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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우리 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은 미세한 양의 생화학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유전체 메타물질을 발표했다. 본 연구 내용은 광학 분야 권이 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터리얼(Advanced Optical Material)>에 게재되었다.

 

굴절률이 음수일 수 있다면

물이 담긴 유리컵 속에 꽂혀 있는 빨대는 꺾인 모양으로 보인다. 빛이 공기와 물의 경계에서 꺾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빛이 물질의 경계에서 꺾어지는 현상을 굴절이라 한다. 빛이 꺾이는 각도의 비율로 꺾인 정도를 나타내며 이를 굴절률이라 하는데 대부분 물질에서 굴절률의 크기는 양수이다. 물질을 특수하게 설계하면 굴절률의 크기를 매우 크게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 음수가 되게 할 수도 있다. 자연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광학적인 특성을 가지는 물질을 포괄적으로 메타물질(Metamaterial)이라 지칭하며 메타물질의 독특한 광학적 특성을 응용한 다양한 장치가 연구 중이며 투명망토가 대표적이다.

 

유전체로 메타물질을 디자인하다

연구팀은 유전체인 실리콘을 이용해 메타물질을 디자인했다. 기존의 메타물질 연구는 금속이나 금속 혼합물을 이용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는데 금속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센서로 응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메타물질을 디자인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형화가 가능한 방법을 모색했다.

실리콘 메타물질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매우 얇은 실리콘 박막에 나노 수준의 구멍이 일정 간격으로 뚫려 있는 점과 그 박막이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 제작된 점이다. 빛이 이 구조체에 입사하면 나노 구멍 구조 때문에 실리콘 고유 구조와 빛이 반응하면서 공명 현상이 일어난다. 나노 구멍의 크기나 배열 정도에 따라서 메타물질의 민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실리콘 박막을 바로 유리와 부착하지 않고 일정 공간을 두어 실리콘 아랫면이 공기와 접촉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메타물질의 민감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나노 구멍과 반응한 빛이 공명하는 현상을 측정하면 실리콘 메타물질 주변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주변 매질의 특성에 따라 공명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실리콘 메타물질은 기존의 연구대비 최대 300배까지 민감도를 증가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실리콘 기반 측정기와 호환이 쉽도록 메타물질의 공명 범위를 근적외선대로 디자인해 범용성을 높였다.

 

물과 술을 눈으로만 구분하기, 극미량의 생화학 물질의 검출 가능

연구팀이 개발한 실리콘 메타물질은 물질의 매우 미세한 차이도 측정할 수 있다. 물과 메탄올, 아세톤은 눈으로 보기에는 거의 동일해 셋을 구분하기 어렵다. 각각은 실제 굴절률 차이가 소수점 두 자리 정도로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리콘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시각적 정보만으로 투명 액체인 물과 메탄올, 아세톤을 구분할 수 있다. 각 액체를 실리콘 메타물질에 삽입하고 빛을 입사해 공명한 빛의 스펙트럼을 측정하면 셋의 공명 스펙트럼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실리콘 메타물질이 주변의 미세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리콘 메타물질의 민감한 특성은 바이오 물질 검출에도 효율적이었다. 메타물질 표면에 바이오틴(Biotin)을 코팅하고 생화학물질인 스트렙타디빈(streptadivin)을 흘려주었을 때 이에 따라 공명 스펙트럼이 달라지는 것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바이오틴과 스트렙타디빈의 상호 작용을 측정할 수 있었다.

 

참고 자료

Extraordinary Figure-of-Merit of Magnetic Resonance from Ultrathin Silicon Nanohole Membrane as All-Dielectric Metamaterial, Sang-Gil Park, Youngseop Lee, Seyong Kwon, SeokJae Yoo, Q-Han Park, Je-Kyun Park, Ki-Hun Jeong, Advanced Optical Materials, 2016, DOI: 10.1002/adom.201600628

 

김래영 기자(ry_ki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