다른 교수님들은 밤늦게까지 계신 경우도 많았는데 저희 교수님은 저녁 7시가 딱 되면 정확하게 퇴근하셨어요. 대신 그 시간에 엄청 치열하게 일하셨어요. 실은 이 정도까지는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점심도 자주 거르셨어요. 그렇게 점심도 거르시고 일을 치열하게 하시고는 시간이 되면 집에 가시는 거예요. 그렇게 가시면 이메일도 보지 않으세요. 그렇게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시다가 아이들이 다 잠들고 10시 정도 되면 다시 일을 시작하시는 거죠. 저는 그걸 보면서 참 좋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살면 좋겠고, 학생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일할 때는 정말 치열하게 일하고, 집에 가서는 자기 삶도 사는 거예요.

 

 

Q6. 와닿는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은 조금 가벼운 질문인데요. 교수님께서 석사를 KAIST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게 학교를 떠났다가 다시 교수로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 부임을 하게 되셨는데,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학교나 분위기 같은 부분에서요.

 

  일단 건물이 참 많아졌어요.(웃음) 제가 공부할 때는 중앙 도서관도 건물이 없었고, KI 빌딩도 막 짓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그쪽에 풀밭이 넓게 있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져서 조금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중앙 도서관에서 최근에도 책을 하나 빌리면서, 도서관을 구경해봤는데, 너무 이쁘게 잘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위기 같은 부분은… 사실 아직 잘 모르겠네요. 와서 학부생분들은 좀 만나봤는데, 아직 대학원생분들은 많이는 못 만나봤어요. 그래서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지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웃음)

 

 

Q7. 이제 점차 아시게 되시리라 믿어요. 그러고 보니 아직 교수님께서는 랩 학생이 없으신데, 마침 인터뷰를 하는 김에 이런 학생이 우리 랩에 오면 좋겠다 하시는 면을 어필해주세요.

 

  연구적인 측면과 태도적인 측면을 나눠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연구 면에서는 아까 말했듯이 저는 전자 회로 시스템과 바이오가 합쳐진 공부를 해요. 바이오와 전자. 제 랩 이름 BE-EE거든요? 이것도 BE와 EE가 합쳐지도록 의도해서 만든 거예요. 그래서 바이오엔지니어링과 전자가 합쳐진 분야다 뭐 그런 얘기죠. 그래서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태도적인 면에서는 이것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할 땐 열심히 하고, 여유를 가질 땐 확실히 쉬는 그런 성실함을 가진 학생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주변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 분야는 많은 경우 co-work을 해서 일을 해야 해요. 그래야, 임팩트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러기에,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와도 같이 일하고, 랩 동료와도 같이 일하고, 주변 랩 사람들과도 함께 잘 일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Q8.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며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거나 연구자로서의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음… 저는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연구할 때, 10에 9은 실패하고 어려운 일이 발생하고, 간혹 즐거운 일이 발생해요, 안타깝게도. 그런 실패를 하고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실 그게 진짜 실패는 아니잖아요? 그 연구의 한 과정이지. 그걸 실패라고 생각하고 좌절하기 시작하면 참 어려워져요. 그걸 배움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되거든요. 이게 단지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면 항상 어렵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시기를 건너가면 재밌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재미있어서 잘하는 걸까요, 잘하니까 재미있는 걸까요? 답은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잘하니까 재미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잘하니까 칭찬도 받고, 스스로 생각을 해봤는데 뭔가가 되고 그러면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뭔가가 되려면 잘해야 되거든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잘하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잘하게 되고, 더 재미있어지고. 선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그런데 처음에 잘하기 위해서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처음에 잘하기 위해서는 사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견뎌줘야 되거든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연구를 하던, 축구를 하던, 뭘 하던지요. 그래서 그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하나 더 보태자면,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또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그 시간을 잘 넘어갈 수 있게 해주거든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김태현 기자(gth0918@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