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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신경영상 연구실, 정용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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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5월 16일 화요일, 교수님의 사무실에 진행되었다. 사무실 위치를 잘못 알아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도, 인자하게 맞이해 주시는 교수님의 모습에 안도하며 자리에 앉았다. 일에 집중하고 계시는 와중에도, 웃는 얼굴로 맞아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수님에 관해 가장 궁금했던 첫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보았다.

 

제가 다른 과에서 전과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교수님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과 전화통화를 한 적 있는 제 친구가 다른 교수님과 다르게 ‘젠틀’한 느낌으로 통화를 하셔서 통화가 너무 편했다고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 후로 교수님과 나눌 대화가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벌써부터 편안한 느낌이 드네요. 그렇게 편안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제 친구의 표현을 빌려 ‘젠틀’하게 말씀하시기 위해 신경쓰시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제가 젠틀하게 말한다고 그러나요? (웃음) 아무래도 병원에서 일을 하며 환자들과 많은 시간을 이야기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특별히 제가 신경을 썼기 보다는, 병원에서 이야기 나누게 되는 분들이 주로 나이 많은 환자 분들과 그 보호자들이었기 때문에 공손하게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이런 말투가 체화 된 것 같아요. (웃음)

 

환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번에 카이스트 클리닉 신경과 진료실에 교수님의 성함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 있습니다. 의학 박사와 이학 박사 학위를 모두 소지하고 계시면서 연구활동과 신경과 진료 활동을 모두 하고 계신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둘을 병행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고, 혹은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하게 되셨는지요?

제가 학생 때부터 사람 뇌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 관심이 어느 순간에 정해진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일단은 뇌를 보는 것이 멋있어 보였어요. 간이나 위보다는요. (웃음) 그리고 항상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뇌를 연구하는 것이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게 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신경생리학 연구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고양이, 쥐, 바퀴벌레, 가재 등의 동물의 뇌를 이용해서 실험을 했었죠. 하지만 실험을 하다보니 제가 실제로 관심 있는 것은 사람의 뇌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상상하고 느끼고. 그러면서 인간 뇌를 연구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의대를 나온 경력을 살릴 수 있으면서 인간 뇌를 다룰 수 있는 신경과를 선택하여 레지던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신경과 내에도 분야가 많아요. 그 중에서 저는 대뇌 피질에 관심이 많았기때문에, 대뇌 피질 연구가 중요한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보게 되었어요. 환자만 보다가 재미있는(이렇게 얘기하면 이상하겠지먄) 환자를 보면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 이런 것들을 행동실험이나 뇌영상으로 연구를 해왔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된 것 같네요.

어려운 점이라면, 연구는 기본적으로 어렵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진료하던 환자의 대부분이 치매 환자 분들이었는데, 치매는 다른 병과는 다르게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지만 않으면 다행이거든요. 제 진료로 좋아지는 분을 볼 수가 없다 보니 힘들기도 했죠. 병행하면서 힘든 점 보다는, 병행하기 위해 달려왔던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생활을 힘들다고 말하지만, 인턴, 레지던트 생활은 그 생활보다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웃음)

 

그렇게 힘든 과정을 모두 견뎌내셨다니 너무 존경스럽네요. 그럼 의사로서 치료 혹은 상담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아쉬웠던 점들이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의사에게 굉장히 많은 것을 바라죠. 의사들이 본인을 진료하면 한 번에 병명을 알려주고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죠. 하지만 진료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과 비슷해요. 환자를 한번 보고 병을 아는 경우는 드물고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죠. 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증상을 확인하고 여러 검사를 통해 하나씩 가능성을 제거해 가며 순간마다 판단을 해야해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놓친 것들이 들어나고 원인을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어요. 생각나는 환자분들이 많은데 한번은 입원을 하셨는데 입원 이틀 만에 무슨 병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돌아가신 젊은 여성분이 계셨어요. 아이도 있으셨는데 당시에는 어떻게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신 뒤에도 대체 무슨 병이었을까 아직도 가끔은 고민을 해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저한테 아쉬움이 많죠. 어떤 환자 분들은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니, 진료 후 섭섭하다고 우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러다 보니 환자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어요.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어떤 연구를 하시는 지 살펴보니 연구분야가 다양합니다. 이 많은 연구주제들의 맥을 이어주는 중심적인 연구 목표가 있으실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연구를 통해 교수님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간단히 말하면,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저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지와 같은 막연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본적인 중심은 뇌의 작동 기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보거나 특정 뇌 부위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경세포들 간의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네트워크를 파악하기 위해서 뇌영상 기법을 이용하여 연구를 하고 있죠. 그리고 상호작용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해요. 어떤 부위에 손상이 있어서, 어떤 인지 작용이 잘못되는 지를 안다면 인과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뇌의 생리적인 기작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동물의 뇌를 이용한 실험도 필요하지요. 뇌에 자극을 주거나 억제하는 등의 실험을 통해 뇌가 작동하는 기작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있지만, 인간에게는 하기 힘드니까 동물실험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이 하는 내용이 다양하기는 해요. 사실 관심분야를 좁혀서 집중적으로 하나에 대해 연구한다면 연구분야에서 유명해질 수 있지만, 제가 궁금한 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뇌에 관해 재미있는 게 많고, 그런 재미있는 현상들을 균일하게 설명하는 통합 이론(General Theory)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학생들의 개인적인 흥미 분야를 우선적으로 존중해주는 편이거든요. 물론 제가 비슷한 분야로 학생들의 연구를 인도해 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좋은 지도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의사로서의 목표도 가지고 있어요. 치매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를 가진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아요. 치매를 치료하는 방법은 없지만, 당뇨나 고혈압을 조절하는 치료법은 존재하거든요. 이런 위험요인과 치매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알아낸다면 치매를 치료하는 최소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우회전술을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흥미 분야를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하시니 궁금한 점이 있네요.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바라는 자세가 있으신지요.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쉽게 말해서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에요. 연구를 선배가 시켜서, 교수님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자기 할 일을 찾아가며 하는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연구가 재미있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해요. 교수님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 친구가 동기 부여가 잘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 결국 도전적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스스로 찾아가는 학생을 원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다른 교수님들에게 항상 드리는 질문으로 끝을 맺고 싶습니다. 교수님에게 지도학생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까요. (웃음) 항상 고마워요. 본인 인생의 20대를 저와 함께 하는 거잖아요. 나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반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서포트를 최대한 하려고 하는 거죠. 연구실은 하나의 운동장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제가 책임을 지는 거죠. 연구실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혀보고,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질문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고 그러면서 계속 실패해보는 거에요. 그런 경험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런 경험을 대학원 때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어요. 박사 후 과정이 돼서, ‘내가 무슨 연구를 해야하지?’라고 고민하거나 실패해서 주저 앉으면 문제가 있잖아요. 연구실에서 최대한 많이 고민 해보고, 많은 경험을 겪고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정용 교수님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교수님이 마치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지도학생들을 이끌어가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시는 모습에 많은 감동도 받았다. 시간 내어 인터뷰를 해주신 정용 교수님께 큰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진행하시는 연구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마친다.

송영조 기자(syj145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