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innovative bio-convergent technologies for better huma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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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교수>

 

이번달에는 바이오및뇌공학과에 새로 부임하신 이영석 교수님을 취재하였습니다. 이영석 교수님께서는 학부를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수학, 전산학 전공으로 졸업을 하셨고, Princeton University에서 전산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그 후 RNA 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는 서울대학교 김빛내리 교수님 실험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계셨었습니다.

 

 Q1. 안녕하세요 교수님.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신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분자생물학에 관련된 내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생물공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유형의 대용량 바이오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생물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질적 방법론이 아닌 전산학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생물학 연구에 정량적인 관점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바이오 데이터에 대한 정량적인 연구를 위해서 최신 인공지능 방법을 도입할 뿐만 아니라 수리 분석 방법을 개발하고 통계 모델을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Q2. 바이오인포메틱스 알고리즘으로 생물학의 정량적 관점을 제공한다 라는 것이 흥미로운데요, 조금만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명체는 living complex system입니다. 다른 complex system과 달리 생명체 경우에는 생명의 규칙 또는 회로를 잘 모릅니다. 이와 달리 바둑을 예로 들면,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를 구성하는 분자 개수보다 많지만 모든 경우에 대한 규칙이 명확합니다. 모든 규칙이 명확하기 때문에 winning strategy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알파고는 이러한 winning strategy를 잘 찾은 것입니다. 바둑뿐만 아니라 규칙이 알려진 다른 complex system 역시 인공지능으로 최선의 전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산업에 적용하려는 흐름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생명체는 다릅니다. 바둑에서의 winning strategy에 해당하는 것을 생명체에서 찾을 수 있다면 질병과 노화 등을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생명체는 living complex system이고 지금까지는 생명체에 대한 규칙을 대부분 모르는 상태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인공지능 기술만으로는 질병과 노화 등을 해결하기 힘든 것인 현재 상황입니다. 향후 데이터 과학, 응용 통계학, 기계학습 방법을 사용해서 생명체의 (정량적) 규칙을 분자 단위와 시스템 단위에서 규명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 방법과 더불어 생명체의 현상을 조절하기 위한 공학 기술의 기반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Q3. 앞으로의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운 점들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이신가요?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점은 사람들간의 소통인 것 같습니다. 다른 융합 연구와 마찬가지로 바이오 빅데이터 연구 역시 여러 학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필요로 합니다. 전산학, 인공지능, 통계학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 및 기술들을 숙지해야 하며, 맞춤형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논문들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각 분야마다 사용하는 전문 용어도 다르고 학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공학자와 과학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토론과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대부분 연구자들이 본인 연구 프로젝트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저는 그들의 연구 주제를 귀담아듣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Q4. 교수님께서는 학부를 외국에서 나오시고 이어서 대학원까지 외국에서 졸업하셨는데, 외국의 학부, 대학원 문화가 한국 문화와는 다른 점들이 있을까요? 저희 학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할 문화들이 있다면 혹시 어떤 점이 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 또한 미국에서 공부를 했는데요. 어린 시절 생활까지 포함하면 19년을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한국의 학교 문화이나 대학교 생활에 대해선 뉴스로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학교 문화를 비교 하기는 좀 어렵고, 그 대신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미국의 교육 관점에 대해 두 가지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기초 공부입니다. 학부 때 가장 중요한 공부는 기초 공부입니다. 제 연구와 관련 있는 기초 수업의 예를 들면 데이터 구조, 알고리즘, 기계학습, 이산 수학, 기초 통계학, 유전학, 세포생물학 등이 있습니다. 대학원 학위 후에는 연구 결과물을 내야하기 때문에 기초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기초 통계학을 대학원 때 배웠는데, 그 당시 오전에는 논문 읽고, 오후에는 연구하고, 저녁에 기초 통계학을 공부했습니다. 연구 트렌드는 바뀌지만 기초는 바뀌지 않으며, 기초가 탄탄하면 트렌드를 더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둘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중요성입니다. 제가 수강한 대부분의 수학 또는 전산학 수업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과정 없이 정답만 적으면 빵점을 받았고, 정답을 맞추지 못했어도 과정이 맞았다면 거의 만점을 받았습니다. 전산학 수업에서도 작성한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실행되지 않더라도 코드를 작성한 과정이 과제의 핵심을 찔렀다면 큰 부분 점수를 받았습니다. 성공 혹은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교육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학부생들도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정답을 쫓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삶을 카이스트에서 찾기 바랍니다.

 

Q5. 앞으로 연구실에 들어올 대학원생들에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지도 방식에 있어 교수님 만의 철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때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 것만큼 배워야 할 중요한 스킬들이 여럿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박사 과정 학생은 아래 4가지 스킬을 모두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도 교수로서의 저의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석사 과정은 이 중 몇 개만 배워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독립적인 프로젝트

‘이 연구 만큼은 혼자서 수행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도록 지도하고 싶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은 ‘연구의 끝’이라기 보다 ‘독립된 연구의 시작’임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박사 과정 학생뿐만 아니라 석사 과정 학생에 대해서도 독립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중요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연구의 독립성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2. 다른 연구실과의 협동

21세기는 혼자 연구해서 글로벌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다양한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야 모방하기 힘들고 경쟁력을 갖춘 연구를 수행할 수 있거든요. 이를 위해, 저희 연구실에서는 분야가 다른 여러 연구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융합적인 개념과 이해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Open science

Open science이란 학계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서 각자의 연구 기술이나 노하우를 자유롭게 공유하여 학문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지향하는 이유는 제가 대학원 때 open science community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생물정보학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open science 덕분에 크게 성장하였고, 21세기 생물학 발전에 핵심적인 학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받았던 혜택은 당연히 되돌려 주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저희 연구실 학생들도 이러한 생각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4. Scientific Writing

마지막으로는 글(혹은 연구논문)을 쓰는 것인데 어떤 면에서는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세가지는 어느 정도 정답이 있는데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거든요.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무수히 많고 저 또한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scientific writing은 너무나도 중요한 스킬이고 또한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지도할지 여러모로 고민 중입니다. 

 

Q6. 교수님께서는 슬럼프에 빠지신 적이 있으신지요? 슬럼프에 빠진 학생에게 해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으실까요?

슬럼프에는 많이 빠지죠 ^^. 작은 슬럼프, 큰 슬럼프 등 여러가지인데, 작은 슬럼프가 올올 때 저는 그냥 놀러갑니다. 맛집을 찾아 원정도 떠나고 당일치기 여행도 갑니다. 대학원 생활을 한 학교가 조그마한 도시에 있어서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와 같은 대도시로 여행 갔었고, postdoc 때는 학교가 대도시에 있어서 근교로 (많이) 다녔습니다. 오랫동안 연락 못한 친구에게도 연락하고, 바쁜 대학원 생활로 못 봤던 미드 정주행도 한 방법이고요. 

 

중요한 것은 크고 깊은 슬럼프인데요, 개인적으로 대학원을 마치면서 저에게 그런 슬럼프가 온 것 같습니다. 2010년 학부를 마칠 당시, 제 주변 많은 지인들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IT 회사로 취직을 했습니다. 그 때는 작은 회사였는데 지금은 세계적인 회사들이 되었죠. 지인들과 다르게 저는 나름 자아실현을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대학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박사학위 취득 후에 ‘나는 과연 연구를 계속 하고 싶어 하는가?’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대의명분은 있지만 연구라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힘들지 않는 연구는 아마도 새로운 길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열정페이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대학원과 postdoc이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로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정답 같은 삶들이 있지만, 내가 가려는 길이 과연 나에게는 정답인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postdoc을 하게 된 진짜 이유는 (전문 연구 요원 때문도 있었지만) ‘postdoc 기간 동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연구라는 것을 열심히 해보자, 마지막으로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회사를 가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결정으로 저는 연구 실적과 성과에 대한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생명 현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연구를 하게 되었으며 결국 슬럼프도 희미해졌습니다. There will be ups and downs, twists and turns in our lives. But the key is to focus on your vision and most of all enjoy the ride! 

 

Q7. 교수님께서는 저희 과에서 어떤 수업을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요즘 바이오 공학 연구를 위한 다양한 전산학 개념들을 소개하는 수업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희 학과 기초 전산학 개념을 위한 수업 디자인에 관심 있는 학생은 저에게 연락 바랍니다.) 전산학은 바이오정보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바이오 공학 연구에 필수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컴퓨터 언어와 코딩을 가르치는 수업은 많으나 비전공자들을 위해 전산학의 핵심적인 개념들을 다루는 수업은 많지 않습니다. 전산학은 코딩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며 코딩은 수단일 뿐입니다. 또한 operating systems와 같은 전산학 전공 수업은 저희 학과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저희 학과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기초 전산학 개념을 “잘” 정리한 수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디테일은 아직 고민 중입니다. ㅎㅎ

 

Q8.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연구의 최종 목표는 living complex system을 hacking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hacker는 바이러스이죠. 지금은 SARS-CoV-2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들에 비해 winning strategy를 “잘” 찾아서 전세계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 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제가 생화학 무기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생명체의 winning strategy를 찾고 싶고, 이를 위한 핵심 연구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RNA 백신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mRNA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포함된 RNA를 우리 몸에 주입하여 특정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우리 몸에서 면역 체계를 만들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결국 백신은 인체 시스템을 해킹하여 면역 체계를 미리 훈련시키는 전략입니다. 바둑의 경우처럼 생명체의 생물학적인 규칙들을 알고 있다면 특정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RNA를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겠지만, 아직 분자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현재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single-nucleotide resolution 분석용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분자생물학적 규칙을 규명하고,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rational biomolecule design하는 전산학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보다 더 효율적인 winning strategy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Q9.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다양한 멘토를 찾으시고 또 멘토가 되어주세요. 지도교수님, 학과 선배도 멘토가 될 수 있지만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카이스트에 많이 입학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본인도 우수하겠지만 옆 자리 앉은 학생 또한 우수하다는 의미입니다. 카이스트 커뮤니티 수준이 높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최소 한가지는 배울 점이 있을 것입니다. 경쟁은 본인 자신과 또한 글로벌하게 하시고, 본인만의 카이스트 social network를 형성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또 가르치기 바랍니다. 저는 이런 것을 박사학위를 하면서 어렵게 배웠지만, 바이오및뇌공학과 학생들은 지금부터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