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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완 교수>

 

이번 달에는 미국 IBM과 전 세계 유수 대학과의 연구 협력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상인 IBM 학술상을 수상하신 이상완 교수님과 이와 관련하여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들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교수님께서 IBM 학술상을 수상하신 것과 관련하여 뇌기계지능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들에 대해 질문을 몇 가지 드리려 합니다.

 

Q1. 현재 뇌기계지능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연구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뇌의 강화학습과 추론과정의 계산적인 원리를 규명하는 계산신경과학적 연구와, 도출된 원리들을 기계학습 문제에 적용하는 뇌 기반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강화학습의 이론적 배경인 벨만 방정식에 기반하여 실험을 설계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실험 데이터를 모으고 기계학습의 틀 안에서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해석한다는 점에서 AI 기반 뇌 연구로 볼 수 있습니다 (AI to Brain). 후자는 현재 인공지능에서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집중하여, 뇌의 관련된 정보처리 과정을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적용해 본다는 점에서 뇌 기반 AI 연구로 볼 수 있습니다 (Brain to AI).

 

Q2. 교수님께서 2021년 IBM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이 되셨는데 이와 관련하여 소감 한마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IBM 내부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있을 만한 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해 주는 작은 상입니다. 연구비 형식으로 4만불의 상금이 지급됩니다. 올해 초에 지원하여 약 4개월간 다양한 각도에서 심사가 이루어졌는데, 심사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사실 중간 2-3개월은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연구비 지원도 감사한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IBM AI 연구소, 뉴로모픽, 계산신경과학 팀 연구자들과 좀 더 밀접하게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기쁩니다.

 

Q3. 뇌-인공지능 공진화 엔진 기술과 전두엽 메타 강화학습 모델링 기술을 활용하여 IBM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실 계획이라 밝히셨는데 혹시 이 두 기술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모델 기반 강화학습 (model-based reinforcement learning)과 메타 강화학습(meta reinforcement learning) 기술은 딥러닝 기반 강화학습 알고리즘의 탐색 효율성(sample efficiency)과 일반화 성능(generalization)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상대방/환경을 제대로 학습할 경우에는 빠르고 좋은 성능을 보이지만, 환경과 맞지 않는 가정(inductive bias)을 할 경우 전통적 강화학습보다도 느리고 나쁜 성능을 보입니다. 인간은 이 선택지에 대해 기계학습보다 훨씬 유동적인데요, 저희는 학습과정에서 불확실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간의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이 기능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2016년에 계산신경과학 분야에서 구글 교수상(Google faculty research award)을 받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를 해 왔고, 최근 연구실의 안수진 학생 연구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4. 뇌기계지능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인공지능과 신경과학 사이의 협업이 중요해보입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네, 실제로 우리 연구실이 지난 몇년간 뇌의 강화학습과정을 모사하는 계산 모델을 만들어 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뇌 인지 상태를 읽어낼 수 있는 BCI 디코더를 학습시켜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해당 기술은 2019년 KAIST 10대 핵심특허 기술로 선정되었고 해외특허 출원되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연구실의 차유진 학생이 인공지능과 의사 간 상호학습을 위한 AI-의사 공진화 엔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신재훈 학생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뇌 모델과 연동 학습시켜 인간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학습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성도를 간접 제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5. 뇌기계지능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인간의 학습 과정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설계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정신질환까지 모델링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 지능의 이해에서 시작하여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이식하고 다시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인데 혹시 정신 질환 또는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 연구와 관련하여 교수님께서 그리시는 큰 그림 혹은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으신 연구가 있을까요?

정신질환 분야라면, 인간이 간단한 게임을 하는 동안 인공지능이 피험자를 정밀 프로파일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정신질환을 파라미터나 수학적 프로세스 자체로 매핑하는 밑그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분야에서는 인간의 고위수준 기능들을 과소적합(underfitting)이나 과적합(overfitting)없이 기계학습 알고리즘 형태로 이식하는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지능을 인공지능이라는 오븐에 옮기고, 인공지능 기술로 잘 익혀서 꺼내면 무엇이 나올까요?

결과물도 궁금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인간의 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Q6. 마지막 공통질문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 특히 인공지능 및 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내가 만들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라는 리처드 파인만의 문구를 좋아하는데요, 사실 저는 이 말에 100% 동의하진 않습니다. 저는 “앞뒤가 잘 맞으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퍼즐 조각처럼 잘 들어맞는다는 것은 내가 어떤 생각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반증입니다. 앞뒤가 잘 맞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생각 상자의 밖에서 보려고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학회에 가면 느낄 수 있는 유행이나 많은 주목을 받는 연구 주제를 쫓는 일은 회사나 연구소, 다른 학생들에게 남겨주세요. 아무도 상상해보지 않은 것들을 상상하고, 도저히 안 풀릴 것 같은 문제를 풀고, 많이 실패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KAIST 학생들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전재훈 기자 (wjswogns1206@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