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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님을 취재하다

 

- 기억인지연구실 이수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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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는 2017년 10월 30일, 이수현 교수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오피스 문을 여니 업무 관련으로 분주해 보이시는 교수님의 모습에 문득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렵게 내어주신 이 시간 동안 알찬 인터뷰를 해보고자 다짐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수현 교수님은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계신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억 및 지각 과정, 기억 관련 정신질환 등이다.

 

지난 학기에 교수님께서 우수 강의상을 받으셨다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강의를 진행할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고려한 같은 것이 있었나요?

글쎄요. (웃음) 제가 특별히 신경 쓴 것이 있는 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지난 학기에 가르쳤던 과목이 아무래도 바이오및뇌공학과에 들어온 학생들이 제일 처음 듣게 되는 뇌과학 관련 과목이다 보니 기초적인 것들을 잘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관련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과제를 내주었고요. 특히, 학생들이 기초 뇌과학과 엔지니어링 필드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찾아보고 자발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도록 했는데. 이러한 진행을 학생들이 재미있게 따라와주었던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카이스트 물리학 학부 과정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신경생물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셨는데요. 그렇게 분야를 바꾸게 계가 있으신가요?

사실 학부 3학년 때부터 뇌에 관심이 있었어요. 뇌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물리 쪽에서 뇌에 대한 관점 혹은 새로운 이론 및 해석을 제공할 수도 있고, 심리학 쪽에서 뇌를 바라볼 수도 있을 거에요. 당시 저는 직접 실험을 하면서 뇌에 대한 사실 관계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뇌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관련 분야를 찾던 중에 신경생물학 연구실의 연구가 흥미로웠고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게 된 것이지요.

 

그렇군요.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처음에 연구분야를 정하셨나요? 연구분야를 정하기 위한 같은 것이 있을까요?

제일 재미있는 것을 골라야해요. (웃음) 일단 아무 지식이 없으면 무엇이 궁금한 지, 어떤 것이 재미있는 지를 알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공부한 뒤, 관심있는 것이 생기면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거죠. 저 또한 처음 박사를 시작할 당시 신경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접하려고 노력했어요. 여러 논문을 찾아 읽기도 하고, 여러 세미나에도 참석했죠. 그러다 관심을 가지게 것이 기억 견고화(Memory Consolidation)화 관련된 내용였어요. 2000년대 초반부터 견고화 된 기억을 인출할 때 어떤 자극이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그 기억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보고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견고화 된 기억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 때 문득 이런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기억을 인출할 때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면, 기존에 있던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서져야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이디어였죠. 그래서 저는 그와 관련한 생물 기작을 연구했고, 그 기작을 밝힌 논문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현재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현재 관심 분야에 대해서 조금 말씀해 주실 있나요?

저는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에 관심이 많아요. 현재 우리 연구실의 연구 방향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기억을 인출할 때와 실제 경험할 때 뇌에서 나타나는 기작을 비교하는 것이고, 두번 째는 오랜 기간동안 기억이 변화되는 원리를 아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감정 기억에 대한 연구에요. 특히 감정 기억 저장 및 인출 관련 기작은 불안 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 진단 및 치료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최종적으로는 저희 연구실의 연구결과가 현대인들이 많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교수님이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슬럼프가 오신 적은 없나요? 저를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이 종종 겪는 현상인데요. 일을 열심히 하다가 문득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기도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슬럼프가 오거나, 이를 극복하려고 하신 적이 있나요?

요즘은 바빠서 슬럼프를 겪을 시간도 없는 거 같아요. 슬럼프도 시간이 있을 때 겪는 거 같아요. (웃음) 실험을 하다 보면 새로운 발견에 흥분하고 재미있다가도,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실험에 계속 실패하면 우울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도 하지요. 저도 당연히 연구를 하면서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저는 제가 지금 힘든 것이, 과학을 연구하는 그 자체 때문에 힘든 것인 것인지 혹은 다른 외적인 것 때문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려 했어요. 연구 자체는 좋은 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사회적 관계 때문에 힘이 들 수도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연구 자체가 아니라, 그 외적인 것들이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다시 처음에 좋아했던 연구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만이 남았네요. 제가 교수님들에게 항상 묻는 질문인데요. 지도 학생들은 교수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학생들에게 바라는 자세가 있으신가요?

저는 연구하는 선배로서 학생들이 연구자로서의 길을 잘 가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라 생각을 해요. 그리고 나중에 이 학생들이 선배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훨씬 중요하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대상이기도 해요.

제가 지도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고 있는 연구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관해 생각하는 자발적인 자세에요. 간혹 제가 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요. 본인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있었으면 하네요.

 

 

 

 

 

송영조 기자 (syj145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