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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님을 취재하다Prof_Sangah_lee_thumbnail.png


  • 인지발달연구실 이상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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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9월 27일 화요일, 카이스트 자연과학동 옆 뚜레쥬르에서 진행되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인터뷰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들뜬 마음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교수님과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말에 의하면 교수님께서 한국어보다 영어로 말씀하시는 것이 더 편하다 하셔 인터뷰를 준비할 때 좀 더 공을 들였던 것 같다.

이상아 교수님은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후, 트렌토 대학에서 약 3년간 조교수로 근무하시고 2017년 7월 1일부로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교수로 부임하셨다. 주요 연구분야는 인지발달, 비교인지, 행동신경과학, 공간탐색, 기억, 비전형인지발달, 인지노화이다.

 

교수님께서 영어로 말씀하시는 것이 더 편하다고 들어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외국에서 생활이 얼마나 오래 되셨나요?

7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어요. 그리고 3~4년 동안 이탈리아와 미국을 왔다갔다하면서 지냈어요. 어렸을 때 이민을 갔기 때문에, 당시에 힘든 적도 있었지만 적응을 잘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한국에 온 지금이 좀 더 적응해야 할 게 많은 느낌이 드네요.

 

미국에서 오래 계셨기 때문에 오늘 인터뷰도 모두 영어로 진행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한국어로대답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연구 이야기는 한국어로 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이런 제 일상 이야기는 한국어로 할 수 있어요. (웃음)

 

그럼 오랜 외국생활을 하고 한국을 돌아오시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큰 결심을 하게 되신 건가요?

한국으로 돌아올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하고 살았어요.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심리학과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심리학이 많이 달라요. 미국에서 심리학의 반 정도는 뇌 연구 이야기에요.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심리학 트렌드가 바뀌고 뇌 과학과 인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도 인간 인지 과학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때, 제가 이 교수 임용 공고를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한국의 인지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국에 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웃음)

 

그렇군요. 너무 멋지시네요. 제가 교수님의 이력을 살펴보니, 교수님께서는 칼텍에서 천문학으로 학부를 마치시고, 석사 및 박사 과정은 각각 캐임브리지,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나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분야인데, 어떻게 전공을 바꾸게 되셨나요?

저는 항상 기초적인 질문에 관심이 많았어요.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것은 우주의 물리적인 기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생물적인 기원, 진화의 기원, 마지막으로 생각의 기원까지 많은 것이 궁금했어요.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잖아요. 저는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학부 당시에는 사람의 생각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는 것과 일부라도 조금씩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리고 마음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어요. 그렇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심리학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저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을 해요.

 

교수님에 말을 들으니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교수님이 하고 계시는 연구에 대해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교수님이 하시는 연구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인지의 기원을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지 활동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진화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는 거에요. 우리의 인지는 아기 때부터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노화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이 변하면 뇌도 변하는 데 그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이렇게 많은 것에 관심이 있어요.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보면, 기억, 공간 인지 등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 기능에 중요한 뇌 부위가 해마에요. 해마는 굉장히 흥미로운 부위인데요. 굉장히 오래된 뇌구조에요. 척추 동물은 모두 해마를 가지고 있고, 공간 매핑(spatial mapping)을 모두 비슷하게 해요. 공간 매핑은 기억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거든요. 어디 가야 먹이를 찾을 수 있는지, 어디에 가면 위험한지를 기억해야 생존에 유리했겠죠. 거기서 해마의 기능이 출발한 건데요. 대부분의 동물이 이 기능을 사용하지만, 인간은 해마를 이용해 더 많은 것을 해요. 기하학을 배울 때 인간은 추상적인 물체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어떻게 변화할 지를 공간적으로 추론해 내는 데, 이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에요. 기초적인 기능은 같은 해마라는 오래된 기관을 가지고 인간은 다른 동물이 할 수 없는 것까지 해내는 거죠. 이러한 기능이 어떻게 발달 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 해마가 문제가 많이 생겨요. 치매나 신경 질병 대부분 해마 주변에서 문제가 생겨요. 하지만 이것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이 없어요. 몇 가지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그래서 새로운 진단 기법을 만들어 더 효과적으로 조기 진단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행동 실험을 만드는 것을 또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뇌 자극 기법까지 사용해서 인지 기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직접 연구주제를 설명해 주시니 너무 재미있게 들리네요. 어떤 연구 결과가 나올 지 너무 기대가 됩니다. 교수님에 대해 조금 더 묻고 싶네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본인이 나름 연구자로서 성공한 위치라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가 있으신지요.

저는 연구를 시작했을 때 비교적 생각이 자유로웠어요. 실험실 분위기도 그랬고 학과 분위기도 그랬던 것 같아요. 논문 인용 지수(Impact Factor)나 논문 게재와 관련해서 저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압박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서로 연구 이야기만 했어요. 때문에 저는 그런 것을 걱정해야 하는 지도 몰랐어요. 덕분에 다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에 대해 깊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요. 두려움도 없고 연구도 재미있었으니 마치 게임하듯이 연구 주제에 파고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틀에서 벗어나고 규칙을 깨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어 천문학을 했기 때문에 심리학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그런 것도 깨고 싶었고요. 기존에 사람들의 생각대로 가기 보다는 내가 열정이 있으면 그냥 해보는 거에요. 지금까지 어떤 걸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깨고 싶고요.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것을 새로 배워요. 안 될 수도 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저는 사람을 이용해 실험하는 것만으로는 인지 발달 과정을 알아보는 데에 한계가 있기에 병아리를 연구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육지 동물이 아닌 동물의 인지 기능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에 물고기도 연구하기도 했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종의 동물을 키우고 실험 계획을 짜는 수고를 하느냐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저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런 새로운 것을 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바라는 자세가 있으신지요?

음, 주제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교수님이나 선배들에게 “어떤 논문을 읽어야 해요?”라면 물어보는 자세는 좋지 않아요. 본인이 재미있어서 읽어보고, 본인이 궁금해서 찾아보는 과정이 중요해요.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학위를 딸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계산적으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정해요. 하지만 그렇게 계산 적이면 깊게 들어 갈 수 없어요. 본인이 진심으로 재미있어하고 궁금해하는 주제를 잡아야 해요.

그리고 이게 잘 안 되어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는 자신감 및 믿음이 있어야 해요. 연구는 실패의 연속이잖아요. 과제는 계속 써도 떨어지기도 하고, 실험도 계속 실패하기도 해요. 성과는 계속 된 실패 속에서 나오는 것이죠. 너무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한번은 그냥 도전해보자 하는 그런 자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송영조 기자 (syj1455@kaist.ac.kr)Prof_Sangah_lee_thumbnail